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23일 직권면직된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오른팔’이다. 임 실장과 한양대 선후배 사이로 임 실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에는 의원실 보좌관을 지냈다. 김근태(GT)계로 분류되다 지난해 대선 때 임 실장과 함께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선거대책위원회 정무팀장으로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해 6월 청와대에 입성해 대통령 비서실장실 선임행정관으로 임 실장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실세 행정관’ ‘비서실장의 비서실장’으로 불렸다.
김 비서관은 1년여간 임 실장을 보좌하다 지난 6월 청와대 개편 때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했다. 당시 행정관에서 비서관으로 승진한 경우는 김 비서관과 남요원 문화비서관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의전비서관은 대통령의 일정과 동선을 책임지는 청와대 내 ‘핵심 중 핵심’으로 임 실장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말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김 비서관은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 굵직한 행사를 기획했지만 잦은 실수로 구설에 올랐으며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정통 지지층 사이에서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9월19일 남북 정상이 평양선언 합의문에 서명할 때 만년필이 아니라 네임펜을 건네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9월 청와대에서 열린 ‘포용국가 전략회의’에서는 문 대통령이 책상과 책상 사이를 엉거주춤 뛰어넘어 이동하는 모습이 연출돼 책상 배치를 잘못하고 문 대통령의 동선을 잘못 짰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 이어 10월 벨기에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ㆍ아셈) 때 문 대통령은 정상 단체사진을 찍지 못해 김 비서관이 매끄러운 진행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대기실에서 연설문을 수정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펜스 부통령이 도착할 때까지 30여분간 홀로 기다리기도 했다. 앞서 열리고 있던 미·아세안 정상회담이 예정시간을 넘어 진행된 것이 이유였지만 문 대통령이 대기실에서 대기하게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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