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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짙어진 불황의 두 그림자] 혼자 잘나가던 美 경기도 불안...정유·석화 수출전선 '경고음'

유가급락...세계 경기둔화 뚜렷

금리 부담속 감세 약발도 떨어져

美 내년성장률 1.9%로 추락예상

유가 60弗 이하땐 마진감소폭 커

정유사 4분기 재고손실 1조 위험

20일(현지시간) 뉴욕 주가지수가 이틀 연속 급락하자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한 트레이더가 시세판을 보며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와 국제유가가 동시에 고꾸라지자 경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세가 보다 뚜렷해졌다는 증거라며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는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주가지수와 국제유가가 연일 곤두박질치는 반면 채권금리는 치솟고 있다는 점이 경기침체를 암시하는 전형적인 전조라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불황은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에도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국제유가 급락의 배경이 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김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세계 원유수요 둔화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반체제 언론인 살해 의혹과 관련해 사우디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유가 급락의 방아쇠를 당겼다. 사우디 왕실에 대한 대외적 옹호로 원유 감산을 추진하려는 사우디를 압박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감산이 불발되면서 원유 공급과잉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유가를 끌어내렸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유가 약세의 원인은 심상치 않은 둔화 조짐을 보이는 글로벌 경기다. 이날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JP모건은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4·4분기에 3.1%로 정점을 찍고 하락해 내년에는 연간 1.9%로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내년 성장률이 1·4분기 2.2%, 2·4분기 2%로 간신히 2%대를 지키다가 3·4분기에 1.7%, 4·4분기에는 1.5%로 주저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 약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차례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서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현행 10%에서 내년부터 예정대로 25%로 상향 조정될 경우 미국 수출 기업들에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 JP모건은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확장적 통화정책의 성장 유발 효과는 내년에 중립적으로 바뀌고 재정정책 강도도 올해보다 약해질 것”이라며 “내년에는 관세가 성장에 상당한 저해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올여름까지만 해도 사상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며 나 홀로 호황을 누려온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론이 쏟아졌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격히 냉랭해졌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지난 19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변화로 미국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며 내년 분기별 성장률을 2.5%, 2.2%, 1.8%, 1.6%로 각각 제시했다. 글로벌 경기를 끌고 왔던 미국 경기가 꺾인다는 예상 속에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내년 전 세계 성장률이 2.9%를 밑돌아 올해 예상치인 3.3%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속되는 증시 약세도 경기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미 증시를 견인해 온 대형 정보기술(IT)주들이 일제히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주가지수를 끌어내리자 전문가들은 이것이 경기침체의 신호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리터부시앤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대표는 “주식시장이 8~9% 하락하는 것은 약한 세계 경제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것은 약한 원유 수요 전망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유가 하락과 글로벌 경기침체는 국내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산유국의 수입이 줄어드는데다 수출 단가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특히 유가 급락은 원료비 절감 효과보다 제품 가격 하락 폭이 더 커 석유화학 업계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이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려면 60~80달러 정도여야 한다”면서 “60달러 밑으로 떨어진다면 원가 절감보다 마진 감소폭이 더 크다”고 밝혔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 수출 비중은 반도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아 전체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들의 실적 악화도 불 보듯 뻔하다. 유가 하락으로 정유업계의 재고평가손실은 8,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4·4분기 재고손실이 1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2014년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92달러에서 60달러로 떨어졌을 때에도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은 각각 4,630억원, 4,523억원, 2,132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창영·박형윤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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