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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베네수엘라에서 목소리 키우는 ‘차비스타스’

중무장한 차베스 추종자들 마두로에 충성 맹세

마두로 내전 각오에 “민병대로서 지원할 것”

미국은 과이도 국회의장 지지하며 군사개입 경고

EU·중남미 13개국 "특정편 옹호 안 해…재선거 치뤄야"

7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수도 카라카스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미국 등 일부 서방국의 내정 간섭을 비판하는 선전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카라카스=로이터연합뉴스




‘두 명의 대통령’이 대치하고 있는 혼돈의 베네수엘라에서 ‘차비스타스(Chvistas·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추종자들)’가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퇴진 압력에 몰린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사수를 위한 ‘목숨 건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차비스타스는 지난 1998년 권좌에 올라 ‘사회주의 혁명’을 내세워 미국과 대치하면서 베네수엘라를 14년간 지배했던 차베스 전 대통령의 추종 세력들이다. 이들은 2002년 차베스를 축출하기 위한 쿠데타가 발생했을 당시 정권으로부터 받은 총기류 등으로 중무장하고 차베스를 보위해 다시 권좌로 복귀시키기도 했다.

차비스타스는 이후 ‘콜렉티보스(Coletivos)’라는 이름으로 변형, 무기를 반납하지 않고 친정부 시위에 무장한 채 나타나 폭력적인 치안 활동을 하는가 하면 반정부 시위자 또는 반체제 지식인을 억압하고 강도 행위 등 민생범죄까지 일으킨다고 베네수엘라 야권은 주장한다.

수십여개의 조직으로 분산된 콜렉티보스중 하나를 이끄는 수베로(가명)라는 인물은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외국 세력들 때문”이라면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침공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명을 요구한 그는 “나는 준비됐고, 기꺼이 전쟁에 나설 것”이라면서 “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사관 출신인 수베로는 1992년 공수부대 중령이었던 차베스가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당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한 쿠데타를 시도할 때 가담했다가 실패한 뒤 차베스와 함께 수년간 옥살이를 했다. 수베르는 콜렉티보스의 다른 리더들과 함께 차베스가 이룩한 혁명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면서 마두로 정권을 보위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마두로 정부 들어 콜렉티보스는 규모가 축소되고 조직원들은 대부분 해산됐으나, 수천 명 정도는 세력을 형성하고 활동하면서 수도 카라카스의 일정 구역을 장악하고 자체 검문을 벌이는가 하면 라디오 방송국과 인터넷 카페 등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두로는 이번주 초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내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간섭한다면, 베트남전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콜렉티보스의 조직원 호르헤 나바스는 “베네수엘라가 제2의 베트남이 되지 말라는 법이 있나”라며 “우리는 민병대로서, 그 순간이 온다면 무기를 집어 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 나라 두 대통령’으로 요약되는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위기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교섭그룹’(ICG) 회의가 7일(현지시간)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열리고 있다. /몬테비데오=AFP연합뉴스


한편 지난 7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중남미 13개국이 모인 ‘국제교섭그룹(ICG)‘이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위기 해결을 위해 첫 중재모임을 가졌다. ICG는 베네수엘라가 자유롭고 투명한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90일 이내에 정치적이며 평화적인 절차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달 말께 출범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이나 일부 우파 중남미 국가들이 취해온 것처럼 특정 편을 옹호하는 방식보다는 불간섭주의적 접근 방식을 채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타바레 바스케스 우루과이 대통령과 함께 한 자리에서 “더 많은 고통과 혼란을 피하고 싶다면 자유롭고 투명하며, 신뢰할만한 대선을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치르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한 결과일 뿐만 아니라 유일한 성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EU 주요국을 비롯해 콜롬비아, 브라질 등 대부분 우파 정권이 들어선 중남미 국가들은 임시 대통령 선언을 한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의 매파 고위 관리들은 미국의 군사적인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과이도 국회의장은 지난달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작년 5월에 치러진 대선이 주요 야권 후보의 가택연금 등으로 불공정하게 치러졌다는 이유를 들어 스스로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바 있다.



EU의 지원 아래 국제 중재 국가들의 첫 회의가 열린 이날 미국이 지원한 인도주의적 구호 물품 100t을 실은 트럭들이 베네수엘라 국경 도시인 콜롬비아 쿠쿠타에 도착했다. 미국은 외국 원조를 촉구하는 과이도 의장과 야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2천만 달러어치의 비상 식품과 의약품 등을 보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구호 물품의 국내 반입을 금지하는 가운데 과이도 의장 측과 반입 및 배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과이도 의장을 비롯한 야권은 많은 국민이 식품과 의약품, 기초 생필품 부족 등으로 고통받는 만큼 외국의 원조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마두로 정권은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경 다리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반입을 막고 있다.

하지만 연간 인플레이션 100만%라는 경제붕괴 현실을 감안할 때 마두로 정권의 해외원조 차단은 조만간 한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마두로 정권의 든든한 지지기반으로 알려진 러시아에서도 붕괴 직전의 베네수엘라 경제상황으로 마두로 정권의 지속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와 정국이 급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베네수엘라는 살인적인 물가 상승, 식료·의약품 등 생필품난과 정정불안 등으로 2015년 이후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300만명이 조국을 떠나 콜롬비아나 페루 등 인근 국가로 이주한 상태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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