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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착륙 50년, 요동치는 우주패권] 달·화성 임자 없다?...美·中 등 우주개발 '先점유·後소유' 노려

<2> '우주 무소유'의 게임법칙 바뀐다
국가 차원 우주공간 점유 금지 불구 시설 관할권은 인정
민간은 제한 규정 없어...美선 독자 입법으로 개발 장려
강대국이 달 등에 기지 짓고 관할권 주장땐 퇴거 어려워
유엔 우주조약 개정 논의...韓도 적극 참여 국익 반영을

  • 민병권 기자
  • 2019-01-07 17:18:42
  • 바이오&ICT
[달착륙 50년, 요동치는 우주패권] 달·화성 임자 없다?...美·中 등 우주개발 '先점유·後소유' 노려

‘달·화성의 땅을 팝니다. 1에이커(약 1,224평)에 약 29달러. 분양증서도 드려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후 50년간 주요국들의 우주 진출계획이 가속화하자 이에 편승해 외계 부동산을 분양한다는 괴짜 해외 기업들이 성업 중이다. 기업명도 바이마스(Buy mars), 루나랜드(Lunar Land) 등으로 지어 노골적으로 외계 부동산 투자가 가능한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는 믿기 어려운 상술이지만 국제법상으로는 위법성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 판정 근거가 될 우주조약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미국·러시아의 주도로 상호 우주 군사경쟁을 견제하고자 지난 1967년부터 만들어진 유엔 ‘우주조약’은 ‘우주 무소유’의 정신을 근간에 두고 현재까지 주요 100여개국이 비준해 가입돼 있으나 허점이 많다. 특히 제2조를 통해 어떠한 국가도 지구 대기권 밖(외기권)의 우주공간 및 천체에 대해 주권을 주장하거나 자국 전용으로 점유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지만 국가가 아닌 민간 차원의 우주자원 점유·이용 등에 대해서는 명문화된 제한·금지규정이 없다. 그러다 보니 민간 차원의 우주자원 개발 시 점유·이용 문제를 놓고 국제 분쟁의 소지가 있다. 런던대 버크벡칼리지(Birkbeck College)에서 행성과학을 다루는 이언 크로포드 교수도 근래에 한 리포트에서 “우주에서 자원채굴 사업을 준비하려는 민간기업들에 국제법은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도 “민간의 우주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주요국(선진국)과 제3국가 간 입장 차가 크다”며 “그러다 보니 (우주조약보다는) 민간 우주개발을 책임지는 당사국의 국내법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달착륙 50년, 요동치는 우주패권] 달·화성 임자 없다?...美·中 등 우주개발 '先점유·後소유' 노려
우주산업체인 딥스페이스인더스트리(DSI)가 구상하는 소행성 채굴 개념도. 고가의 광물이 묻힌 소행성을 탐사선을 보내 지구 등으로 끌어오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미지제공=D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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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주조약은 비(非)정부 주체의 우주활동에 대해 당사국이 인증하고 감독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감독 당사국이 강력한 규제 의지 없이 오히려 민간의 우주자원 개발과 점유를 장려한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그 대표적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러시아 등과 더불어 우주조약 체결의 원년 멤버지만 이와 상충할 수 있는 ‘상업적 우주발사경쟁력법(CSLCA)’을 2015년 11월 독자적으로 제정했다. 민간기업 및 개인이 우주자원과 소행성자원을 보유·소유·사용할 수 있고 운송·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법률이다. 윤인숙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누구도 상업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었던 우주의 자원에 대한 소유권 주장이라는 국제법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우주조약 등과의 상충 가능성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우주개발진흥법’ 등을 통해서 우주개발의 체계적 진흥과 우주물체의 효율적 이용·관리에 대해 규제하고 있으나 상업적 우주 산업 시대에 필요한 민간기업의 투자·지원 및 이에 대한 관리·감독 등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주개발 판도가 ‘무소유’에서 ‘선(先)점유’로 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의 우주 선점을 뒷받침할 근거법조차 없는 셈이다.

[달착륙 50년, 요동치는 우주패권] 달·화성 임자 없다?...美·中 등 우주개발 '先점유·後소유' 노려
미국 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해 2월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초대형 우주로켓인 ‘펠컨 헤비’를 발사하는 장면. 민간기업들이 우주의 상업적 개발사업에 뛰어들면서 우주자원의 소유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가 국제적 화두로 떠올랐다. /AFP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민간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우주공간을 자의적으로 점유해도 퇴거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주조약의 국가 우주영유권 금지 원칙을 피해갈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우주조약 8조다. 외기권에 발사된 물체를 등록한 국가는 해당 물체가 우주에 머무는 동안 관할권과 통제권을 갖도록 하는 조항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달에 우주기지나 우주시설을 설치한다면 현행 우주조약상 해당 달 토지에 대한 점유권은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해당 기지시설에 대한 관할권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등 강대국이 달·화성 등에 시설을 먼저 지어 관할권을 주장하는 식으로 사실상 영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국내 부동산 관련 민사 분쟁에 비유하자면 땅에 대한 소유권은 없으나 해당 토지 위에 건물을 지은 사람이 ‘지상권’을 주장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더구나 우주조약 위반 시 처벌 여부는 자의적이며 철저하게 외교적 힘의 논리에 좌우된다. 따라서 위반국에 대한 제재를 조약 체결국들이 외교·정치적으로 합의해야 하는데 위반 주체가 미국·러시아·중국과 같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회 멤버라면 유엔 차원의 제재 결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설령 해당 우주자원이나 토지에 대해 우주조약 위반국의 제재를 국제사회가 합의한다고 해도 어떻게 점유지역에서 퇴거시킬 것이냐”며 “우주개발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초강대국을 상대로 그 나라의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이 세운 달·화성 기지를 강제로 철거시킬 수 있는 군사력이나 기술력을 가진 나라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달착륙 50년, 요동치는 우주패권] 달·화성 임자 없다?...美·中 등 우주개발 '先점유·後소유' 노려
유엔 산하 ‘외기권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원회(COPUOS)’ 관련 국제회의 모습. 해당 위원회는 국가의 우주 점유금지와 우주의 자유로운 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우주조약 등을 다루고 있지만 상업적 우주개발 경쟁이 불붙으면서 우주규범 개정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사진제공=UN

따라서 이들 국가는 신흥국들이 우주기술 격차를 좁혀오기 전에 먼저 앞선 기술로 우주자원을 ‘선점유’한 뒤 사후적으로 국제사회와 일부 이익을 공유하는 조건 등을 내걸어 실질적인 소유권을 인정받는 전략을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유엔 우주조약만 순진하게 믿고 우주자원을 선점한 선진국·기업에 대해 국제제재가 내려지기만 기다리다가는 국제 우주 선점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범정부 차원에서 우주개발의 게임법칙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관련 국제규범 개정 과정에 적극 참여해 국익을 반영하고 국내 법제도를 정비해 우주개발을 위한 토종 산업생태계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우주 산업계 종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한 범부처 차원의 협업을 관장할 사령탑 조직도 필요해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유엔 산하 기구 차원에서 민간의 상업적 우주활동 등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우주협약 개정 방향에 대해 주요국과 제3국 간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당사국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가 이뤄지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리겠지만 이 과정에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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