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이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에 큰 한파가 몰아쳤다. 몇 년 전부터 차익거래 목적의 ABCP 발행이 늘었고 중국기업 ABCP는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CERCG 채권 1,645억원에서 디폴트가 발생하며 모두 허망한 꿈이 됐다. 물량을 떠안은 금융기관들은 상품을 주선한 증권사와 신용평가사에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소송을 연이어 제기하고 있다.
채권 디폴트 이후 ABCP 부도, 해당 자산을 편입한 펀드의 손실로 이어지자 금융기관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 넘기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는 누구의 책임인지 판단이 어렵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상품을 구조화하고 판매한 한화투자증권(003530)의 책임이 어디까지냐의 문제다. 한화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을 금융 주선사로 볼지 주관사로 볼지도 논란거리다. 법적 책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와 관련 “법적 책임은 주관사인 한화증권과 이베스트증권에 있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한화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은 “인수 업무만 주선했을 뿐으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채권단은 한화증권과 이베스트증권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금 청구소송을 동시다발로 진행 중이다. 현대차증권(001500)은 ABCP 발행 실무자였던 한화증권 관계자를 불완전 판매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금융기관들이 책임 문제로 갑론을박하고 있는 동안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다. KTB자산운용과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ABCP를 각각 200억원, 60억원씩 펀드에 담아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ABCP 디폴트로 부도 가능성이 제기된 지난 5월 이후에도 두 운용사는 펀드 판매를 지속했다. 뒤늦게 자산의 80%를 상각 처리하고 판매사에 펀드의 환매 연기 및 추가 설정 제한 공문을 배포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였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고객들은 큰 손실을 입고 손절매에 나섰다.
금융기관들의 법적 공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소송을 제기한 금융기관들이 배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환매를 한 고객들은 오롯이 투자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자신의 투자 판단에 대한 책임만 탓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부도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펀드를 산 투자자들은 금융상품,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책임공방을 벌이기 이전에 고객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 자본시장의 발전과 신뢰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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