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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재규어 디자이너 "균형잡힌 간결함, 재규어의 힘이죠"

아시아 여성 최초로 입사

"시간 지나도 질리지 않게

차 자체에 집중한 디자인

미래차시대에도 이어갈것"

박지영 재규어 리드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재규어는 여전히 ‘순수하게 아름다운 차’를 만듭니다.”

재규어는 이동 수단으로서 자동차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만 우악스러운 치장으로 화려하게 멋을 내는 건 금기에 가깝다. 단조로운 선들을 활용해 최상의 비례감을 갖춰 아우라를 뿜어낸다.

재규어에서 외장 디자인을 맡고 있는 박지영 디자이너를 7일 만났다. 2012년 영국왕립예술학교(RCA)를 거쳐 2014년 재규어 어드밴스드 디자인팀에 아시아 여성 최초로 입사했다. 3년 만에 리드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로 승진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미래 차로 바뀌면서 변화는 필연적”이라면서도 “차 자체에 집중하는 재규어의 정신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규어를 디자인하는 작업은 동양화를 그리는 것과 흡사하다. 박 디자이너는 입사 후 6개월 동안 덜어내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복잡하다’는 평가뿐. “디자인을 아예 하지 말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차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는 “일단 만들어 놓고 차에 맞게 수정을 거듭하기보단 차가 갖는 특성을 파헤치는 데 집중했다”며 “특성을 우선 파악하고 가장 간결하게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고 했다.

본격적인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비례감’이다. 간결한 선을 통해 최적의 비율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다. 다른 팀과 마찰이 생기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원칙이다. 박 디자이너는 제작 과정에 엔지니어 팀과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박 디자이너는 “프로젝트 차 코너 부분을 직각에 가깝게 디자인했는데 엔지니어들이 그보다 완만한 각도를 요구한 적이 있다”며 “코너 각도에 따라 반사각이 달라지고, 맞물려 차 전체의 아우라가 달라져 고민이 컸다”고 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막내 디자이너라 쉽게 의견을 내지 못하던 차. 디자인을 총괄하는 이안 칼럼이 직접 나섰다. 그는 “이안 칼럼이 엔지니어들에게 ‘충분히 기술적으로 해낼 수 있는 부분’이라며 확실하게 선을 그으라고 했다”며 “결국에는 엔지니어팀도 디자인팀 의견을 반영해줬다”고 했다. 그는 “다른 요인 때문에 디자인이 망가지지 않게끔 배려해주는 문화가 재규어 전반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비례감을 토대로 만들어내는 간결한 디자인. 경쟁업체들이 새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 자극적이고 두드러지는 외장을 선보이는 것과 사뭇 다른 행보다. 박 디자이너는 순수의 힘을 믿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이안 칼럼이 2009년에 나온 8세대 XJ모델을 보며 ‘아직도 나는 이 차가 멋져보여’라고 하더라”고 했다. 그 역시 “입사한 이후 수없이 많은 재규어 모델을 보고 있는데도 질리는 차가 하나도 없다”며 “완벽한 순수함을 갖춘 차는 시간을 이겨낸다”고 확신했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로 대변되는 미래 차 영역에서도 재규어의 정체성은 한결같다. 그는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기본 모델보다 디자인 자유도가 커졌다”면서도 “I-페이스에서 보듯 재규어 본연의 가치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뒷 이야기>

△자동차 디자인을 택한 이유는.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편이다. 대학교 입학 전에는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산업디자인학과에 내에 제품디자인 환경디자인 자동차디자인으로 나뉘어있었다. 자동차가 제일 관심이 없어서 들어갔다. 지금 아니면 언제 공부해보겠나 싶어서. 해보니 맞더라.

호기심이 계속 가더라. 끊임없이 배워야 했다. 디자인을 하면 할수록 새롭게 느껴야 하는 게 더 많이 보였다. 다른 영역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다른 영역을 자동차에 접목할 때 느껴지는 새로움이 좋다.



앞으로도 배워야 할 것 같다. 자동차 산업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한 가지 방향으로만 갈 것 같지도 않으니.

△지금도 자동차 디자인을 하는 일이 좋나.

회사에 들어와서 더 좋아졌다. 어느 날 오전6시께 회사를 갔다. 당연히 내가 가장 먼저 왔을 줄 알았는데 모델러가 먼저 와있더라. 내가 전날 스케치한 걸 깎으며 만들고 있었다. 모델러 일만 30년 넘게 하신 분이. 아침 일찍부터 나와 내가 그린 그림을 실물화해주려는 그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눈을 좀더 돌려보니 회사 내 많은 사람이 내가 만든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더라. 디자인팀, 마케팅팀 모두가 그들의 삶을 여기에 쏟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한 디자인의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 그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아주 가까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더라. 이들이 가슴 뛰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건 정말 만들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도록. 기분 좋은 책임감이 생겼다.

△자신과 길을 걷는 학생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요즘엔 ‘좋은 디자인’에 대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다만 이 정보들이 마치 정답처럼 여겨지는 건 조금 걱정스럽다. 정답을 미리 설정해버리면 앞으로도 그 방향으로만 가게 된다.

중요한 건 다양한 시도다. 끊임없이 시도하는 와중에 자기가 무엇을 잘 표현하는지가 나온다. 지금 리허설 자리에 서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실수를 통해 다음에 어떻게 해야겠다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누군가의 답에 휩쓸려 내가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지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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