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을 통해 확인한 강남·서초구 영어유치원 현황에 따르면 지원청이 파악하고 있는 관내 90개의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 중 6곳은 영어와 함께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영어유치원 중에서도 명문으로 유명한 A영어유치원은 중국어 교육을 합친 비슷한 이름의 새로운 영어유치원을 개설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의 월 교습비는 180만원 수준이다. A영어유치원 외 다른 영어유치원도 120만원 안팎의 고액 교습비를 받는다. ‘프리미엄 영어 수업’에 더해 중국어까지 가르치다 보니 수업시간은 영어만 가르치는 영어유치원에 비해 긴 편이다. 한 학부모는 “미래에는 중국어가 제1외국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다 보니 기왕 가르칠 거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도 가르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일곱 살인 아이가 영어를 영재 수준으로 구사하고 중국어도 일반 회화는 충분히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중국어마저 조기 교육이 성행하면서 중국 유명 대학교를 목표로 유치원 입학 시기부터 아이의 진학 계획을 짜기 시작하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다. 중국 명문대를 가려면 중국 유학보다 오히려 한국의 화교학교를 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화교학교 입학에 대한 인기가 커지고 있다. 화교학교는 외국인학교이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외국 국적을 갖고 있거나 자녀가 일정 기간 이상 외국에 체류해야 입학 자격이 생긴다.
최근에는 화교유치원을 먼저 다니면 화교학교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교유치원을 찾는 학부모들이 크게 늘었다. 서울 명동의 한성화교학교는 매년 유치원 입학 시기가 되면 일주일 동안 24시간 내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대리 줄서기’도 가능하다 보니 알바까지 극성이다. 화교유치원 입학을 시도해봤다는 한 학부모는 “줄서기 알바 고용은 필수고 시간당 1만원 정도씩 준다. 24시간씩 일주일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한 명으로는 어렵고 두 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렵게 경쟁을 뚫고 들어가도 만족할 만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화교유치원에 들어가려면 수백만원대의 등록금 외에 역시 수백만원 수준인 발전기금까지 별도로 내야 하는 등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또 중국식 교육을 받다 보니 다소 딱딱한 수업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화교유치원 이후 화교학교로 진학할 경우 국내 학력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뒤늦게 진로를 바꾸는 데도 어려움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중국어를 병행하는 영어유치원의 경우에도 “오히려 영어 습득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다시 영어유치원으로 유턴하는 학부모들도 나오고 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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