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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100년 통일염원71년] "역사 정의 바로 세워야 富國 건설 가능"

<2>'독립군의 아들' 장병화 성남산업진흥원장

"과거사 청산 제대로 못하면

사회 혼란…경제적 풍요 없어

가난 물려준 선친 원망했지만

사업하면서 '망국의 한' 이해

아버지 뜻 이어 사회공헌 지속"





“역사 정의를 세우는 것과 부국(富國) 건설이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역사적 죄과를 청산하지 않는 사회는 계속 혼란을 겪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울 수 없지요.”

기업인으로 ‘일제강점기 친일 청산’에 매진해온 이유를 정의롭고 부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잘라 말하는 장병화(72·사진) 성남산업진흥원장. 그는 현재 세계 25개국에 음향기기를 수출해 연 매출 120억원을 올리는 가락전자의 창업자다. 한 중소기업인의 특별한 사명감에 대한 의문은 그가 ‘독립군의 아들’임을 알고서야 풀린다. 지난해 말 경기 성남 정자동 성남산업진흥원에서 만난 장 원장은 “독립군인 선친처럼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뜻을 반만이라도 따라가고 싶어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 장이호(1916~1950) 선생은 대한민국임시정부 휘하 광복군에 투신해 만주 서주 지역 책임자를 맡았던 독립투사다. 광복군 공작자금 조달 및 기밀 탐지 등 수많은 공적이 인정돼 지난 1977년 대한민국건국훈장이 추서됐다. 그러나 6·25전쟁 때 인민군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장 원장은 다른 독립운동가의 후손처럼 가난의 길을 걸었다. “모친·동생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온 후 굶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당시는 ‘독립운동을 했다’거나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도 아니었어요. 가난만 남겨준 선친을 무척 원망했지요.”

청소년기 궁핍의 굴레를 벗을 수 없었던 그는 상경 후 음향기술을 읽혀 1970년대 오디오 기술자로 이름을 알리며 사업을 키웠다. 1977년에 세운 경일엔터프라이즈는 1995년 가락전자로 이름을 바꾼 후 오디오믹서 등을 개발하는 디지털 음향기기 전문 업체로 성장했다. 가락전자 30주년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아들에게 경영을 맡긴 그는 2015년 성남산업진흥원장으로 취임해 성남시에 소재한 중소기업과 벤처를 지원하고 있다.





그는 “굶주림에서 벗어나 기반을 다진 후에야 나라 없는 비참한 세월을 버티고 목숨 걸고 싸운 독립운동가들을 이해하게 됐다”며 “기업이 수익 창출만이 아니라 사회적 기능을 다해야 한다는 존재 이유를 깨달은 것도 이때”라고 말했다.

가락전자는 친일청산 활동으로 새해 13회째를 맞은 ‘임종국상’을 전액 후원해왔다. 장 원장은 친일문제 연구에 헌신한 임종국(1929~1989)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05년 이 상을 제정했다. 지금껏 개인과 단체 등 30여명이 수상했다. 그는 “역사의 죗값을 깨끗이 치르지 않는다면 국가의 미래 가치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학생·청년 등에게도 임종국상의 수상 기회를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는 보훈정책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결코 가난하지 않던 사회 리더들이 독립운동을 한 점을 상기하면 그다음 세대를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마땅하다”며 “그들이 제대로 교육받고 사회에 진출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칠순의 경영인 앞에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그는 “선열들의 독립운동은 남북통일이 돼야 비로소 완수된다는 점에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데 일조하고 싶다”며 “올해 원장 임기를 마치면 청년 창업교육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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