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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 2019]기술금융 투자 늘리고 IB 강화...전당포식 영업탈피 '몸부림'

1부. 위기의 금융, 돌파구는 없나

<하> 고부가 창출에 눈 돌리는 은행들

은행권 기술금융 대출잔액

162.9조로 1년새 27% 증가

자본시장 등 非은행부문 육성

신규 먹거리 찾기도 분주

개별 기업과 장기관계 구축 등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 갖춰야

지난 7월 ‘2018년 하반기 우리은행 경영전략회의’에서 손태승 우리은행장 겸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혁신성장기업 육성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사진제공=우리은행




국내 은행들이 투자를 확대하며 기업의 기술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기술금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당포식’ 영업형태로 가계대출 중심의 수익을 올린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이다. 특히 금융지주 체제에서 자본시장 부문과의 협업을 강화하며 신규 먹거리 창출에도 나섰다.

2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의 총 기술금융 대출잔액은 올해 10월 기준 162조9,974억원으로 전년 동기(127조3,663억원) 대비 27.4%나 증가했다. 대출건수는 같은 기간 28만6,794건에서 37만5,293건으로 30.9% 늘었다.

기술금융은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대출이나 투자·보증 등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신한은행의 기술금융 누적 대출액은 이달 20일 기준 15조2,906억원으로 11개월 새 약 3조원 증가했다. 시중은행은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차원에서 대출금리도 내렸다. 올해 상반기 기준 기술금융 대출 평균 금리는 3.48%로 일반 중소기업 대출보다 0.2%포인트가량 낮다. 대출한도 역시 평균 4억1,000만원으로 일반 중소기업 대출 한도인 2억6,000만원을 훨씬 웃돈다.





은행권은 최근에는 유망한 기업의 성장성을 믿고 투자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이 기술금융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면서 올해 상반기 기술금융 누적 투자 규모는 2조4,000억원에 달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내년부터 3년간 총 3,000억원 규모의 혁신성장펀드를 모펀드로 직접 조성하는 것은 물론 하위펀드 모집을 통해 매년 1조원씩 총 3조원 규모의 펀드로 확대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투자를 대폭 늘리며 올 하반기 기술금융 1위에 올랐다. 하나은행의 대출 규모는 기술금융의 강자 IBK기업은행에 뒤졌지만 투자 부문에서 만점을 받았다. 하나은행의 총 기술금융 관련 누적 투자액은 5,614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은행들은 재무제표 위주의 기업여신 심사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의 성장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기업대출 시 재무제표·사업계획서·업체현황 등 비재무적 서류를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 전송 시스템인 ‘스마트 FATI’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 지원 및 기술평가를 전담하는 중소벤처금융부를 신설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투자은행(IB) 그룹 내 ‘혁신성장금융팀’을 신설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투자뿐만 아니라 세무·법무 등 다양한 경영자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적인 부응이나 사회 상생의 차원을 뛰어넘어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은행들은 좋은 신용이나 담보를 갖춘 기업 위주로 거래하는 사업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기술력 등 다양한 특성을 다각도로 검토해 자금을 공급하는 관계형 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이 기술금융을 발전시키려면 개별 기업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 차원에서 자본시장 부문과의 협업을 강화하며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KB금융은 은행·증권·자산운용 직원이 여의도에 한데 모인 ‘원펌(One Firm) KB’ 체제를 구축했으며 기업금융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기업투자은행(CIB) 복합점포를 9곳으로 확대했다. 글로벌 IB 부문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 자산운용 시장에도 진출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4월 3,2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금융을 성공적으로 주선했다. 글로벌투자은행(GIB)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 중인 신한금융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사업 규모 3조4,000억원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A 노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금융지주사들은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내년을 대비하기 위해 자본시장의 전문성을 중시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신한금융은 최근 신한금융투자의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단행하면서 순혈주의 관행을 깼다. 신임 사장에 오른 김병철 내정자는 동양증권에서 23년 동안 일하다 2012년에 신한금융투자로 자리를 옮겼다. KB금융도 신임 사장으로 자산관리(WM)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박정림 KB금융지주 부사장과 함께 ‘IB통’으로 정평이 나 있는 김성현 KB증권 부사장을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은행계 증권사들의 입지도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3·4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3,498억원으로, 메리츠종금증권을 제치며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의 양강 구도를 넘보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같은 기간 1,320억원에서 2,198억원으로 66.5%나 늘었으며 신한금융투자는 46.3% 증가한 2,300억원, 하나금융투자도 53.4% 늘어난 1,417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지주의 한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오히려 자본이 탄탄한 은행계 증권사 입장에서는 선두권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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