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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독립적 삶' 위해 국민연금 강화해야

국민연금-기초연금 인상 연계- 반대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장기 가입자, 기초연금 줄이는 이상한 셈법 생겨

● 또 기초연금 인상 대신 국민연금 깎는 개혁 안돼

●가장 중요한 노후준비수단 적정보장으로 가야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그대로 두는 대신에 기초연금을 올려 노후소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논의하는 국민연금 개편의 핵심은 기초연금과 연계한 사실상의 소득대체율 확대다. 현재 45%인 ‘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수령액의 비율’을 기초연금을 끌어올려 50% 수준까지 만들겠다는 안이다. 지난 13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국회에서 연금 설계 변경만으로는 소득대체율 50%를 달성하기는 어렵다면서 국민연금에만 국한되지 않는 대안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기초연금을 방안대로 현행 월 25만원에서 43만4,000원으로 인상할 경우 내년 기초연금 예산 11조5,000억원 수준에서 오는 2040년 소요재정이 148조4,28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초연금으로 노후소득 확대에 찬성하는 쪽은 현재도 노인의 주요 소득원인 기초연금을 올리면 노인빈곤을 막는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노인의 독립적인 삶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보장수준이 높아져야 하며 기초연금 인상을 대가로 국민연금 강화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국민연금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우여곡절을 거치며 다시 원점으로 복귀한 것처럼 보인다. 연금개혁 방향에 관한 100가지 주장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지금의 극심한 노인빈곤과 수십 년 후에도 지금보다 크게 나아질 것이 없을 국민연금 급여 수준을 볼 때 어떤 형태로든 공적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여러 연금개혁 주장 중 하나는 기초연금을 강화하고 대신 국민연금 개혁은 포기 혹은 유보하자는 주장이다. 기초연금으로 지금 당장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노후소득 보장 수준을 높이되 논란이 많은 국민연금 개혁은 미루자는 것이다. 더욱이 기초연금 급여를 높여 놓으면 국민연금 보장 수준을 높일 필요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초연금을 통해 현세대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늘려 빈곤 문제를 완화할 수 있고 게다가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란과 정권이 부담해야 할 여러 가지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기초연금 인상을 대가로 국민연금 강화를 포기해야 할 것인가. 기초연금 인상이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를 포기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기초연금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보장성 역시 강화돼야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첫째, 국민연금이 수행해야 할 ‘적정보장을 통한 빈곤예방’은 그동안 많은 복지국가의 핵심적인 성취였다. 기초연금은 현재 노인들의 필요에 부응해 그야말로 기초보장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금은 용돈연금이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기여식 연금으로 애초 부여받은 역할은 ‘적정 노후보장’과 노인기 소비수준 유지지원이었다. 이는 대다수 노인에게 조세재원으로 노후보장을 하는 기초연금이 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역할에 비춰보면 2017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평균 노령연금액 월 38만6,380원은 지나치게 낮다. 최저생계 보장 수준보다 낮다. 비정상적이다. 2007년 법 개정 시 국민연금 급여를 큰 폭으로 깎은 바 있기에 세월이 흘러도 국민연금 보장 수준은 기대할 만한 수준으로 오르지 못한다. 그러나 꾸준한 기여를 통해 획득한 국민연금에 대한 권리가 적절한 수준의 급여로 나타날 때 가족은 노인부양부담을 내려놓고 노인은 품위 있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보장수준의 제고가 필요하다.

둘째, 국민연금에는 대부분 보통사람의 노후보장이 걸려 있다. 국민연금은 고소득자만의 것이 아니다. 평균소득액을 기준으로 보면 그에 못 미치는 저임금·저소득자 가입자들이 더 많다. 약 30년 후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은 80%를 넘어서게 된다.



더욱이 2018년을 살아가는 중고령자들에게 가장 주요한 노후준비 수단은 국민연금이다. 개인의 자산에 기댈 수 없는 대부분 국민에게 국민연금은 생애 가장 큰 빈곤 위기를 막는 방책이다. 결국 국민연금제도 보장수준 인상은 국민 대부분의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것이다.

혹자는 약 40년 후 국민연금기금이 소진될 것이므로 이런 재정 문제로 국민연금 보장성을 강화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렇다면 같은 시기 노인인구 비중이 40%에 육박할 때 기초연금재정은 국민연금과 달리 매우 안정적일 수 있을까. 지금 설계한 기초연금 급여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2050년대에 국민연금 재정은 불안정해지고 기초연금 재정은 마냥 안정적일 것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국민연금 급여가 적정보장으로 다가가는 것을 전제로 보험료를 점진적으로 올린다면 국민연금재정의 안정성은 높아진다. 기금소진 시기 역시 늦춰질 수 있다. 반대로 경제성장률·출생률·고용률 등이 저하되면 국민연금재정과 함께, 기초연금의 조세재정 역시 불안해진다.

2007년 연금개혁을 기억해보자. 당시 기준소득대체율 60%였던 국민연금 급여 수준은 최종 40%까지 삭감됐다. 급여율의 무려 3분1 삭감을 정당화한 논리는 기준소득대체율 10%에 해당하는 기초연금을 도입해 국민연금 삭감을 보완해준다는 것이었다. 소위 ‘10+40’의 덧셈이다. 그런데 10년이 넘었어도 덧셈의 논리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새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하면 기초연금이 깎이는 이상한 셈법이 도입됐다. 기초연금 급여액은 정치적 이유로 더 자주 오르내릴 수 있다. 2018년에 다시 기초연금 인상 대신 국민연금 인상을 포기하는 연금합의를 한다면 우리가 다시 덧셈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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