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날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는 대한항공·한진칼 경영 참여를 위한 주주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대한항공의 경우 위원 9명 중 7명이 경영 참여에 반대의사를 보였다. 상법이나 자본시장법 등 관련 제도가 미비해 주주권 행사에 따른 실익보다 시장의 혼란과 수익률 저하 등 비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의 지시에 전문가그룹이 일단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섣부른 경영권 개입으로 인한 부작용과 폐단이 그만큼 크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국민연금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 코드에 맞춰 기업 길들이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지금처럼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상위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장을 겸임하고 기금운용본부장 추천권을 가진 국민연금 이사장도 정권에서 내려보내면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기 십상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자칫 경영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국민연금의 당면과제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잘 관리하고 불리는 일이다. 그러자면 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려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 급선무다. 가뜩이나 마이너스 수익률로 고전하는 와중에 엉뚱한 데 관심을 쏟는다면 기금 안정성마저 흔들릴 우려가 크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스스로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안정적인 운용 시스템을 마련한 연후에 신중하게 추진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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