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7> 돈맛 빠진 군대서 싸우는 군대로 재편...한반도 안보 위협 되나

반란군이던 홍군 '자급자족' 전통

건국 후에도 사업하며 재정 조달

習, 軍소유 기업들 민간에 넘기고

ICBM 등 최첨단무기 개발 가속

국방예산도 'GDP의 2%' 달해

한국과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中

신라 삼국통일·한국전쟁 등 개입

한반도 평화구축에 걸림돌 될수도









중국이 해군 창설 70주년을 기념해 다음달 23일 산둥성 칭다오에서 중국 해군 사상 최대의 관함식을 열기로 했다. 지난 2009년에 열린 60주년 기념 관함식에는 세계 14개국, 군함 21척이 참가했지만 올해는 이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도 자국의 최신예 군함을 총출동시켜 ‘군사 굴기’를 과시할 계획이다. 중국이 처음으로 건조한 항모 랴오닝함과 국산 기술로 만든 두 번째 항모 001A함, 미사일 구축함 ‘055형’, 강습상륙함 ‘075형’, 핵잠수함 ‘094형’ 등을 관함식에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제 분야에서는 대미 유화책을 잇따라 내면서도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확보하겠다는 ‘강군몽(强軍夢)’ 목표는 잊지 않았다는 의지다.

미국 등 서방의 경계심을 낮추려는 시도도 병행되고 있기는 하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장예쑤이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불과해 다른 선진국의 2% 이상과 큰 차이가 있다”며 “이런 제한적 국방비는 국가 주권과 안정, 영토 보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으로, 다른 국가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7.5% 늘어난 1조1,900억위안(약 199조8,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에 비하면 0.6%포인트 줄어든 증가율이다.

하지만 중국의 군사력을 단순한 국방비 숫자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일반에 공개된 중국 국방예산에는 외국산 무기 획득비용과 연구개발(R&D)비 등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정보국(DIA)이 최근 발간한 ‘중국의 군사력 보고서’는 지난해 중국의 공식 국방비가 GDP의 1.3% 수준인 1,704억달러였다면서도 실제로는 2,000억달러를 넘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포함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중국군 산하 인민무장경찰 등 준군사조직을 포함할 경우 2017년 중국의 국방비가 GDP의 2%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문제는 중국이 어떤 전투력을 갖고 있고 어떤 목표로 준비하느냐다. 시진핑 정부 들어 중국군은 ‘돈놀이하는 군대’에서 ‘싸우는 군대’로 변모하고 있다. 당장 미국에 맞서기는 어렵겠지만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을 맞는 오는 2049년까지는 ‘강군몽’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앞서 장 대변인이 중국군의 예산으로 ‘국방비’라는 표현을 썼지만 중국의 군대는 ‘국군’이 아니다. 공산당 소속의 ‘당군’이다. 이름도 인민해방군이다. 중국군의 상징을 보면 ‘8·1(八·一)’이라는 표지가 많다. 이는 1927년 8월1일,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무장봉기가 장시성 난창에서 일어난 날을 의미하는 숫자다. 그해 장제스의 4·12 상하이 쿠데타로 제1차 국공합작이 깨지고 공산당이 불법화된 데 대한 저항이었다. 공산당 군은 처음에는 난창 점령 등에 일시적으로 성공하지만 얼마 못 가 국민당 군대에 밀려 흩어졌다. 난창봉기와 함께 장시성과 후난성 등에서도 산발적인 봉기가 일어나지만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이후 후난성에서 봉기한 마오쩌둥 등이 장시성 징강산으로 이동하면서 ‘홍군의 전설’이 시작됐다.

이후 홍군은 △장정 △제2차 국공합작 △중일전쟁 등의 사건을 겪고 마지막으로 국공내전에서 승리해 중화인민공화국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인민해방군이라는 이름은 국공내전이 한창이던 1947년에 붙여졌다. ‘8·1’은 곧 공산당이 처음 군사행동을 시작한 난창봉기를 중국군(인민해방군) 건군일로 여긴다는 뜻인 셈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후에도 군은 여전히 국군이 아닌 당군이었다. 이는 홍군의 건설자이기도 한 마오쩌둥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 지금도 인민해방군은 국가조직인 국무원이나 국회 격인 전인대가 아니라 공산당에 소속돼 있다. 시진핑은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격으로 군을 지휘한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상 중국의 대외 팽창 시 그 길목에 놓여 있다. 중국군이 1949년 건국 이후 첫 전쟁을 한반도에서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중국은 북한을 돕되 미국에 직접 맞선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중국인민지원군’이라는 이름으로 참전했지만 동북아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이웃 나라 분쟁 개입에 다름 아니었다.

중국이 최근까지 치른 마지막 전투는 1979년 베트남전이다. 일반적으로는 무승부로 인식되지만 사실상 중국이 진 싸움이었다. 당시 중국군은 숫자만 많았을 뿐 장비나 보급·훈련은 베트남보다 한 수 아래였다. 문화대혁명 와중에 정치에 개입한 중국군은 군기이완이 만연했다. 베트남 같은 작은 나라에 패했을 리 없다는 중국 특유의 ‘체면 차리기’는 이후 중국군의 재편을 방해하는 요인이 됐다. 베트남전 참전 직후에 본격화한 개혁개방도 군사 문제를 정치가들의 관심에서 떼어놓았다.



물론 애초에는 소련, 이후에는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면서 중국의 군사력은 급속도로 강화됐다. 하지만 기본적인 모순이 있었다. 반란군으로 출발한 홍군에는 자급자족하는 전통이 있었다. 건국 이후에도 별도의 예산운용이 진행됐다. 즉 군이 직접 기업을 운영하면서 재정을 조달한 것이다. 당연히 군이 하는 사업은 독점사업이었다. 개혁개방 과정에서 수익이 늘어나고 비리도 증가했다. 군인들이 전투훈련은 받지 않고 돈벌이에만 몰두한 것이다.

군사력 개편이 시작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후진타오 전 정부 때부터 군 소속 회사들을 민간으로 옮기고, 특히 시진핑 정권 들어서는 군 소유의 모든 기업을 청산하고 민간과의 기존 계약 연장도 불허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싸워서 이기는 군대’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전투형 군대가 말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훈련을 강화하든지 아니면 마치 곧 전쟁이 곧 일어날 것처럼 긴박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중국이 미국과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나 남중국해, 때로는 황해에서 긴장을 유발하는 것은 군 기강 잡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진핑은 올해 초에도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불사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군 개혁은 2016년에 진행됐다. 기존 내부반란 진압 위주의 7개 군구(軍區)를 새롭게 동·서·남·북·중부 등 5개의 전구(戰區)로 개편하고, 18개 집단군 가운데 5개를 해체하고 13개만 남겼다. 그러면서 기존 230만명이던 병력을 200만명으로 축소했다. 전구나 집단군의 모든 지휘명령은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게 집중된다.

전구사령부는 육해공군을 포괄한다. 한반도와 연관된 전구는 동북3성과 산둥성을 관할하는 북부전구다. 여기에는 78(사령부 지린성 창춘), 79(〃랴오닝성 랴오양), 80(〃산둥성 웨이팡) 집단군으로, 병력 17만명의 지상군을 포함해 공군·북해함대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북한 급변사태 등에 바로 투입될 수 있다. 다음달 국제관함식이 열리는 칭다오는 한반도를 겨냥한 북해함대의 모항이다.

첨단무기도 속속 갖추고 있다. 미 본토를 직접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00여기를 포함해 사정거리 1,000~1만㎞의 둥펑 미사일은 위협적이다. 현재 항공모함 2척을 건조했고 2035년까지 총 5척의 항모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버금가는 S-400 방공 시스템도 러시아로부터 대거 도입했다. 한국의 사드는 경상북도 내륙에 배치돼 있지만 S-400 포대는 한반도가 바로 마주 보이는 산둥반도에 놓일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앞세우는 중국몽을 위해서는 결국 미국을 넘어서야 한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노골적인 군비경쟁을 벌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수뇌부는 빈약한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 계획 등 미국과 군비경쟁을 하다가 결국 해체된 구소련의 운명을 반면교사로 삼는다. 중국 당국자들이 말끝마다 “평화발전을 추구하고 헤게모니 쟁탈에 반대한다”고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중국은 첨단기술 개발에 열을 올린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GPS)과 같은 ‘베이더우’ 시스템이다. 내년까지 35개 위성으로 구성된 베이더우 시스템이 완성된다. GPS가 군사용으로 처음 개발된 것처럼 중국의 베이더우 역시 군사정보위성이다. 베이더우 위성을 쏘아 올리는 로켓은 곧바로 ICBM으로 전용할 수 있다. 항공모함이나 스텔스기 개발에 열중하는 것도 우선 첨단군사 기술에서는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욕심에서 나왔다. 미중 무역전쟁의 쟁점 중 하나인 기술 절도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야가 군사기술이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집권 이후 ‘강한-성당(强漢-盛唐)’ 시대를 재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나라와 당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왕조이자 한족이 세운 왕조였다. 이런 시대를 만드는 것이 바로 중국몽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향후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을 논하기 전에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과거 한나라와 당나라는 모두 세계 지배에 나서기에 앞서 한국과 충돌했다. 한나라는 기원전 108년 고대조선을 멸망시켰고 당나라는 676년 신라의 삼국통일을 방해했다. 앞서 언급한 1950년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의 개입은 이런 역사의 반복이었던 셈이다. 중국의 군사력 동향에 특히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