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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 ‘14억 대국’에 어른거리는 인구감소 쇼크 그림자

광둥성 선전에서 한 할머니가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있다. 뒤로는 경제성장을 이유로 ‘1가구 1자녀’ 정책을 도입했던 덩샤오핑의 대형 포스터가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14억 인구대국’ 중국이 인구 걱정을 한다?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사실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둔화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경제가 맞닥뜨린 또 하나의 복병은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한 인구 문제다. 무역전쟁이나 경기둔화와는 달리 인구 문제는 장기지속성을 가지고 한번 고착되면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인구감소 우려는 아직 중진국 티를 벗지도 못한 중국에 더 치열한 고민을 안기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최근 깜짝 놀랄 만한 중국 인구통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총인구가 13억9,538만명에 그쳤다는 것이다. 산술적으로는 전년 말보다 530만명이 늘어났다. 올해는 14억명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인구대국’의 위용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수치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이 숫자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선진국들을 짓누르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중국에서도 이미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통계에 따르면 20018년 한 해동안 중국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1,523만명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3분의 1 가량이 새로 태어난 셈이다. 하지만 전년도와 비교하면 이는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숫자다. 전년도인 2017년에 1,723만명이 태어났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출생아 수가 200만명이나 감소한 셈이다. 2016년 1,786만명에서 2년 연속 급감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엔도 중국의 인구 감소문제를 경고했다. 과거 인구과잉을 우려하던 것과 정반대다. 유엔은 중국 인구가 2027년 최고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도달할 최고 인구는 14억4,000만명 내외로 추산했지만, 예상외로 빨라지는 출산율 감소에 인구 최고점은 이보다 빠른 시기에, 더 적은 수치에 그칠 수 있다.

타오타오 인민대 사회·인구학원 부교수는 CCTV에 출연해 “인구문제는 종합적인 경제·사회대책을 필요로 한다”며 “주택과 취업을 포함해 여성노동보호, 세금, 출산휴가, 영유아보육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인구쇼크는 이미 시작됐다. 우선 노동인력의 부족이 가시화하고 있다. 수십 년 간의 지속적인 저출산에 따라 지난해 중국의 노동가능인구(15~64세)는 7억7,590만명에 그쳤다. 이는 전년보다 54만명이 감소한 것이다. 중국에서 노동가능 인구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풍부한 노동력을 무기로 그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던 중국의 명성은 토대부터 흔들리게 된다. 경제가 아직 성숙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수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최근의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이 무역전쟁이라는 ‘사건’ 때문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가의 인구감소는 경제성장에 따른 저출산과 관계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 살기 편해지면 아이를 적게 낳는다. 이는 우리나라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다만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일본은 4만달러 내외라는 점에서 이제 겨우 1인당 소득 1만달러 수준인 중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중국의 연도별 출생아수와 출생률을 보여주는 그래프. 출생아수는 2010년대 1,500만~1,600만명선에서 그쳤고 ‘1가구 1자녀’정책이 폐지된 2016년 1,786만명으로 반짝 늘었다가 다시 추락했다. 출생률은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가리킨다. /CCTV화면 캡처


사실 중국의 인구문제는 국가 정책과 직결되는 문제다. 바로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1가구 1자녀’ 정책이다.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한 덩샤오핑은 인구 증가가 경제성장의 걸림돌이라고 보고,1980년 국내외의 거센 반대를 물리치며 이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시행했다. 이 정책 시행이 어떤 윤리적·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는지는 차치하고, 인구 문제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기서 잠시 중국 인구를 역사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아편전쟁의 충격이 닥치기 직전인 1840년 청나라 인구는 4억명 내외로 추산된다. 역사적으로 동양사회에서 인구 증감은 군주나 지역 관리의 선정 능력과 직결됐기 때문에 나라가 평안할 때는 인구가 늘고, 폭정이나 전쟁 등에 시달리면 인구가 줄었다. 중국 근대에 들어와서 전쟁과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인구 규모는 매우 유동적으로 움직였지만, 그래도 조금씩은 늘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중국에서 과학적인 인구조사가 실시된 것은 1953년에 이르러서다. 당시 인구집계는 6억194만명이었다. 110여 년 만에 인구는 50%가 늘어난 셈이다.

‘사회주의’ 중국에 들어서면서 어땠듯 참혹한 전쟁은 없어지고 사회가 안정되면서 인구는 급증했다. 이런 인구급증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두고 중국 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1957년 마인추 베이징대 총장은 인민일보에 ‘신인구론’을 발표하며 “인구급증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식량부족 등 전반적인 생활수준 하락이 예상된다”며 인구의 양적 억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의 절대권력자이던 마오쩌둥이 제동을 걸었다. 그는 “지금은 인구가 많아야 좋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인구(人口)’가 아닌 ‘인구(人手)’로 부르자고도 했다. 인구를 소비층이 아닌 노동력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후 중국 인구는 급속히 늘어났다. 개혁개방 선언 후인 1982년에는 10억2,225만명에 이르렀다. 30년만에 두 배 가량으로 불어난 셈이다. 중국 정부가 ‘1가구 1자녀’라는 초유의 정책을 내놓은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다. 생산은 한정적인데 인구가 많으면 나눌 몫이 적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된 정책이다. 이를 통해 1987년 2,500만명에 달했던 한해 출생아 수는 1990년대 2,000만명 선에서 2000년대 1,500만~1,600만명 선으로 떨어졌다.

출생아 감소 문제는 1자녀 정책에 의해 태어난 아이들이 다시 자녀를 낳게 된 시점인 2010년을 전후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중국이 경직된 체제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1960~1970년대 태어난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각 가정에서 한 자녀만 낳도록 강제하면서 이런 인구보너스는 희석됐다.

조부모와 부모들이 중국 상하이의 놀이시설에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결국 강제적 인구정책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1기 집권기인 2016년에 폐지됐다. 2자녀 이상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이 바뀌면서 2015년 1,655만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2016년 1,786만명으로 반짝 늘었다. 하지만 추세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2017년 곧바로 꺾어지더니 2018년에는 충격적인 수치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수(1,523만명)은 ‘인구재앙’이나 다름었던 지난 1960년, ‘대약진운동’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의 1,392만명 이후 최소규모다.

사람들이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소득이 높아지는 한편으로 교육비는 더 빨리 상승하면서 부모들이 자녀들 양육에 부담을 갖게 되는 동시에 결혼을 아예 하지 않는 성인들이 늘어나면서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다자녀를 허용했다고 해도, 이미 1자녀 정책에 젖어버린 개인들의 심리까지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구가 적은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총 인구가 10억명으로 줄어도 여전히 ‘인구대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인구 수만 보고 낙관론을 펼 수 없는 것은 중국에서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만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1.9%였다. 고령사회(인구중 노인비율 14% 이상)가 눈앞이다. 한국은 이미 지난 2017년 말 노인비율이 14.2%를 기록하며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이웃 일본에서 보듯 노인인구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은 사회에 부담을 키운다. 노동력이 줄어드는 것과 함께 노인부양이라는 짐은 오히려 커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보다 훨씬 더 빠르게 고령화로 치닫고 있다.

일반적으로 먹고 살만하면 출생률은 떨어진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어 온 중국에서 강제적인 산아 제한정책은 필요 없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일부 성질 급한 정부들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수를 뒀고, 이것이 최근 저출산 문제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강하다.

하지만 여전히 산아제한 정책의 잘못을 인정하는 국가는 없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닝지저 국가통계국장은 “(출생아 감소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한 현상”이라며 “(향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식의) 과도한 해석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허베이성 한단시의 한 마트에서 한 할머니가 야채를 고르고 있다. 중국에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세계의 공장’이라는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외부의 시선은 많이 다르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6%에 그쳐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에서 내수로 경제의 엔진을 바꾸려는 중국에서 인구 감소가 현실화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이 될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40년 개혁개방의 산물이기도 한 중국의 인구쇼크가 향후 중국의 정치와 경제에 큰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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