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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新인류가 온다]"가성비보다 갬성"...600만원대 조명에도 지갑 열어

<하> '감성형 소비자' 잡아라

가격·품질 대신 '자기만족' 최우선

가성비 떨어지는 블랙베리폰

키감에 반해 국내 마니아 10만명

'윤리적 소비' 트렌드 떠오르며

비건 화장품·페이크 퍼도 인기





#30대 직장인 김희주 씨는 얼마 전 블랙베리의 최신형 모델 ‘키투(KEY 2)’를 구입하며 블랙베리 감성에 푹 빠졌다. 아이폰 사용자이던 김씨가 블랙베리로 돌아선 결정적 이유는 아날로그 감성을 풍기는 키보드에 있다. 김 씨는 “블랙베리는 한·영 변환과 진동·벨소리 설정키가 없어 따로 단축키를 지정해야 하고 CJ헬로비전을 통해서만 개통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누를 때마다 똑딱거리는 키보드 소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 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블랙베리는 스케줄링·메모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특화돼 내 라이프스타일에도 알맞다”면서 “남들이 다 똑같이 갤럭시와 아이폰을 쓸 때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블랙베리를 사용하면서 나 역시 특별해진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소비의 이유?…오로지 ‘나의 만족’=이와 같은 사례가 김 씨만의 특별한 경우만은 아니다. 블랙베리는 실제로 구입을 해야 ‘블랙베리병’이 치유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상품으로 여겨지지만, 2017년 기준 국내 블랙베리 이용자는 약 10만가량으로 추산된다. 블랙베리 본사는 국내 마니아층이 두텁고 견고하다고 판단하고 키투의 1차 출시국에 한국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김 씨와 같은 소비자는 소비의 이유를 ‘자기만족’에서 찾는다. 분명한 결점이 있는 제품도 자신만의 취향과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구매한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는 타인의 시선이나 관습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을 중심에 두는 이와 같은 현상을 ‘나나랜드(As Being Myself·자기애)’라고 칭하고 올해 소비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른바 ‘감성형 소비자’들에 비싼 가격은 구매를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다. CJENM 오쇼핑부문에서 운영하는 이색상품전문점 ‘펀샵(FUNSHOP)’에선 600만 원에 육박하는 사자 오브제 조명도 선보인다. CJENM오쇼핑부문 관계자는 “이곳을 찾는 고객 대부분은 다른 데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상품을 원한다”면서 “기능성을 강조한 전기 전자 상품들이 특히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감성형 소비자의 등장은 SNS 업로드 문화가 이끌었다. 개인의 감성을 담은 상품을 소비하는 이들은 자신의 표현 창구인 SNS에 올리면서 지인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가성비’로 검색한 결과 20만 개의 게시물이 검색됐지만 ‘#갬성(감성보다 더 감각적인 뉘앙스)’의 경우에는 이보다 4배 이상 많은 90만 개의 게시물이 나타났다.

◇윤리적 소비도 ‘갬성’=가격·품질 등 전통적인 소비 판단 기준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대신 소비자들의 가치관을 반영한 상품이 이들의 지갑을 연다.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제품에 동물성 성분을 배제한 ‘비건 화장품’이 뜨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H&B 스토어 올리브영에 따르면 아로마티카·이즈앤트리·닥터브로너스 등 비건 화장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화장품 원료에 대한 관심과 함께 성분을 살펴보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비건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며 “올해에도 천연 유래 성분과 자연친화적인 제조 공법을 내세운 ‘착한 화장품’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에잇세컨즈 18FW 브릭 소프트 페이크 퍼 재킷




‘페이크 퍼’도 윤리적 소비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잔인하게 채취되는 천연 모피를 거부하는 소비자들이 화학섬유로 만든 인조 모피를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는 페이크퍼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 ‘네이비 페이크 소프트 퍼 쇼트 재킷’ 생산을 600장으로 늘렸지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완판을 기록했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밀레니얼과 Z세대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패션의 수요가 급증하며 페이크 퍼 상품을 찾는 고객이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2017년 대비 매출이 9배 이상 신장한 데 이어 향후 전체 페이크 퍼 시장도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CU 콩가루주의보/사진제공=CU


◇‘감성형 소비자’ 잡아라=감성형 소비자들이 성능·가격 등을 꼼꼼히 따지기보다 자신만의 기준에 방점을 두면서 업계는 다양한 방식의 대응에 나섰다. 소비의 ‘큰손’인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복고 감성의 패키지를 선보이는 곳은 CU다. 레트로 상품의 대표인 ‘따봉’은 출시 후 과즙음료 카테고리 내 상위 5위권을 일정하게 유지 중이다. CU 관계자는 “편의점은 젊은 고객이 많다 보니 ‘인스타그램 갬성’의 영향을 많이 받아 레트로나 미니멀한 패키지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빙그레는 판촉물로 빙그레의 로고가 박힌 ‘레트로 컵’ ‘마스킹테이프 세트’ ‘혼밥상’ 등을 증정한다. 본 판매 상품 못지않게 판촉물에 신경을 쓰는 것은 소비자들의 ‘감성’이 구매를 촉발하기 때문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바나나맛우유 키링, 메로나 수세미 등으로 이슈가 된 이후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가격· 기능 같은 물리적 가치보다 정서적 가치 만족을 중시하는 요즘의 소비자에게 매력있는 방법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뷰티업계도 새로운 디자인의 판촉물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신사옥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든다)’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판촉전시회를 진행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듯 판촉물이 본 상품 구매를 유도한다는 의미의 전시회였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올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을만한 판촉 제품들을 모아두고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영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CU 따봉 제품컷/사진제공=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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