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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홍병의 시슬리코리아 대표 "립스틱 하나 샀어도 매달 샘플…써보고 좋으니 저절로 입소문"

“경쟁사가 뭘 하는지 신경 쓰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한 달에 10분가량일 겁니다. 그마저도 프랑스 시슬리 본사에서 다른 곳은 매출이 늘었는지 줄었는지 알아보라고 해서 하는 겁니다. 경쟁사가 뭘 하든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자는 주의입니다. 그리고 우리 직원과 손님에게만 관심을 쏟는 거죠.”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시슬리코리아의 홍병의(60) 대표는 회사의 성장비결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홍병의 시슬리코리아 대표./권욱기자




‘샘플 마케팅’으로 매출 10배 쑥

매달 15만 회원에 신제품·계절상품 제공

비싼 유명인 광고보다 홍보효과 더 좋아

9·10월 매출 지난해 대비 두자릿수 성장

◇‘매출 10배 성장’...“회수율 2%도 안되는 샘플 마케팅 덕이죠”

그는 국내에 수입 화장품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던 지난 1998년 시슬리코리아를 직접 설립했다. 지난해 시슬리코리아 매출은 692억원가량으로 설립 초기에 비해 10배 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더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 인터뷰 직전인 지난 9·10월 매출은 지난해보다 두자릿수 성장했다.

많은 돈을 들여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고 TV·잡지 광고에 열을 올렸기 때문일까. 전혀 아니다. 홍 대표는 20년 동안 광고보다는 ‘쎄쎄’라고 불리는 샘플로 고객을 공략하는 마케팅을 고수하고 있다. 마케팅비의 대부분이 샘플 제작과 전단지에 드는 비용이다.

대부분의 화장품 브랜드가 신제품 출시 때만 샘플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시슬리는 매달 신제품은 물론이고 해당 계절 등에 쓰면 좋을 법한 제품도 보내준다. 샘플은 매달 시슬리의 20만회원 가운데 10만~15만명가량에게 제공된다. 5년 동안 립스틱 하나만 산 ‘휴면 회원’에게도 샘플을 보낸다.

얼핏 쉬운 것 같지만 대부분의 화장품 브랜드가 시슬리를 따라 같은 시도를 했다가 철회했다. 홍 대표에 따르면 회수율(샘플을 써 본 고객이 매장에 방문해 제품을 사는 확률)이 2%만 돼도 높은 것으로 친다. 가끔 ‘회수율 0.5%’가 나오면 본사에서도 정말 샘플을 이만큼 뿌려도 되는지 반신반의할 때도 있지만 그는 고객들이 시슬리 제품을 구매하게 하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다고 자신한다.

“기본적으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광고를 많이 하고 직원이 기능을 설명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써보고 제품의 사용감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번 써보면 그 가격대가 부담스럽더라도 다시 재구매하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게 되는 게 시슬리 제품이죠.”

그가 앞으로 대표를 맡는 한 이 같은 기조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회사마다 잘하는 게 있습니다. SK2는 광고를 잘합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광고를 봤을 때 거슬리지 않고 메시지를 잘 전달하지요. 그건 P&G의 역량에 SK2 브랜드 자체의 광고 노하우가 그동안 쌓였기 때문인 겁니다. 시슬리가 많은 돈을 들여 따라 했을 때 같은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에 안 하는 것입니다.”

◇“VIP 500명 얼굴 외워”…그를 이끈 시슬리 창업자 가문의 진정성

그는 남자 형제만 있는 집안에서 자라 화장품의 ‘화’자도 모르는 ‘화알못(화장품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하이엔드 화장품’ 시슬리와 연을 맺게 된 것은 석사 졸업 후 입사한 해태상사에서였다. 시슬리를 수입하던 해태상사에서 그룹협력 본부장으로 일하며 시슬리의 필립 도르나노 대표와 친분을 쌓았고 시슬리의 국내 성공 가능성을 엿봤다. 10년을 다녔던 회사를 나와 이듬해에 시슬리코리아를 세웠다.

대표를 맡은 후로도 “화장품은 다 거짓말”이라는 생각은 한동안 이어졌다. “시슬리 화장품을 설명하는 리플릿에 ‘프랑스의 위베르 도르나노 백작이 설립한 시슬리는…’ 등의 내용이 들어가는 것도 처음에는 창피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뭘로 보고 이런 수식어를 붙이느냐 하면서요.”

본사 출장차 들른 프랑스 파리의 전쟁기념관에서 우연히 설립자 가문의 ‘도르나노 관(館)’을 발견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조상이 전쟁에서 피를 흘린 가문에 ‘백작’ 칭호가 주어지는데 시슬리 가업은 그런 백작 정신에 맞게 상업적이기보다는 ‘도덕성’ ‘진정성’에 맞춰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시슬리의 광고를 잘 하지 않는 것도 도르나노 가문의 진정성을 담은 광고를 제작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2월에 세계의 시슬리 지사 사장이 모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시슬리 소개 영상이 제작돼 상영됐다”며 “위베르 도르나노 백작의 생전 모습뿐 아니라 최근 시슬리 모델로 화보를 찍은 위베르 도르나노 백작의 손녀가 등장해 가업을 잇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성 있게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달 두 번 월요일 점심은 고객과의 만남으로 채워졌다. “예를 들어 어떤 달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매출이 떨어졌으면 해당 지점의 시슬리 고객을 특정 연령대로 6명만 추려달라고 제가 주문을 합니다. 고객들이 모여 처음 30분간은 좋은 이야기만 하다가 한 분이 제품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면 봇물처럼 불만들을 얘기하세요. 이렇게 모인 의견을 서비스 개선에 참고하고 일부는 프랑스 본사로 보내 제품 개선을 이뤄내기도 합니다.”



그는 VIP 고객 500명가량의 얼굴을 안다고 했다. 신제품 행사마다 대략 150명 규모로 서울·대구·부산·대전 등에서 고객 행사를 벌이는데 고객 가운데 시슬리코리아 설립 초부터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이용한 고객들이 상당수다. 그가 고객의 얼굴을 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홍병의 시슬리코리아 대표./권욱기자


가격 부담 제품력으로 커버

매달 두차례 고객과 식사하며 단점 들어

“너무 비싸…가격 내려달라” 요구 있지만

질 좋은 식물성 원재료 써 고객에 보답

◇“고객 요구 부응하지 않는 단 한가지는 ‘가격 인하’”

홍 대표는 시슬리에 대해 꾸준히 제기되는 ‘고가 논란’에도 입을 열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화장품’이라는 수식어가 종종 붙는 시슬리는 크림의 평균 가격이 20만원을 웃돈다. 스킨부터 로션·크림·아이크림 등 기초 화장품 모두를 시슬리에서 장만하면 100만원은 우습게 넘는다.

그는 시슬리가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 한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가격을 내려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그는 “천연 성분의 좋은 화장품을 원한다면 가격이라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시슬리는 용기나 광고 등 부수적인 면에서 최소한의 비용을 들이면서 식물성 원료의 발견과 추출, 제품화에 대부분의 비용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슬리 제품은 모두 프랑스에서 생산된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식물 재배 지역에서 생산 공장이 있는 프랑스까지 운반하는 비용이 막대하다. 여기에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며 따라오는 흉작 등 위험 부담까지 모두 포함했기 때문에 가격을 인하하면 지금과 같은 품질의 제품을 선보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처음 시슬리의 가격에 부담을 느꼈던 국내 소비자들이 점차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피부 친화력이 좋은 시슬리 화장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시슬리코리아의 매출은 프랑스 본사와 중국 지사 다음으로 높다.

특히 시슬리의 기초 라인은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 화장품 중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색조 및 향수 라인은 이에 비해 아직 미약하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색조 메이크업 제품의 판매 비중이 처음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10%를 넘겼다.

신규 고객층 창출도 꾸준히 이어졌다. “시슬리라는 브랜드가 많이 알려지면서 4050대 이상의 중장년층 고객 위주였던 시슬리에 2030대 고객들의 유입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엄마 화장품’으로 잘못 알려진 시슬리가 점차 젊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시슬리의 예비 장기 고객이 될 20대 고객에 대해 “어릴 때일수록 좋은 화장품을 쓰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시슬리코리아는 이제 ‘성인’이 됐다. 시슬리코리아가 좀 더 나이가 든 후에는 어떻게 될까. “시슬리는 늘 그랬던 것처럼 타 브랜드의 인기 성분이나 화학 성분에 동요하지 않고 앞으로도 시슬리만의 엄선된 식물 성분만을 고집할 것입니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 그래서 피부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고 시슬리는 굳게 믿습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He is… △1958년 서울 △1977년 서울 숭문고 졸업 △1984년 성균관대 무역학과 졸업 △1987년 오리건주립대 경영학 석사학위 취득 △ 1987년 해태상사 입사 △ 1997년 해태상사 퇴사(그룹협력 본부장)△ 1998년~ 시슬리코리아 설립(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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