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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o-최대 위기 맞은 런정페이]毒이 된 대륙의 늑대, 다시 화웨이 구할까

中 인민군 장교 엔지니어 출신

자본금 365만원으로 화웨이 설립

30년만에 글로벌 통신장비업체로

작년 매출 1,000억달러 넘어서

공격형 임원 양성·상명하복식 구조

외형 위해 물불 안가리는 '늑대문화'

경쟁사 기술 복제·탈취 불거지면서

서방 보이콧에 멍완저우 체포까지

잘나가던 '런정페이 제국' 시험대에





“런정페이 회장이 강조한 ‘늑대 문화’가 화웨이를 성장시켰고 지금은 위기에 빠지게 했다.” (뉴욕타임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이 화웨이 창업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화웨이가 미중 무역전쟁의 상징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 제품을 줄줄이 보이콧하고 나선데다 그의 딸인 멍완저우 최고재무경영자(CFO)의 신변이 미중 간 최대 외교 문제로 번지면서 그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 군인 출신 기업인답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루고야 마는 ‘늑대 문화’와 야전에 임하듯이 일에 매진하는 ‘야전침대 문화’라는 독특한 회사 정체성을 구축하며 창업 32년 만에 화웨이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 낸 그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이 미증유의 시험대에 올랐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AP연합뉴스


런 회장은 지난 1944년 중국 구이저우성 안순시의 농촌 마을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충칭건축공업대에 진학한 그는 1966년 인민해방군에 입대해 엔지니어로 일했다. 쓰촨성 인민해방군 군사기지창 내 통신병과에서 복무한 그는 인민해방군 전군을 대상으로 실무기술을 겨루는 ‘전군기술성과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중국과학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1984년 인민해방군의 감군 정책으로 군복을 벗은 런 회장은 1987년 43세에 자본금 2만1,000위안(약 365만원)으로 화웨이를 설립했다. 화웨이는 ‘중화민족을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다. 창업 초기에는 홍콩에서 전화교환기 등을 받아 이윤을 붙여 파는 중개상 수준이었던 화웨이가 급속한 도약을 시작한 것은 독자 개발한 통신장비를 앞세워 1993년 군 통신장비 공급권을 따내면서다. 이후 중국 기술굴기의 상징이자 중국 정보기술(IT)의 메카인 선전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우뚝 선 화웨이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매출액 1,000억달러(약 122조원)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따리무역상과 다름없던 화웨이가 세계적인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기업으로 고속 성장한 비결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군 장교 출신인 런 회장이 구축한 화웨이의 기업문화다. 그가 1998년 ‘화웨이의 붉은 깃발은 언제까지 펄럭일 것인가’라는 사내용 글을 통해 “기업이 발전하려면 낭(狼)과 패(狽)의 세 가지 특징인 민감한 후각, 불굴의 진취성, 팀플레이 정신 등이 필요하다”며 제시한 일명 ‘늑대 문화’는 런 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사무실 야전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기술연구에 몰두한 전투적인 ‘야전침대 문화’와 함께 화웨이 성공신화의 일등공신으로 꼽혀왔다. 이러한 문화에서 단련된 화웨이 직원들이 2011년 리비아 내전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전란이나 자연재해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앞서 2007년에는 에베레스트산의 캠프와 등산로에 화웨이 기지국을 세웠으며 2003년 알제리 대지진 때도 화웨이 직원들은 현장에서 네트워크를 지키며 전 세계 고객들의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군대를 연상시키는 기업 문화에서 드러나는 런 회장의 상명하복식 경영전략은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바닥을 보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기업 발전을 위해서라면 법을 어겨도 된다는 회사 분위기가 오늘날 화웨이의 위기를 초래한 근본적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화웨이 문화가 어떻게 이란과의 거래를 성사시켰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화웨이 직원들은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따내기 위해 정부 관료들에게 뇌물을 주고, 미국 경쟁사의 기술을 복제하고, T모바일의 로봇 기술을 탈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영자매체 ‘SUPCHINA’도 “화웨이는 그동안 긴급한 문제들을 훌륭하게 해결했지만 그들 (늑대) 문화의 (문제에) 대해서는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이는 마치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와 같으며 화웨이가 매우 뜨겁다고 느끼는 순간 너무 늦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런 회장과 중국 공산당 간 유착관계의 의혹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화웨이는 비상장사로 런 회장이 소유한 회사 지분은 1.4%에 불과하다. 회사 측은 나머지 지분을 직원 8만명이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분 구조가 공개되지 않아 미국 등은 중국 정부 배후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톰 코튼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인민해방군 출신의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는 중국 공산당의 효율적인 정보수집 하수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혹 속에 화웨이가 중국과 무역전쟁 중인 미국의 타깃이 되면서 지금껏 승승장구해온 화웨이와 런 회장의 경영이 분수령을 맞았다. 지금껏 외부 인터뷰를 극도로 자제하며 ‘비밀주의’를 고수했던 런 회장은 딸이 체포되고 각국의 화웨이 퇴출 움직임이 확산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자 최근 직접 외신 인터뷰에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우는가 하면 “중국 정부의 부당한 정보제공 요구가 있다면 거절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한껏 몸을 낮추며 사태수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18일 사내 e메일을 통해 “지난 30년간은 순조롭게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당면한 곤경을 극복하기 위해 조직의 효율을 높이고 간소화해야 한다”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기도 했다.

불굴의 도전을 가능케 한 늑대의 DNA와 76세로 접어든 성공한 기업인의 노련함이 미중분쟁이라는 큰 파도에 휩쓸린 화웨이호(號)를 다시 성장궤도로 올려놓을지는 미지수다. 재팬타임스는 “런 회장은 본인을 포함해 화웨이 내 누구도 개인 운전사를 두거나 비행기 1등석을 이용할 수 없다는 ‘불문율’을 강조한 사람”이라며 “서방 등 외부의 개입에 절대로 무릎 꿇지 않겠다고 선언한 런 회장의 철학과 경영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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