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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대상 테러까지 발생... 파키스탄서 삐걱대는 中 ‘일대일로’

23일 파키스탄 카라치 소재 중국 영사관에 대한 테러로 불탄 자동차가 방치돼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3일 파키스탄의 남부도시 카라치에서 일어난 중국 영사관 폭탄테러는 중국이 현재 전세계적인 차원에서 진행 중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번 테러를 일으켰다고 주장한 발루치스탄 해방군(BLA)는 파키스탄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이자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지역인 발루치스탄 남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분리주의 무장단체 가운데 하나다. BLA는 이번 테러 공격 직후 AFP통신 등에 전화를 걸어 “중국이 우리의 자원을 약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의 핵심 구역에 발루치스탄이 포함됐지만 이는 발루치스탄에 오히려 독약이 됐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CPEC은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와 아라비아해 인근의 파키스탄 과다르항을 잇는 도로·철도·에너지망 등 대규모 경제회랑 인프라 건설 사업으로, 중국은 이 사업 추진에 460억 달러(약 52조원)를 쏟아부었다. 파키스탄과 중국은 경제회랑 사업을 비롯해 620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하는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해외 65개국과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다.

문제는 파키스탄이 부담할 수 있는 능력여부다.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대규모 투자금이 이미 파키스탄에 부채 위기를 촉발했다. 사업 현장은 더 복잡하다. CPEC 사업의 배당금 배분을 놓고 지역 내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자원이 풍부한 편인 발루치스탄 지역에서 CPEC의 배당금 문제는 극도로 첨예한 사안이었다”며 “사업 초기부터 중국인 노동자나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한 공격도 반복적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에서는 ‘일대일로’ 참여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8월 총선으로 파키스탄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나면서 더 커졌다. 파키스탄 새 정부는 사업을 조정하는 와중에 부채 급증과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결국 임란 칸 총리는 CPEC 사업을 비롯해 중국과의 인프라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기에 민감한 종교문제도 개입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있는 무슬림에 대한 중국의 탄압으로 이슬람 ‘큰형’을 자처하는 파키스탄의 불만도 상당하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파키스탄의 정부 각료가 ‘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신장 지역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신장 거주 파키스탄인들의 불만이 본국에 전해지면서 파키스탄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신장 이슬람문제에 대해서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의 비판보다 파키스탄 등 이슬람권의 비판이 더 아프다. 이들은 그동안 중국의 전반적인 정책들을 어쨌든 지지해 왔기 때문이다.

23일 파키스탄 카라치 소재 중국 영사관에 테러가 발생한 직후 보안요원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물론 중국도 가만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초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칸 파키스탄 총리를 만나 “양국 간 협력은 양국 국민에게 득이 될 뿐 아니라 지역과 세계의 평화, 안정,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며 “칸 총리가 대중관계를 외교정책의 초석으로 삼고, 일대일로 CPEC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달랬다.

이러저러한 경제적·사회적 불만이 쌓이면서 결국 23일 중국인에 대한 직접적인 테러로 나타난 셈이다. 외신에 따르면 테러범 3명이 이날 오전 9시30분쯤 총과 수류탄을 사용하며 중국 영사관 진입을 시도했지만 영사관 경비원들에게 제지당했다. 아미르 샤이크 카라치 경찰청장은 로이터통신에 “범인 3명이 폭발물을 가득 실은 차를 타고 왔다”며 “하지만 건물 방비가 두터워 이들이 영사관 내로 들어가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괴한과 경찰·경비원들 간의 총격전이 벌어졌다. 파키스탄 경찰 2명이 사망하고, 중국인 경비병 1명이 중상을 입었다. 테러범들은 사건 현장에서 사살됐다.



BLA는 지난 8월에도 중국인을 겨냥한 자살폭탄 공격과 관련해 배후를 자처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인 엔지니어를 태운 버스에 대한 공격으로 중국인 3명 이상이 부상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진퇴양난이다. 이웃 인도와 다투고 미국과도 최근 껄끄러워지면서 외부의 지원으로 기대할 곳이라고는 중국 밖에 없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전 정권의 실책을 부정하고 집권한 파키스탄 새 정부가 ‘일대일로’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완전 포기는 아니고 사업조정에 머무르는 이유다.

이번 테러에 파키스탄도 화들짝 놀랐던 것으로 보인다. 샤 마무드 무레시 외무장관은 사건 직후 기자회견에서 “21명의 중국 영사관 관계자는 모두 무사하다”며 “파키스탄과 중국의 우정을 방해할 수는 없다. 양국의 협력을 방해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공동 경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외교기관에 대한 어떤 폭력행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면서 “파키스탄 측에 중국 국민과 외교기관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를 해달라고 이미 요구했다”고 전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일 칸 파키스탄 총리를 만나 ‘일대일로’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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