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주라~!’
열광적인 팬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부산의 사직구장. 타자가 친 파울볼이 담장을 넘어가면 야구장에서는 어김없이 이런 외침이 들린다. 공을 어린아이에게 주라는 구수한 사투리가 만들어낸 사직구장의 고유문화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직업병이 도지는 사람이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양중진 부장검사는 ‘아 주라~!’는 외침을 들으면서 ‘혹시 이건 강요죄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한다.
양 검사가 지은 ‘검사의 스포츠’는 못 말리는 스포츠광의 직업병 이야기다. 이 책은 축구장·야구장·농구장 등 스포츠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법률가의 시선으로 풀어놓는다. 예컨대 저자는 야구의 ‘빈 볼(투수가 타자의 머리를 향해 고의적으로 던지는 공)’은 현실에서는 벌금이나 출장 정지 정도로 끝나지만 경기장 바깥에서라면 법적으로 특수폭행죄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양 팀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뛰쳐나오는 ‘벤치 클리어링’으로 과도한 폭력으로 이어진다면 집단폭행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 ‘법조인의 눈으로 본 스포츠’라는 독특한 기획과 명쾌한 콘셉트 덕분에 책은 시종일관 흥미를 잃지 않는다. 1만4,5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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