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051900)의 궁중 화장품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이하 후)’는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매출 2조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2003년 출시한 ‘후’는 지난 2016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내수 침체와 중국 관광객의 급격한 감소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해 불과 2년만인 지난해 매출 2조원 달성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후의 매출을 소비자판매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조원이다. 이는 글로벌 톱3 럭셔리 화장품인 랑콤(5조3,000억원), 시세이도(4조7,000억원), 에스티로더(4조4,000억원) 등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도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화장품 사업부 내 럭셔리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 비중이 2017년 71.2%, 28.8%에서 지난해 76.7%, 23.3%로 럭셔리 비중이 5.5%포인트 증가한 것 역시 럭셔리 한방 화장품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LG생활건강 럭셔리 브랜드의 자존심인 후는 해외시장 공략도 가속화해 2006년 진출한 중국에서 고급화 전략과 VIP 마케팅을 펼치며 현재 20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화장품주가 중국 관광객 감소 등으로 휘청하는 사이에도 ‘황금주’ LG생활건강은 매년 영업이익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국내 대표 화장품 브랜드 업체로 럭셔리와 프리미엄 라인을 모두 보유한 ‘K뷰티’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연 매출 6조7,475억원, 영업이익 1조393억원을 기록했다. 2005년부터 매년 한 해도 빠짐없이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최근 LG생활건강에 대해 럭셔리 브랜드 후의 높은 브랜드력을 기반으로 한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KTB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최근 각각 153만원, 150만원을 목표주가로 새롭게 제시했다.
LG생활건강은 2001년 LG화학(051910)에서 분리돼 LG생활건강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LG생활건강의 성장 스토리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이다. 특히 LG생활건강의 지금까지 20여 차례의 M&A는 지난 2005년 부임한 ‘차석용 부회장의 매직’이라고 불릴 만큼 성공적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인 분야가 화장품사업의 계절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추진한 음료사업이다. LG생활건강은 2007년 말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다이아몬드샘물, 해태음료(현 해태htb), 한국음료 등을 차례로 사들여 음료시장에 뛰어들었다. 2014년에는 차앤박화장품으로 유명한 CNP코스메틱스를, 2017년에는 ‘도미나크림’으로 유명한 태극제약을 차례로 인수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더마코스메틱’ 시장을 선점했다. 올해(2019년) 초에는 LG생활건강의 자회사 더페이스샵이 AVON(에이본)의 중국 광저우 공장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의 M&A는 더마코스메틱부터 코스메슈티컬 시장까지, 항상 시대 트렌드를 읽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LG생활건강의 ‘내진설계’ 원칙 역시 리스크와 성장성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음료 등 3개 부문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면서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든 경쟁 우위의 사업 구조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 매출에서도 화장품(3조 9,054억원), 생활용품(1조 4,612억원), 음료(1조 3,809억원)로 고른 톱니바퀴형 구조를 갖췄다
조경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에 대해 “화장품 부분에 중국인 인바운드 감소로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급증했던 시기의 프리미엄을 반영하긴 어렵지만 글로벌 브랜드와 비교해 면세점 채널 내 중국수요와 중국 내 고가 브랜드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여전한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의 꾸준한 성장과 차기 성장동력 브랜드인 ‘숨’의 중국 현지 추가 출점에 따른 매출성장과 이커머스 채널 성장이 향후 기대요소”라고 덧붙였다.
올해 LG생활건강의 매출액 전망치는 7조3,671억원, 영업이익은 1조1,59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 12%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률도 0.4%포인트 개선된 15.8%로 전망된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화장품 부문 성장은 면세점과 중국법인이 견인할 것”이라며 “중국 법인은 후 9개, 숨 9개를 각각 출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점 확대와 함께 점당 매출이 동반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지난해 말 생활용품 구조조정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생활용품 부문도 성장세 전환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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