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한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에 대해 우리 정부가 “관할권, 손해배상 청구 자격이 없다”며 반격에 나섰다. 우리 정부의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질 경우 손해배상 청구금액이 2억달러(약 2,200억원)보다 60% 이상 줄어들 수 있어 앞으로 중재판정부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우리 정부와 메이슨 간 ISD 중재판정부에 ‘피청구국의 본안 전 이의 제기 서면’을 제출했다. 법무부가 이의를 제기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보호받아야 할 투자자인지 자격 여부를 문제 삼았다.
앞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이 부당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ISD를 제기한 곳은 ‘메이슨매니지먼트 엘엘시(이하 메이슨매니지먼트)’와 ‘메이슨캐피털 엘.피’다. 법무부는 이 가운데 메이슨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삼성전자의 주식을 명의상 보유하고 있으나 실질적 투자는 케이맨제도 국적의 펀드에서 이뤄졌다고 봤다. 주식을 사들이는 실제 자금이 미국계 펀드가 아니라 상위 투자자인 케이맨제도 국적 펀드에서 흘러나온 터라 한미 FTA 규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투자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미 FTA에서는 투자를 ‘투자자가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모든 자산으로서 이윤에 대한 기대, 위험의 감수와 같은 특징을 포함한 투자의 특징을 가진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소유 여부는 물론 이에 따른 손실 위험성까지 지녀야 투자로 보고 한미 FTA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법무부는 상위 투자자가 있는 메이슨매니지먼트의 ISD 제기가 ‘제3자를 위해 (명의자, 대리인, 다른 자격으로) 청구할 수 없다’는 국제 투자법의 일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무부는 실질적 손해도 메이슨매니지먼트가 아닌 상위 투자자인 케이맨제도 국적 펀드에서 입는 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할 법적 근거도 없다고 제시했다. 이에 반해 메이슨매니지먼트 측은 중재통보·청구 서면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삼성전자 주식을 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만큼 FTA에 따른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이의 제기는 한미 FTA 제11.20조 6·7항에 따른 조치다. 해당 조항에 따라 중재판정부는 본안에 대한 모든 절차를 중지하고 ‘메이슨 측의 이의 제기 반박 서면 접수→우리 정부의 이의 제기 답변→양측 의견에 대한 심리’를 거쳐 최종 결정 또는 판정을 내려야 한다. 기한은 이의 제기 후 180일까지다.
다만 법무부는 “양측 합의에 따라 기간은 연장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이보다 30일가량 여유 있는 오는 8월26일까지를 중재재판부에 기한으로 제시했다. 법무부가 제안한 일정에 따르면 메이슨 측은 이의 제기 서면이 제출된 지난달 25일 이후 63일 안에 이에 대한 반박 서면을 제출해야 한다. 또 법무부는 반박 서면 제출 후 56일째가 되는 5월24일까지 이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한다. 이후 본안 전 이의 제기에 대한 심리를 거쳐 중재판정부는 8월26일까지 이의 제기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의 제기의 핵심은 삼성물산·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한 자금이 어디에서 흘러나왔는지”라며 “메이슨매니지먼트의 경우 상위 투자자가 케이맨제도 국적 펀드라는 구조상 한미 FTA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투자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체 투자액 가운데 64%가량을 메이슨 매니지먼트가 차지하고 있어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질 경우 청구금액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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