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1월12일 소련의 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불가닌 총리 앞으로 한 통의 외교 서신이 도착했다. 보낸 이는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요지는 우주를 인류의 평화적 목적으로만 이용하기 위해 미소 간 논의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후 양측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미소는 다자간 논의로 방향을 틀어 제13차 유엔 총회에 관련 안건을 제안했다. 국제적 격론 끝에 유엔의 ‘우주조약’이 탄생한다. 지구 대기권 밖(외기권)과 천체들을 평화적으로 자유롭게 이용하자는 취지였다. 인간이 달에 첫발을 내딛기에 앞서 국제사회는 이처럼 국제규범을 만들었지만 우주 군비경쟁은 반세기 이상 이어지고 있다. 50여년 전 우주평화를 앞장서서 주창했던 미국·러시아가 이제는 되레 외기권 군비경쟁을 주도하는 역설적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일본 등도 가세하며 상호 견제구도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공상과학(SF) 영화로나 봐오던 스페이스 트루퍼(space trooper·우주 병사)가 현세대 내에 현실화하는 것도 머지않았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특히 오는 2020~2030년이 스타워즈 시대 개막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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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인접국 중에서는 러시아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지난 1992년 8월10일 러시아연방군 내에 우주군을 신설했다. 이후 작전 효율성 향상을 위해 2015년 기존의 공군·미사일방어군을 우주군과 통합해 항공우주군(VKS)으로 새 단장한다. 러시아군은 2008년 조지아 전쟁에서 실전을 경험한 후 항공우주와 전략미사일군 현대화에 예산을 집중하고 있다고 국방연구원의 동북아 군사력 보고서는 전했다. 특히 2020년까지 4조루블(약 67조원)을 투자해 우주항공방어군의 70%를 현대화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해놓았다.
◇외기권 넘보는 중일 방위력=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5월 미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중화인민공화국에 관한 군사 및 안보의 전개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우주공간과 같은 새 영역에 대한 중국의 이익 수호’를 여덟 가지 인민해방군의 전략적 임무 중 하나로 설정했다. 그런 맥락에서 인민해방군은 우주기반의 정보·감시·정찰(ISR) 능력, 위성통신·항법, 유인우주비행, 로봇 우주탐사능력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아울러 지상배치 레이저, 우주궤도 로봇 등도 개발하고 있다고 미 국방부는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의 2015년도 국방백서를 살펴 보면 ‘우주공간에서의 역량강화’와 ‘우주무기 출현에 대한 대비’가 중대 안보영역의 전략에 포함돼 있다.
물론 중국에는 아직 미국·러시아와 같은 별도 우주군 편제가 없다. 인민해방군의 5대 전구(戰 區) 중 베이징에 사령부를 둔 중부전구가 주로 우주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중국의 우주군비 증대 추세로 보아 독자적 우주군 창설 없이도 우주전력 강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중국은 2025~2030년 달을 유인 탐사하고 달기지를 짓기로 해 이 기간에 인민해방군의 우주전 역량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정식 군대를 둘 수 없는 일본은 자국 내 우경화 바람을 타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의 지위 변경을 노리면서 우주로의 군사력 투사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특히 2008년 우주기본법 제정이 분수령이었다. 자위대의 군사 지원용 위성 제조·보유를 허용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을 해당 법에 슬며시 끼워 넣었다. 일본은 그 여세를 몰아 2009년 정보수집·경보·정찰·통신·위치추적 등의 군사적 목적으로 우주를 활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어 2010년 ‘방위계획대강’에 우주개발·이용을 통해 정보수집 및 C4ISR 기능 강화를 추진한다고 명시했고 2년 뒤에는 평화 목적에 한정해 우주항공 연구개발기구 활동을 한다는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법’ 기존 조항을 삭제했다. 그런 가운데 일본은 인공위성 등의 우주정보자산을 대거 늘려 2013년에는 전 지구적 위성감시망을 완성했다. 또한 산업정책의 일환으로 ‘스페이스인더스트리 2030’ 정책 추진을 지난 2017년 밝혔는데 이것이 향후 10여년간 일본 방위산업계에도 직간접적으로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평화적 우주조약의 허상=유엔 우주조약은 달과 천체를 평화적 목적으로만 이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지구 궤도와 외기권, 천체에 대량파괴무기 설치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군비경쟁이 가능한 까닭에 대해 정영진 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의 군사적 이용에 관한 국제법적 검토’보고서를 통해 “(유엔 우주조약에 따르면) 지구 주변 궤도에서는 대량파괴무기만이 금지의 대상”이라며 “따라서 조약문의 문언적 해석에 기초하면 지구 주변 궤도에서는 대량파괴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는 군사 활동은 허용된다는 해석이 도출될 수 있다”고 맹점을 지적했다. 더구나 현재 국제조약 등이 규정한 대량살상무기는 화학·생물학·방사선 무기 등으로 정의돼 있다. 따라서 재래식 무기나 레이저와 같은 에너지빔 체계, 군사위성, 통신교란 및 해킹체계 등을 지구궤도나 외기권에 배치·전개·운용하더라도 이를 조약 위반으로 문제 삼아 제재하기 어렵다.
그나마 달과 천체 대해서는 우주조약이 군사기지·시설·요새 설치와 무기실험·군사연습을 금지한다고 규정했지만 이 역시 천체 이외의 우주공간이나 우주자원에 대해서는 군사 활동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따라서 우주 군사 활동을 보다 포괄적이고 정교하게 제한하는 국제규범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 포괄적인 ‘우주무기 배치금지 조약안’이 1981년 유엔 군축회의 안건으로 채택됐으나 거의 40년째를 목전에 둔 현재까지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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