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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신부 입장

신미나

날계란을 쥐듯

아버지는 내 손을 쥔다

드문 일이다

두어 마디가 없는

흰 장갑 속의 손가락

쓰다 만 초 같은 손가락

생의 손마디가 이렇게

뭉툭하게 만져진다





둥지 떠나는 새끼 새 인도하는 아빠 새는 나뭇가지마다 옮겨 다니며 한나절을 울지만, 날계란 같은 딸 손을 옮기는 아버지는 발걸음마다 속울음 고였을 것이다. 불면 날아갈 듯 쥐면 꺼질 듯 아깝다 변명했지만, 뭉툭한 손마디를 감추려 마음껏 손잡지도 못했을 것이다. 장갑으로 감추었지만 웨딩마치가 울려 퍼지는 짧은 동안 고스란히 들킨 것이다. 딸은 촛농처럼 울고 있지만 타다 만 초 같은 손마디는 어둠을 딛을 때마다 빛을 내줄 것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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