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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진 공유오피스, 불만도 커졌다

■본지 스타트업 95개사 설문

5~6인실 月 260만~500만원

높은 사용료에 불만 가장 많아

계약 만료 전 이전땐 위약금 폭탄

피해 입주사 대부분 스타트업

기업이라 소비자원 보호도 못받아





#웹디자인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최가영(가명) 씨는 지난달 초 작업 능률을 높이기 위해 신논현역 인근 공유오피스 A사를 알아봤다가 낭패를 봤다. “할인을 많이 해주겠다”는 리셉션 담당 직원의 말을 믿고 계약한 최 씨는 같은 날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다른 공유오피스를 발견하곤 계약 해지를 요청했지만, 안 된다는 답변만 들었다. 최씨는 “카드를 긁은 지 40분도 되지 않아 전화로 취소하고 싶다고 밝혔고, 이용하지도 않았는데 환불 요청을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씨가 당시 작성한 계약서에는 서비스 개시 전 환불 금액이나 조건 등이 들어있지 않았다.

#올 들어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하반기에 직원 8명을 추가로 고용한 스타트업 B사. 이곳은 창업 초기부터 3년째 공유오피스 D사에 입주 중인데 소규모(10인 이하)로 프라이빗 오피스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묶여 있어 사무공간이 크게 부족하게 됐다. 우도형(가명) 대표는 한 달 남짓 남은 계약 종료 시점까지 기다릴 수 없어 상당한 위약금을 물고 다른 공유오피스로의 이전을 결정했다. 우 대표는 “계약기간 전에 나가게 되면 무조건 석달치 이용료에 준하는 위약금을 물도록 규정된 데다 사용한 날짜만큼 정확하게 계산해 주지 않는 점은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들어 공유오피스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입주사의 권리 보호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탁월한 접근성, 브랜드 이미지 효과, 다른 입주사와의 원활한 소통 등 다양한 이점 덕택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공유오피스를 선택하지만 계약 체결과 이용 과정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소비자 권리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9일 서울경제신문이 스타트업 9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2곳 중 한 곳(54.7%)이 “가격이 비싸다”고 답했으며, 비입주사 55개사 가운데 39개사(70.9%)는 “입주를 고려했지만 가격이 비싸서 선택하지 않았다”고 응답해 높은 가격이 가장 큰 불만 사항으로 지적됐다. 현재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 마이워크스페이스, 르호봇, 스파크플러스 등 주요 공유오피스의 월 평균 가격은 1인 비지정석을 기준으로 30만원 후반에서 40만원 초반 사이다. 소규모 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5~6인실의 경우 창문 유무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월 평균 260만~500만원 사이로 책정돼 있다. 때문에 초창기 직원 채용이나 벤처캐피털 미팅 등을 위해 접근성이 좋은 공유오피스를 선택했다가도 규모가 커지거나 회사 상황이 나빠지면 상업용 건물 임대로 돌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공유오피스 비입주사의 18.1%가 ‘과도한 비용 부담 때문에’ 다른 상업용 공간으로 이동했다고 응답했다.



가격 부담을 안고도 공유오피스를 선택한 기업들의 불만도 컸다. 입주사들에게 가장 큰 불만 사항을 물은 결과 35.0%는 ‘높은 사용료’를 꼽았고, ‘보안 문제’ 20.0%, ‘무매너의 다른 업체 이용자’ 17.5% 등이 뒤를 이었다. 설문에 응한 기업 중 상당수는 “퇴실 한 달 전에 서면으로 (퇴실 결정을) 고지하지 않으면 다음 달 이용료가 그대로 결제될 뿐 아니라, 계약기간 내에 이동할 때 위약금을 과다하게 청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공유오피스 관계자는 “사용료에는 공간을 임대하는 비용 뿐만 아니라 입주사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빌딩 관리, 청소, 각종 편의 시설 등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돼 있는 만큼 오히려 기존 임대 방식보다 경제적”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공유오피스 계약과 이용 과정에서 분쟁의 소지가 크지만 입주사 대부분이 스타트업이어서 분쟁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통상 상거래 피해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 한국소비자원은 입주사들이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 자격으로 계약한 것이기에 구제 방법이 없다는 해석을 내린 상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업자가 제공하는 물품 등을 사용(또는 이용)하는 과정에서 불편을 겪거나 피해를 입은 개인을 위한 기관이기 때문에 사업자등록을 소지한 기업은 구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한편 지난 7월말 현재 서울시내 공유오피스 전체 공급면적은 약 39만3,000㎡로 지난해 7월과 비교해 약 25만㎡ 증가했다. 1년 만에 강남파이낸스센터(연면적 21만3,000㎡)보다 넓은 면적이 공유오피스로 탈바꿈한 것이다. 현재 공유오피스 가운데 지난 2016년 국내에 진출한 위워크가 총면적 11만8,290㎡로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다. 이어 국내업체 ‘패스트파이브’(6만1,742㎡)와 ‘르호봇’(3만3,821㎡)이 지점 수를 늘리며 추격하는 모양새다. 공유오피스 시장이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기에 이 같은 입주사의 불만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사무실 임대는 경영 측면에서 고정비 지출과 밀접하게 연동된 만큼 공유오피스 입주를 고려하는 사업자는 계약 조건을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라며 “공유오피스는 단순 임대가 아닌 각종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곳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민·김연하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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