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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쇼핑 데스티네이션 전쟁] 태국 77개 지역 야시장 통째 옮겨놓은듯..매달 300만명 북적

<1>'동남아 관광쇼핑 메카' 태국 아이콘시암 가보니

대기업 3社 2조 들여 공동개발..방문객 ⅓이 외국인

이색 콘셉트로 명품관 꾸미고 日백화점도 입점시켜

유연한 규제 맞물려 오픈 3개월만에 방콕 랜드마크로

12일(현지시간) 오후 태국 방콕의 짜오프라야 강변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아이콘 시암’ 내 상생을 위해 마련된 유통시설 ‘숙시암’에서 관광객들이 구경하는 모습. 숙시암은 태국 각 지역의 고유한 가옥 양식 등을 따와 꾸며졌으며 각 지방의 소상공인이 이곳에서 직접 특산품과 요리 등을 판매하는 소매점을 운영한다./변수연기자




지난 12일 오후4시(현지시각)에 찾은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의 태국 최대 쇼핑몰인 ‘아이콘 시암’.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 짜오프라야 강변에 문을 연 이곳은 현지인은 물론 해외 관광객이라면 모두 들르는 핫플레이스다. 태국 여행은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푸껫이나 파타야에 국한됐었는데 이렇다 할 관광거리가 없던 방콕이 대형 쇼핑몰을 관광상품으로 내세운 것을 보니 상전벽해를 실감하게 했다. 1층 로비에 들어서니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우리나라의 코엑스처럼 1만5,000㎡(약 4,500평) 규모의 넓은 홀을 태국 77개 지방의 특색을 담아 마치 ‘작은 태국’처럼 꾸며 놓은 것이다. 로비 한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이곳은 ‘숙시암(SookSiam)’이라고 불리는데 아이콘 시암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태국 대표 지역의 소상공인을 입점시킨 유통시설이다. 태국의 명물인 ‘야시장’을 콘셉트로 10m 이상 높이의 천장을 검게 칠하고 전체적으로 밝기를 어둡게 만드는 등 시간제약 없이 야시장 관광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수상시장이 유명한 태국인 만큼 중간중간 수로와 호수를 설치해 소매상인이 직접 배를 타고 물고기와 과일을 판매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곳곳에는 태국의 전통 아티스트들이 만든 조형물 등이 전시돼 있었다. 평일 오후임에도 이곳은 해외에서 온 관광객과 휴가를 낸 현지인들로 북적거렸다. 이곳에서 만난 30대 오스트리아인 부부는 “여기서 짧은 시간 안에 쉽게 태국 전역의 문화와 특산품을 모두 구경할 수 있었다”며 “태국을 방문한다면 이곳을 꼭 방문하라고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국이 전 세계 여행자들의 눈길을 끄는 ‘쇼핑 데스티네이션 대국’으로 급부상했다. 재래시장·야시장 등 가성비형 관광이 아닌 럭셔리 쇼핑몰 중심의 관광을 강화해 홍콩·싱가포르에 버금가는 동남아시아 쇼핑 1번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이다.



아이콘 시암의 명품관 격인 ‘아이콘 럭스’./변수연기자


◇‘쇼핑 데스티네이션’ 대국으로 거듭나다=오픈 3개월 만에 방콕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아이콘 시암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콘 시암은 태국의 대기업 3사가 한화 2조원에 가까운 투자비를 들여 합작한 동명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총 개발면적만 75만㎡(약 23만평)에 이르며 태국 최대 재벌인 ‘CP(Charoen Pokphand)그룹’, 2위 유통 대기업 ‘시암피왓(Siam Piwat)그룹’, 상업용 부동산 전문 디벨로퍼 ‘MQDC(Magnolia Quality Development)’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52만㎡가 ‘작은 태국’ 숙시암 등에 할애됐고 나머지는 초호화 레지던스가 차지하고 있다.

오픈 당시 목표는 연 관광객 2,300만명을 유치하는 것이었는데 오픈 1년 안에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콘 시암 홍보담당자인 나타난씨는 “오픈 이후 월평균 300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며 “올해 3,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방문객 가운데 외국인이 3분의1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아이콘 시암은 차별화 승부수를 띄우며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도 포기했다. 숙시암에 소상공인을 유치하기 위해 임대료를 적게 책정했을 뿐 아니라 경쟁사의 입점도 허용해 원스톱 쇼핑의 매력도 배가시켰다. 아이콘 시암에 일본 유명 백화점 체인인 ‘다카시마야’가 입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대가 누가 됐던 공존 및 공생관계를 이뤄 이곳을 동남아 쇼핑 1번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명품관 격인 ‘아이콘 럭스’를 꾸밀 때도 다른 곳과는 매장을 차별화할 것을 주문했다. 루이비통의 천장을 태국 아티스트와 협업해 꾸미거나 구찌에 DIY(do it yourself) 제품을 판매하게 했다. 아이콘 시암 내에는 태국 최초의 애플스토어가 입점하기도 했다.

12일 오후 ‘아이콘 시암’ 내 중앙 광장에서 패션쇼가 펼쳐지고 있다./변수연기자


◇상상, 그 이상을 발휘하는 태국 vs 규제에 신음하는 한국=태국은 현재도 방콕을 중심으로 30만㎡ 내외급의 쇼핑몰이 18곳, ‘시암 파라곤’ 등 40만㎡ 이상 대형 쇼핑몰이 2곳, 50만㎡급의 초대형 쇼핑몰 4곳이 성업 중일 정도로 ‘쇼핑몰 대국’으로 변했다.

여기에 최근 75만㎡급의 아이콘 시암이 문을 열었고 65만㎡급의 방콕몰과 엠스페어백화점 등 초대형 쇼핑몰도 건설 중으로 그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복합쇼핑몰 중 최대 규모로 꼽히는 하남 스타필드가 연면적 46만㎡에 매장면적 15만6,000㎡다.

태국이 쇼핑몰 천국이 된 데는 연중 무더운 기후가 가장 큰 공신이었다. 여기에 유통 규제가 다소 유연한 것도 한몫했다. 나타난씨는 “태국의 쇼핑몰들은 365일 영업하며 근처 지역 소상공인이 반대한다고 해서 출점이 좌초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대형 유통시설의 운영 여부와 상관없이 전통시장에 갈 사람들은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방콕의 전통시장은 대형 몰과는 다른 매력으로 이미 경쟁력이 있다는 자부심도 그 배경이다.

반면 한국은 이런 상상력을 펼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형 유통시설의 출점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부지계약을 완료하고도 지역 소상공인뿐 아니라 인근 지역 소상공인까지 출점 반대에 나서면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출점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출점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유통산업발전법은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적용되는 월 2회의 의무휴업제도를 대형 복합쇼핑몰에도 강제하는 안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유통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유통시장의 중심축이 옮겨간데다 저출산으로 유통 업계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며 “침체에 빠진 오프라인 유통을 살리고 한국 관광 콘텐츠를 강화하는 길은 ‘쇼핑 데스티네이션’을 만드는 것인데 겹겹 규제에 둘러싸인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를 구현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방콕=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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