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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④통상] 美우선주의-중국몽 충돌...넛크래커 韓, 보복관세 유탄에 비명

■G2 '新브레턴우즈 전쟁'에 코피 터지는 한국

'세계 GDP 15%' 中, 일대일로 통해 팍스 아메리카나 위협

美, IT제품 등에 고율관세 부과로 '중국제조 2025' 차단

"무역전쟁에 경기둔화" 美中 수출비중 37% 韓 타격 우려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경제 패권을 놓고 벌이는 사생결단 전쟁에 한국은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터지는 새우 등’ 신세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 수천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체 수출의 37%가량을 미국과 중국, 양국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여기저기서 얻어터지는 동네북 처지가 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세계 2차대전 이전 미국과 영국이 경제 주도권을 놓고 다툰 브레턴우즈 체제에 이어 신(新)브레턴우즈 다툼이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경쟁구도는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며 도광양회를 외쳤던 중국이 시진핑 정권 들어 분발유위(奮發有爲·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한다) 통상·외교전략으로 선회하면서 패자(覇者) 자리를 넘보고 있다. 주요2개국(G2) 싸움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생채기와 상흔을 남길 게 뻔하다. 이들 국가가 경제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으르렁’거릴 때마다 한국 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게 된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미중 무역전쟁이 경제논리로 통쾌하게 해석되지 않는 것은 무수히 많은 요소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희망에 기대면 리스크만 더 키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대일로 무기로 美 목 조르는 中=값싼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 1990년 104억달러였던 적자가 2000년 838억달러, 2010년에는 2,730억달러로 부풀어 올랐다. 급기야 2017년에는 적자가 3,756억달러에 달했고 2018년에는 10월까지 3,44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덩치로 이어진다. 전 세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GDP 비중은 1980년 1.79%에 불과했지만 2000년 3.65%를 기록했고 2017년에는 15.2%에 달했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 극동에서 유럽을 아우르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으로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를 흔들기 시작했다. 미국은 1944년 달러화 단독 기축통화 시스템이었던 브레턴우즈 체제를 구축해 기존 패권국이던 영국을 보란 듯이 밀어냈다. 이제 중국이 미국에 같은 패턴으로 도전장을 냈다. 무엇보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로 상징되는 기술 굴기 전략을 내세워 앞으로 30년 이내에 미국으로부터 첨단기술 패권을 빼앗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내걸었다. 미국 내 ‘중국 위협론’이 결코 기우가 아닌 이유다.



◇중국몽 깨버리겠다는 美=‘미국 우선주의’를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자비한 반격 무기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보기술(IT) 제품을 중심으로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선공을 날렸다. 화웨이 등 중국의 대표 IT 기업을 고사시키기 위해 주변국에 동조를 요구하며 대대적인 대중 견제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기싸움의 수위를 높여온 양국은 무역전쟁이 자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가하기 시작하자 한발씩 물러섰다. 2018년 12월1일 정상회담을 갖고 ‘90일 합의’를 이끌어낸 양국은 올 초부터 본격적인 무역협상을 시작했다. 이달 말에는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직접 워싱턴으로 날아가 고위급 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무역전쟁이 첨단산업을 둘러싼 기술 패권과 일대일로 등 주변국 경제권을 둘러싼 지정학적 다툼으로 이미 확산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강제적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 장벽 △사이버 침입·절도 △서비스·농업구조 등에 있어 중국의 가시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오는 3월2일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을 겨냥해 관세율을 10%에서 25%로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넛크래커 신세 된 韓=문제는 수출로 먹고살아가는 한국으로서는 패권 다툼을 벌이는 두 강대국에 끼어 ‘넛크래커’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영국 픽텟자산운용은 미중의 전면적 무역전쟁이 양국뿐 아니라 글로벌 교역 체인에 긴밀하게 연결된 많은 국가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한국이 여섯 번째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만큼 미중 양국이 서로 추가 관세 맞불을 놓을 때마다 그 파편이 고스란히 한국에 튀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중 수출의 80%가 중간재라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양국의 싸움이 심화하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같이 ‘악’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기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쳐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 기업은 아예 고꾸라지게 된다. 결국 대안은 대체시장 확보다. 미중 무역전쟁은 단기간에 끝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박진우 무역협회 통상지원단 과장은 “미중 통상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 기업들은 향후 다가올 더 큰 위협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내 생산체제와 대미 수출 경로에 변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사이에 끼여 고사하지 않으려면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중남미 등지로 눈을 돌리고 정부는 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민주·정영현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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