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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한국 걱정 안해…" 100년전 파리 울린 김규식의 절규

독립운동가 김규식 '1919년 프랑스 고별연설' 첫 공개

독립운동사학자 이장규 박사

프랑스국립도서관서 기사 발견

27일 심포지엄서 소개 예정





“여기 모인 사람 중 누가 옛날 선원들이 섬으로만 알았던 머나먼 한국을 걱정하겠습니까. 거의 없을 겁니다. 있다면 아마 한국의 매력적인 수도이고 세상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서울에 직접 가볼 만큼의 호기심을 가졌던 루이 마랭씨밖에 없겠지요.”

대한민국임시정부 파리위원부 대표였던 김규식(1881~1950·사진) 선생은 1919년 8월6일 프랑스 파리의 한 연회에서 이렇게 절규하며 서구 열강의 한국 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비협조를 성토했다.

이날 연설은 행사에 참석했던 프랑스 일간 ‘라랑테른’의 기자에 의해 보도됐다. 당시 기사를 작성한 프랑스 기자는 기사에서 “4,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고 독립국가로 존재했다가 지금 일본의 속박 아래 꼼짝 못하고 떨고 있는 2,000만 영혼의 간청에도 성의 있게 답하지 않는, 정의와 사상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프랑스에 그는 경악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영주국(프랑스)에도 부드럽지 않았다. 이 관리(김규식)로부터 나온 비난에는 일상적인 그런 외교적 태도는 전혀 없었다. (프랑스) 외무부의 강경파, 가령 아시아 담당 부국장 구(Gout)씨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멱살이 잡혔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규식이 1차 대전 승전국으로 식민지 해방문제에 적대적이었던 프랑스 등 서구 열강들의 태도에 절망했다는 것이다.

독립운동가 김규식의 1919년 8월 연설을 다룬 프랑스 일간지 ‘라랑테른’ 기사. /연합뉴스


임시정부가 파리에서 펼친 독립운동의 생생한 현장을 전해주는 이 기사가 최근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발견됐다. 재불 독립운동사학자인 이장규(파리7대학 박사과정)씨가 찾아낸 1919년 8월8일자 라랑테른의 ‘뒤파옐에서의 한국-정말 아시아의 알자스·로렌이 존재하는가’라는 기사는 김규식이 파리외신기자클럽 연회 겸 김규식 환송식에서 한 고별연설을 소개하고 있다.

김규식은 제1차 세계대전을 종결하는 파리평화회의 한국 대표로 발탁돼 3·1운동 직후인 1919년 3월 파리에 도착했다. 임시정부 수립과 함께 임정 외무총장과 파리위원부 대표를 겸한 그는 5개월간 서구 열강들을 상대로 한국 독립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날 환송연은 이승만의 초청으로 미국 출국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연회에는 프랑스 국회의원이던 마랭, 이유잉 중국 베이징대 교수, 미노르 전 러시아 전 국회의장, 민족자결주의를 강조한 미국인 기번 등 60여명의 인사가 참여했다. 이 중 마랭은 2년 뒤 ‘한국친우회’를 만들어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운 인물이다.

기자는 “이 자리의 결론은 일본이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알자스로렌을 힘겹게 떠안고 있다는 것”이라고 기사를 끝맺었다. 프랑스의 알자스로렌을 독일이 강제병합했던 역사적 사실을 일본의 한국 침탈에 빗댄 것이다. 이 기사에는 파리의 외신기자들과 미국·러시아·중국 등지에서 온 제국주의에 비판적인 세계 지식인들이 모여 한국의 문제를 논하는 귀중한 장면이 생생한 필치로 포착돼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임시정부 ‘구주의 우리 사업’ 보고서에서도 이 연회에 대한 내용이 짤막하게 언급돼 있다. 하지만 김규식의 연설과 이에 대한 평가가 자세히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사를 찾아낸 이씨는 “김규식이 당시 프랑스와 서구 열강에 전한 내용은 비장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파리 7대학 한국학과 마리오랑주 리베라송 교수(한국근현대사)는 오는 27일 서울 광복회관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 ‘3·1운동과 프랑스 언론’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 기사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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