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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잡음 커지면 장사되는 미술시장

조상인 문화레저부 차장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가운데 제목이 헷갈리는 작품 하나가 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인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인지. 한국 출신의 미술품 딜러가 세계적인 거물급 갤러리로부터 영업기밀을 빼돌리고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지난 1월 소송을 당했다. 논란의 중심인 A씨는 국내의 대형 화랑에서도 일했던 실력파다. 그는 뉴욕과 홍콩 등지에 전시장을 둔 최정상급 화랑 리만머핀(Lehmann Maupin)갤러리에서 근무하며 지난 2017년 리만머핀의 서울갤러리 개관을 주도했다. 이후 뉴욕갤러리로 근무지를 옮겨 활약했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뉴욕의 또 다른 유명 화랑인 레비고비(Levy Gorvy)갤러리가 A씨를 뉴욕 디렉터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경쟁사로의 이적이다. 이것이 도화선이 됐다. 리만머핀은 A씨가 사표를 내기 하루 전에 퇴사 의향을 전달했으며 고객관리 정보를 빼간 동시에 일부 주요 정보를 삭제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곧이어 A씨 측은 리만머핀을 맞고소했다. 미술계 여론은 일개 직원에 대한 대형 화랑의 횡포이며 네트워킹은 개인의 자산이라며 오히려 A씨 쪽으로 기울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고객의 정보 보호를 위해 ‘헌신’한 그를 치하했다. A씨는 돌연 ‘유명인사’가 됐다.



이 ‘기이한 역발상’은 대기업 비자금 수사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서미갤러리를 떠올리게 했다. 서미갤러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특검이 불거진 2007년 매출이 1,466억여원으로 가장 높았다. 2011년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갤러리 대표가 검찰에 불려다닐 때도 매출은 1,216억원으로 전년보다 되레 32%나 급증했다. 범법 행위로 조사받고 언론의 질타를 받은 것이 역으로 장사를 도왔다는 뜻이다.

하지만 비정상적 매출을 자랑하던 서미갤러리는 미래저축은행·오리온·CJ그룹 등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현재는 폐관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시인 겸 극작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자서전 서문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내가 알고도 사실과 다르게 바꾼 것은 없다. 그러나 모르고 바꾼 것은 틀림없이 꽤 많을 것이다.” 기자의 상도의 관념이 고리타분한 걸까, 아니면 미술 시장의 생리가 잘못된 것일까. 헷갈리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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