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제품에 ℓ당 1원씩 지방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정유사의 연간 생산량을 고려하면 해마다 1,800억원을 정유사로부터 걷겠다는 것이다. 이런 지방세는 환경오염이나 폭발사고 등 외부불경제 효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세와 중복된다는 점에서 이중과세 시비를 피할 수 없다. 휘발유와 경유 등 기름 값에 꼬박꼬박 붙는 유류세에는 교통환경세로 ℓ당 529원이 부과된다. 이뿐이 아니다. 정유시설의 환경사고에 대비해 지역사회 지원사업에 출연금을 내도록 하는 법률 제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정치권이 자신의 지역구에 입주한 기업을 뒷받침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되레 세금부터 뜯어내겠다는 발상부터 놀랍다. 같은 이유로 시멘트 제품에 톤당 1,000원의 환경세를 부과하는 지방세법도 발의돼 있다. 이 역시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에 지역자원시설세 명목의 환경세가 부과되고 있어 명백한 이중과세다. 원자력·화력발전소가 있는 지역구 의원들도 이런저런 구실을 내세워 지방세 늘리기에 가세하고 있다. 발전 관련 지방세 부담 증가가 결국 전기요금 인상을 압박할 것임은 물론이다. 특정지역만 혜택을 받고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귀착되는 것은 형평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여야가 지역구를 챙긴답시고 기업의 세 부담을 무턱대고 늘리려는 것은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단기적으로 지방재정에 보탬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역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되레 지방세수마저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추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임은 물론이다. 미래의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꼴이다. 기업은 재정확충의 봉이 아니다. 정치권은 ‘입법갑질’을 멈춰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