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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세종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 '성냥갑' 대신 가족·이웃 위한 집...'아파트의 미래'를 짓다

세종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 전경. 용적률을 최소화 하고 높낮이가 다른 다양한 건물을 배치했다. /사진제공=중흥건설




세종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 야경. /사진제공=중흥건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를 지나다 보면 세월의 더께가 느껴지는 흐릿한 녹색 건물 하나를 볼 수 있다. 바로 국내에 현존하는 아파트 가운데 가장 오래된 ‘충정아파트’다. 1932년 당시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지하 2층, 지상 4층 60가구 규모로 지어졌다. 90세를 내다보는 충정아파트를 서울시는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해 보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외에도 주거 문화의 변천사로서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오래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재건축 때 건물 ‘한 동’을 남기도록 권고하고 있다. 1978년에 중앙난방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한 서울 잠실주공 5단지, 1980년대 지어진 개포주공 1·4단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낯설기만 했던 아파트는 이렇듯 어느새 익숙한 도시의 풍경이자 우리 주거 문화의 당당한 역사가 됐다.

현재 지어지고 신축되는 아파트들도 먼 훗날에는 도시의 유산이 될 것이다. 과연 미래에는 지금 우리의 주거 문화를 어떻게 평가할까. 아직까지 아파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남쪽을 향해 일렬로 늘어선 성냥갑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감한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아파트의 진화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세종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도 그중 한 사례다.



복층 주거 공간과 테라스를 엇갈려놓은 형태의 저층 특화동. /사진제공=중흥건설


■획일적이지 않은 공동주택

주민 소통·경관과 조화된 공간 구현 위해

용적률 최소화하는 ‘과감한 비움’ 돋보여



세종시 2-1 생활권 M2·L2 블록에 들어선 1,446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세종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는 세종시 초기에 조성된 단지다. 세종시는 비교적 최근에 계획된 도시인만큼 건축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2013년 본격 출범한 정부세종청사만 해도 17개 동이 3.6㎞에 걸쳐 구불구불 이어진 독특한 설계로 유명하다. 경제적 논리와 관행적 디자인에 갇혀 있던 건축 디자인의 난제들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라는 듯 의도적이고 개념적인 청사였다.

세종시는 도시의 핵심 시설인 정부청사 외에 주거 부문에서도 기존 공동 주거보다 한발 나아간 형태를 원했다. 어떻게 하면 아파트의 획일성을 탈피하고 공동주택의 문제가 돼버린 거주민 간의 소통을 북돋는 주거지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세종시 도시 기획자들의 가장 큰 화두였다.

획일적이지 않은 공동 주거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 개념일까.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는 모순돼 보이는 문제에 ‘무질서하지 않은 다양성’이라는 답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도시 경관과 어울리는 아파트였다. 사는 사람이 편할 뿐 아니라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도 조화롭게 다가갈 수 있는 아파트 단지. 이를 구현하기 위해 단행한 가장 과감한 시도는 용적률을 최소화한 것이다.

커뮤니티 특화동의 ‘스카이커뮤니티’는 단지 내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사진제공=중흥건설




■자연과의 조화

축구장 4배크기 공원 중심으로 단지 배치

빗물 재활용·태양광 발전으로 에너지 절감





한 예로 무조건 높게만 짓는 대신 높낮이가 다른 다양한 건물이 하나의 마을을 구성하도록 배치했다. 이러한 시도가 가장 잘 드러난 곳은 복층형 단위 세대다. 복층 구조에 널찍한 테라스가 딸려 햇빛과 바람, 눈, 비를 접할 수 있다. 15층 높이의 주민공동시설 ‘스카이커뮤니티’는 고층에 전면 유리로 시공돼 도시 풍경에 활력을 부여한다. 605·612·613동은 고층의 타워주동으로 발코니 변화와 전면부 커튼월 효과 및 창호 색상 등을 통해 입면에 리듬을 부여했다.

세계적인 건축 트렌드인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추구한 친환경 단지이기도 하다. 축구장 4개 크기의 공원을 중심으로 단지 배치를 설계했다. 두 개의 단지를 숲으로 연결하고 자연스러운 길을 따라 물빛마당·비오톱정원·오래뜰길·어울림길 등과 함께 다양한 세대가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또 ‘100% 남향’ 단지 설계로 넓은 시야와 바람길을 확보했다. 아울러 빗물 재활용 시스템 및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같은 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16개 타입의 다양한 주거 유형 중에서도 접지층의 특화형 일부 세대는 땅을 밟고 사는 단독주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외부 서비스 공간에 소규모 텃밭을 제공했다.

거주민 간의 소통을 돕는 ‘스카이커뮤니티’ 내부 전경. /사진제공=중흥건설




■진화하는 아파트

구불구불한 차로·단독주택 같은 아파트 등

미래공동주거단지 위한 시도 곳곳서 진행중



세종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 외에도 곳곳에서 아파트의 변화는 진행되고 있다. 서울 은평뉴타운도 좋은 사례다. 주변 지형, 산세와 조화되도록 단지계획을 수립했고 주거평면도 거주민의 연령과 세대구성을 고려했다. 뉴타운 전체의 보행환경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학교 가는 길과 공원과 연계된 산책로, 저속으로 다니게 계획된 구불구불한 차로 계획, 거주민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한 연도형 보행 가로 등은 이후에 설계된 다른 아파트 단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경기 북부 고양시 북삼송에 LH 현상설계로 선정된 저층 타운하우스 또한 달라지는 주거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공동주택의 변화다. 땅을 밟고 살던 단독주택의 향수와 나무·새·하늘 등 자연과 직접 교감하고 싶다는 현대인의 요구에 따라 최근 단독주택 개념의 공동관리형 타운하우스가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종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를 설계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는 미래의 아파트에 대해 “공급자 위주로 대량 공급에 맞춘 주거단지의 개념을 수요자 위주로 바꿔 시대 개념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유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설계와 디자인에서 공공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것이 미래 공동 주거 단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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