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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미세먼지 대책] 서풍에 오염 갈수록 심해지는데...한중 공동대응 '공염불'

발생량·원인 찾아 대처할 연구자료 턱없이 부족

따뜻한 3월 중국發 황사까지 겹치면 최악 갈수도

오늘 수도권 처음으로 닷새 연속 '비상저감조치'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4일 오후 마스크를 쓴 서울 시민이 종로구 북악팔각정에서 희뿌연 서울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오승현기자




직장인 조영록(28)씨는 4일 오전 출근길에 천호대교를 건너다 깜짝 놀랐다. 무심코 바라본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극심한 미세먼지와 안개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호대교와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직선거리는 불과 3㎞. 코앞에 있는 지상 123층, 높이 555m의 국내 최고층 건물마저 고농도 초미세먼지의 습격에 가려진 셈이다. 조씨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현실로 와 닿은 것은 처음”이라며 “벌써 며칠째 비상저감조치가 이어지고 있는데 언제쯤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5일 수도권에는 사상 처음으로 닷새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최근 정부가 각종 대책을 수립하고 지난달 15일부터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 특별법)’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대기 환경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책이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과 공동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실효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연구자료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미세먼지 농도 8% 줄었다는데 계속되는 습격=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리간지에 중국 생태환경부 부장(장관)과 한중 환경장관회의를 갖고 “한국은 지난해 (국내) 미세먼지 농도를 8%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이를 알리는 자료를 중국어로 번역해 제공했을 정도로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국내 미세먼지(PM10) 배출량의 30% 이상(2014년 9만7,918톤 대비)을 감축하고 ‘나쁨’ 일수도 연간 258일에서 78일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미세먼지는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당장 서울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지난 1~2월 서울에서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12일, 경보는 2일간 발령됐다. 2018년 같은 기간에는 초미세먼지 주의보만 8일 발령됐다. 지난달 28일 서울에 내려진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여전히 해제되지 않은 상태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전국 10개 시도 부단체장들과 긴급 점검회의를 갖고 “시도에서는 고농도 미세먼지를 재난 상황으로 인식하고 빈틈 없이 대응해달라”고 역설했다.





◇턱없이 부족한 연구 자료=단기간에 현 상황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미세먼지 해결은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의 발생 원인을 함께 살펴야 가능한데 구체적인 연구 자료가 부족한 탓이다. 국내 미세먼지 중 국외 발생량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더라도 중국 등 다른 국가의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원인 분석이 우선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가 발주한 미세먼지 관련 연구용역은 총 2건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한국대기환경학회에 의뢰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 보완방안 마련 연구’ 용역이 완료됐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한국 동북아 미세먼지 정책연구 지원사업’ 연구는 1월에야 끝났다. 국제 연구 자료 역시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한중일이 공동으로 진행해온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LTP) 연구’는 지난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11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 이전에 발간하기로 합의를 마쳤지만 중국의 미세먼지 책임을 증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 (미세먼지 관련) 동북아 협력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추가적인 로드맵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따뜻한 봄, 앞으로가 더 걱정=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는 4일 기준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우 나쁨’을 기록했던 초미세먼지 농도가 5일에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매우 나쁨’을 기록하고 6일 오전까지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최근 미세먼지는 국내 발생량이 대기 정체에 따라 이동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중국 등 국외 미세먼지가 서풍을 타고 더해지면서 발생했다. 6일 오후부터는 미세먼지 농도가 잠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1년 중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시기가 3월인 탓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3월이 34.2㎍/㎥로 가장 높았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또는 ‘매우 나쁨’ 수준이었던 날도 31일 중 13일이나 됐다. 이 시기면 찾아오는 황사도 불청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3월 평균 황사 발생일은 1.9일로 1년 중 가장 많았다. 올 봄철 황사 발생일수는 평년(5.4일)보다도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최근 기상 요건으로 풍속이 낮아진 상태에서 국외 미세먼지가 들어오면서 오염 효과가 커졌다”며 “중국발 황사까지 겹친다면 미세먼지 농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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