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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초읽기 몰린 재계]"정유·조선·건설만이라도 한시적 연장근로 허용해달라"

경총 등 보완입법 조만간 건의

경기둔화 속 근로시간 맞추려 고용 늘리는 것은 불가능

정유·선박 시운전·건설·IT 등 예고된 재앙에 속수무책

업종 특성 등 고려 근로시간 총량 제한 없이 확대 요구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일터로 향하고 있다. 조선 업계에서는 해상 시운전 업무를 맡은 직원들이 주당 52시간 근로를 지키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높다. /연합뉴스




주52시간 근로제 계도기간의 이달 말 종료를 앞두고 기업들이 후폭풍에 벌써부터 떨고 있다. 필수 보완책인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연장의 연내 입법이 무산되면서 기업들은 한시적으로나마 근로시간 총량을 늘리는 대체 제도 마련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완입법 건의안을 조만간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우선 기업들은 일정 기간 주64시간까지 근로시간을 늘리되 평균 근로시간은 주40~52시간으로 맞추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해달라는 기존 의견을 재차 건의하기로 했다. 특히 재난·재해 상황에 한해 근로시간 총량을 제한 없이 늘리는 ‘한시적 인가연장근로’를 정유·조선·건설업 등 업종 특성에 따라 확대해달라는 요구도 제출하기로 했다. 재계의 한 임원은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연장(3개월→6개월 이상)의 연내 개선이 물 건너가면서 ‘제도 위반 신고만 하면 걸린다’는 우려가 가득하다”며 “한시적 인가연장근로라도 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들 “예고된 재앙에 속수무책” 불만=기업 입장에서 탄력근로제의 단위시간 연장은 마지막 희망에 가까웠다. 내년 경기악화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때문에 고용을 늘리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어서다. 정파적 유불리에 근거한 정치권 이견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시스템통합(SI)업체 관계자는 “기업들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1년짜리 수주 프로젝트도 현실에서는 6개월 내 끝내는 게 일반적인데 무슨 수로 근로시간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 푸념했다. 그는 “업계에서는 ‘내년이 되면 다 범법자가 될 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정유사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고작 2~3년에 한 번꼴로 돌아오는 정기보수 기간에 일손이 모자란다고 인원을 충원하기는 어렵다. 평상시 유휴 인력이 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6개월 이상 임상시험이 있는 바이오제약업종, 배를 넘기기 전 바다에서 최종적인 선박 성능 테스트를 하는 조선업종, 납기 경쟁력이 중요한 건설업종은 물론 프로젝트 업무가 많은 연구개발(R&D)·마케팅·기획 등의 부서는 “‘예고된 재앙’에 대책 마련은 부지하세월”이라는 불만이 쏟아진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6개월 계도 기간 내내 이런 문제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주 경쟁력, 생산성 하락 불가피” 우려=이미 시장에서는 기업 경쟁력 하락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종을 불문하고 납기를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로 수주 경쟁력 하락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실제 최근 해외에서 한국 업체에 발주를 꺼리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는 게 IT 업계의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아예 한국 기업에 물량을 주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정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 문제로 사람을 더 쓰라는 얘기는 탁상공론이나 진배없다”며 “(신규 직원을 쓰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업황도 좋지 않아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근로시간제가 영세기업만 늘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기업 임원은 “근로시간제 도입을 피해 직원 수를 300명 아래로 두려는 기업이 많다”며 “기업 쪼개기, 아웃소싱 등이 만연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꿩 대신 닭…한시적 연장근로라도 확대해야=기업들은 당장 제도개선 절차가 간소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시적 연장근로 활성화가 대표적이다. 자연재해나 재난처럼 특별한 경우에 한해 근로시간 총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이 한시적 연장근로제인데 시행규칙으로 사유를 정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만 승인해주면 된다는 의미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독일·프랑스·일본에서도 업종 특성을 연장근로 사유로 인정해준다”며 “탄력근로도 손을 못 대는 판국인데 이거라도 해줘야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고용부가 한시적 연장근로 확대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재난 상황이 아니면 잘 승인해주지 않는다”며 “한시적 연장근로는 무제한 근로를 무기한 허용하는 것이라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한 달 단위로 근로시간을 맞추도록 돼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방송·디자인 같은 특정 업종에서 서면 합의한 시간을 실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재량근로제 확대도 기업들의 건의사항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현 가능성은 낮다. 앞서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선택근로 확대는 임금 정산을 복잡하게 만들 우려가 있어 무리한 요구”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상훈·이종혁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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