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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유아인, “제 인생의 키워드는 균형”

“유아인이란 캐릭터를 의미 있게 , 또 재미있게 지켜가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유아인은 깊고 확고한 신념을 지닌 배우였다. SNS를 통해서 내는 당당한 목소리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그는 조금 더 솔직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지닌 배우이자 인간이었다. 그저 잡음이 일어날까 두려운 마음이 앞서 액션을 취하지 않는 배우들과 달리, 끊임없이 마음을 주고받고 싶어하는 배우였다. 균형 잡힌 세상에서,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닌 꼭 해야 하는 일이기에.

“편 가르기 하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나서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는 그의 신념은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선택한 이유와도 일맥상통했다. 영화는 돈의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현명한 인생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최국희 감독 역시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소통하는 배우이고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고 작업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

배우 유아인/사진 제공=UAA, 김재훈 포토그래퍼




유아인이 분한 ‘윤정학’은 국가부도의 위기를 직감하고 이를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로 삼아 위험한 베팅을 시작하는 인물이다.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투자자들을 모아 베팅에 나선 ‘윤정학’은 경제 위기가 표면화될수록 오히려 성공 가도를 달리지만 자신의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현실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으로 IMF 시대의 또 다른 이면을 담아낸다.

유아인은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품고 있는 돈의 이야기에 매료됐고, 공감했다. 무엇보다 “ 완전한 픽션이라기보다 IMF라는 사건, 즉 위기의 상황을 다루고 있어서 그 이야기 자체는 슬픈 이야기지만 영화적 소재로서는 신선한 소재, 그리고 꼭 한 번은 해야만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어서 의의를 갖고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 뿐 아니라 전 세대가 성별을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정학은 위기에 투자하는 과감함과 욕망에 충실한 본능을 지녔지만 경제 위기의 현장을 목도하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인물이죠. 지금의 젊은이들도 비춰볼 수 있어요. 또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영화 속 누군가에게든 이입하고 공감대를 가져갈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요. 무엇이 잘 사는 인생에 대한 개념들을 환기할 수 있는 지점도 공감대가 컸어요.”

영화 속 정학은 아웃사이더로 보통 사람의 욕망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더 나아가 지금 시대 청춘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오늘날에 존재하는 기성세대의 한 유형을 대변한다. 남들보다 빠르게 국가부도의 위기를 직감한 금융맨 ‘윤정학’은 타인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삼는다. 잘 다니던 증권 회사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투자자들을 모아 역베팅에 나선 그는 경제 위기가 가속화될수록 투자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지만 자신의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무력한 정책과 현실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며 IMF 시대의 또 다른 단면을 담아낸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접점을 입체적으로 품고 있는 인물이란 점에서, 유아인은 정학이란 인물 안에 투영된 ‘욕망’을 천천히 들여다봤다고 한다.

“‘국가부도의 날’을 준비하면서 이것 저것 공부하다보니, 저보다 더 어린 친구들이 투자 및 재테크 이런 쪽에 관심이 많았더군요.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비트코인 했다는 친구들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런 얘기들을 접하면서 ‘우리가 지금 어떤 시대를 살고 있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시스템, 그리고 그들의 욕망이 다음 세대들에게 전이됐지만 성취보다는 결핍으로 돌아왔어요. 정학이란 인물이 영화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매개체로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아인은 2003년 KBS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영화 ‘완득이’ ‘베테랑’ ‘사도’ 그리고 제71회 칸 영화제에 초청된 ‘버닝’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구축해온 배우다. 특히 “다음 세대뿐 아니라 윗세대들과도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든 시기인 ‘버닝 ’후 첫 작품이기도 하다. 그동안 ‘청춘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유아인은 이번 작품을 통해 기성세대와 젊은이의 중간자적 역할을 자처했다. 현재 그의 바람은 “기성세대를 이해하고 동시에 후세대를 이해하는 사람”이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정학 역 배우 유아인


배우 유아인/사진 제공=UAA, 김재훈 포토그래


배우 유아인/사진 제공=UAA, 김재훈 포토그래


“얼마 전 아버지,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느꼈어요. 부모세대, 기성세대를 받아들이게 하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사실 ‘버닝’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 세대에 대한 미움이 있었어요. 헛헛한 마음이 들어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때 아버지와 연결된 지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네가 누구여서가 아니라 너는 원래부터 나한테는 특별한 아이야’라고 말 하셨어요.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다 특별한 존재잖아요. 사실 공감하지 못할 게 무엇이 있을까요. 이렇게 ‘꼰대’가 돼가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웃음)”

”유아인은 저 혼자 만들어 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의 말 속엔 ‘유아인이란 사회적 캐릭터’를 의미 있게 가져가고 싶은 다부진 의지가 읽혀졌다.

“제 의지, 성격이 반영되기도 하지만 , ‘유아인이란 인물을 함부로 또 내 멋대로 써야지’란 생각이 없어요. 적어도 일을 하는 순간에 많은 부분을 고려하고, 더 재미있게 가져가서 다른 차원의 감동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의미있게 가져갈 때 덜 헛헛하지 않을까요. (쉽게 물리는)사탕 같지 않고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세상과 어떠한 호흡을 만들면서 뭔가를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배우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고 배우로서 가치 있게 살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유아인이란 캐릭터를 의미 있게 , 또 재미있게 지켜가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사도’ ‘베테랑’ 이후 그는 더 많은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저에 대한 기대가 부담도 있지만 신뢰가 책임감을 주는 게 있거든요. 단순히 작품이나 배역에 대한 공감을 넘어서서 어떻게 하면 작품, 배역 그 이상의 확장적인 이야기, 확장적인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요. 불편함이나 고통도 있고 제가 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속박되고 더 구속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의 기회들을 더 많이 찾고자 해요.”

유아인은 인생의 키워드로 ‘균형’을 꼽았다. 때론 ‘균형’의 미션을 찾고자 힘들게 비판의 칼날을 감내하면서 성장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게 아니라 균형을 맞추는 삶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 인생의 키워드는 균형입니다. 무엇보다 ‘절대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순간 순간 절대적인 것에만 추구한다면 그것에서 비롯되는 수치심이 있어요. 누군가 갈라놓은 어느 한 켠에 서지 않는 게 중요하죠.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순간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화의 아름다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균형미가 좋아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드러내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세상을 꿈꿔요. 모두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잖아요.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닌 균형 잡힌 세상이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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