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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Deal Maker] 서류 한장의 위력

■정경호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정경호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인수합병(M&A)는 법적으로 정의된 용어가 아니다. 그래서 어디까지를 M&A로 볼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들다. 직역하자면 합병과 인수(Merger & Acquisition) 거래가 M&A일 것이지만 그 외에도 단순지분투자, 분할, 영업양수도, 주식연계증권 발행, 주식 양수도를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경영권 양수도를 수반하는 주식거래는 M&A의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다. 이 유형의 거래에서는 경영권 양수도가 수반됨에도 불구하고 주된 거래 대상이 주식이고 양측간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은 까닭에 주식과 관련되지 않은 사항들은 상대적으로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표이사의 등기 문제다.

보통은 주식과 대금을 교환하기로 한 날에 대표이사 교체를 위한 주총결의를 할 수 있도록 주총 소집을 해 놓고 기존 이사진들의 사임서도 미리 받아 대표이사 교체를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비상장 회사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첫 번째 사례. 계약에 따라 주총소집도 미리 하고 기존 이사진들의 사임서까지 미리 받아 놓았는데 예기치 않은 사달이 생겼다. 오랜 기간 전문경영인으로 재직하다가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사임해야 할 지경에 몰린 대표이사가 낙심한 나머지 법인 인감을 들고 산으로 들어가셨다는 얘기가 들렸다. 주총이야 소집통지를 해 놓았으니 어찌어찌 열린다지만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등기를 위해서는 의사록을 공증해야 하는데 공증용 위임장에 날인할 법인 인감이 없다. 인감을 바꾸려고 알아보니 산으로 들어가신 대표이사의 개인 인감이 필요하다.



두 번째 사례. 단계별로 100%까지 주식을 취득하기로 한 거래에서 1차 주식 취득이 끝난 후 양수인측 인사들로 이사진을 교체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주식을 100% 취득하기 전에 양수인과 양수인이 지정해서 선임된 대표이사의 관계가 악화됐다.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대표이사는 인감을 틀어쥐고 주총소집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하려 했지만 다른 이사들은 전부 기타 비상무이사라 주총결의를 통해 사내이사로 재선출되지 않는 한 대표이사가 될 자격이 없다.

어쨌든 문제는 해결됐다. 공증인이 직접 와서 주총을 보고 공증을 해주는 출장공증의 방법을 이용하기도 했고 회사의 자산인 인감을 가지고 가서 반환하지 않으면 절도죄가 성립한다는 엄포가 통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액의 돈이 오고 가는 거래에서 결국 서류 한 장이 발목을 잡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법인인감 관리에 좀 더 신경 썼더라면 대표이사 명의의 주총소집 통지서만 발송될 수 있었더라면 문제는 좀 더 쉽게 해결되었을 것이다.

마지막 수단으로 법원에 주총 소집을 요청할 수도 있었으므로 어떻게든 문제는 해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방법은 시간이나 비용면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하는 방안이다. 혹시 전선을 넓혀 분쟁이 확대되거나 법원이 주총을 소집해 주더라도 원하는 의결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정족수를 갖추지 못한 경우도 발생할 수도 있다.

다소 이례적이지만 이런 상황을 겪을 때마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격언이 떠오른다. 이 격언을 잘 새겨야 한다. 숲을 보는 것은 좋지만 나무 없이 이루어진 숲은 없다. 주식 대부분을 인수하였으니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꼭 짚어보고 가야 할 나무도 있는 법이다. 외래어인 까닭인지 M&A라는 단어를 들으면 뭔가 거창하고 조금은 멋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M&A 거래에서 결국 마지막 방점을 찍는 것은 등기업무였고 문제 상황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서류 한 장이었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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