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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박정림 KB증권 대표 "은행-증권 출신 따져 뭐합니까…고객돈 잘 불리는게 중요하죠"



KB증권 박정림 대표이사./권욱기자




■여성 첫 증권사 CEO

양손엔 언제나 서류뭉치 꽉찬 종이백

담배 안펴도 흡연실서 男동료와 소통

다방면 경력·경험 쌓아 유리천장 깨고

은행 부행장 → 증권사 수장 새역사 써



“무서운 건 도전하는 게 언젠가 피곤하고 주저하게 느껴지는 것이지, 새로운 분야가 겁나는 것은 아닙니다.”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사내에서 ‘종이 백 마니아’로 통한다. 그의 출퇴근길 두 손에는 거의 대부분 종이 백이 들려 있다. 그 속에는 그날 보고거리·읽을거리가 한가득 들어 있다. 직원들조차 어제 보고한 내용을 다음날 아침 줄줄 꿰고 있는 그에게 놀랄 정도다. 금융가 주당으로도 유명한 그는 업무상 거나하게 취해 가서도 종이 백 속 서류를 다음날 다 읽어오기로 유명하다. 치열하게 달려온 그의 업무 스타일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박 대표는 국내 증권사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여성 임원도 쉽지 않은 금융 바닥에서 은행 부행장을 거쳐 최초 여성 증권사 대표라는 새 역사를 썼다. 박 대표는 흡연실에서 자주 목격됐다. 으레 그가 애연가라고 생각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그는 담배를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다. 흡연하는 동안 남자 동료들 사이에 오가는 일에 대한 고민을 듣기 위해 흡연실 투어를 자처했다. 임원회의에서는 흡연실에서 오갔던 내용이 그저 확정될 뿐이라는 느낌에서였다. 박 대표는 “비흡연가임에도 되도록 흡연장소에도 가려고 했다”며 “많은 얘기는 거기에서 다 나오는데 또 복도 통신에서도 배울 게 있더라”고 말했다. 혈연·지연보다 더 끈끈한 게 흡연실 통신이니 말이다. 여성 첫 증권사 대표, 화려한 그 직함 뒤에는 그의 처절함과 노력이 있었다.

박 대표의 커리어는 그야말로 도전으로 수렴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에서 근무하다 결혼을 하고 일을 그만뒀다. 오래 일하던 여성이 많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도 했다. 경력도 거기에서 그칠 뻔한 순간이었다. 육아를 하다 다시 취업시장을 노크했다. 일이 주어진다면 분야도 가리지 않았다. 그래서 국회 비서관, 경제연구소, 보험사 등 업력도 다양하다. 그는 “당시에는 개연성이 없어 보일지 몰라도 어떤 일이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KB와 인연을 맺은 것은 계약직 1년짜리 부장이었다. 종이 백 투혼이 통했다. 은행 내에서도 주요 요직이자 보수적 업무로 남성 영역으로 통하는 리스크관리 부문 수장을 맡았다. 리스크·재무통이라는 명성을 쌓은 후 자산관리(WM) 부문을 맡았다. 탄탄한 리스크 관리를 겸비한 자타공인 WM 전문가로 불리게 된 계기다. 박 대표는 “어떤 커리어도 통하지 않는 것이 없다”면서 “리스크 관리는 통상적으로 은행에서 여성들에게 잘 맡기지 않는 분야였지만 리스크와 재무를 겪으니 또 많은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그룹 WM을 겸직했고 그룹 리스크관리본부장(CRO), 여신그룹부행장을 맡았기 때문에 정통 증권맨식 영업이 아니라 ‘통섭’을 전제한 그만의 영업·상품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KB증권 박정림 대표이사./권욱기자


■은행·증권 영역파괴+영토확장

올 증권+은행 복합점포 10여곳 추가



고액자산가 벗어나 누구나 자산 관리

年 6~7% 중수익 게릴라 상품 늘릴것

“고객 만족도 높이는 금융사가 승리”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정통 증권맨이 아니라 은행 출신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답은 명쾌하다. “우리는 결국 고객의 자산을 불려주는 업무를 누가 가장 잘하느냐의 차이이지 그것이 은행·증권 등 출신의 문제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합니다.” 목적은 결국 고객의 자산을 잘 키우는 것인데 그 수단이 검도이든, 태권도이든 상관없이 고객에게 안정적인 만족감을 주는 것, 그것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지론이다. 그는 “은행·증권의 경계는 더욱더 무의미해질 것이다. 어떤 다양한 ‘통섭’ 상품, 보다 유연한 상품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금융사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올해 국민은행과 함께 복합점포를 10곳 이상 낼 계획이다. 지난 2016년 24개였던 복합점포는 지난해 말 65개로 늘었다. 복합점포에 대한 믿음도 확고하다. 복합점포는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과 증권의 장점을 두루 누릴 수 있는 가장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형태의 공간이다.

“금융사의 테두리보다는 좋은 상품 공급력이 금융사의 성적을 좌우합니다.” 증권은 국내외 주식·부동산·WM 3개 축이 탄탄하기 때문에 많은 상품을 다양한 만기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어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WM 트렌드가 자산배분임을 고려하면 리스크를 전공한 증권사 CEO는 오히려 아킬레스건이 아닌 장점인 셈이다.

KB증권은 올해 9월께 자산관리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증권사의 모바일 플랫폼이 주식매매 창구가 되고 있는데 이를 주식매매에 국한하지 않고 자산관리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자산배분과 관리전략은 아직은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해 어떤 고객이든 모바일을 통해 자산배분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는 KB금융지주가 지향하는 ‘BoA-메릴린치’ 모델과도 맞닿아 있다. 2009년 BoA는 메릴린치를 인수한 후 WM과 기업투자금융(CIB)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했다. KB증권이 지주 내에서 더욱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박 대표는 “올해는 연 수익률 6~7%의 미들급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것”이라며 “한 상품에 수천억원씩 몰리는 상품은 허울은 좋지만 오히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름에 기댄 체급이 큰 상품보다는 작지만 강한 게릴라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다. 먼저 이달 말 부동산 자산을 일정 부분으로 기본으로 깔고 나머지 주식과 채권 등을 담아 부동산 자산으로 변동성을 잡아준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를 말할 때 최초의 ‘여성’ 증권사 대표임을 빼놓을 수 없다. 유리천장 얘기를 꺼냈더니 특유의 호방함으로 껄껄 웃으며 “유리천장은 견고하기도 하고 또 없기도 하다”면서 “보여주기식 여성 인사는 오히려 큰 지속적인 여성 인력 육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여성이 해왔던 업무에 여성 임원을 발탁인사 하는 것은 오히려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일회성으로는 견고한 유리천장이 깨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양념’에 가까운 여성 인사로는 견고한 유리천장을 깰 수 없다고 했다. 기존에 여성이 해왔던 업무 외에도 여성 중간관리자에게 다양한 경력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래서 전천후·다방면의 경력을 가진 커리어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두 명의 여성 임원을 발탁하는 것보다 누구와 경쟁해도 지지 않는 탄탄한 여성 직원의 경력을 육성하는 것이, 유리벽을 깨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유리벽은 주요 업무에서 여성이 배제되는 기존의 관행으로 이 유리벽을 깨고 여성들도 주요 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유리천장을 깨는 것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연초 인사에서 금융소비자보호부, 파생운용부, 리서치 기획, IB에 부동산본부장까지 다양한 여성 인재를 발탁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SHe is

△1963년 서울 △1982년 서울 영동여고 △1986년 서울대 경영학 학사 △1991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석사 △1999년 삼성화재 자산리스크관리 부장 △2004년 KB국민은행 시장운영리스크 부장 △2012년 KB국민은행 WM본부장 △2015년 KB금융지주 리스크 관리 책임자 부사장 겸 KB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2017년 KB금융지주 WM 총괄 부사장 겸 KB국민은행 WM그룹 부행장 겸 KB증권 WM부문 부사장 △2019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겸 KB금융지주 자본시장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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