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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브렉시트가 英 강대국 역할 끝낸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파리드 자카리아




英, EU 탈퇴땐 경제동력 상실

스코틀랜드 연대 약화도 불보듯

세계질서 뒤흔들 가능성 충분

잘못된 정책 번복할 용기낼 때

민주주의의 최대 강점은 잘못된 정책이 종종 번복된다는 점이다. 포퓰리스트 물결이 서구를 휩쓸면서 일련의 뚜쟁이 프로그램들이 제정되는 것을 지켜보는 우리에게는 위안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이전 정부의 흔적이 지워지기도 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는 예외다. 그대로 진행된다면 아마도 지난 10년래 최대의 정치적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신중함과 예의범절 및 정확함으로 정평이 난 영국이 브렉시트와 관련해 무모한 결정을 내리고 현실을 왜곡하더니 이제는 스스로 정한 데드라인까지 변경하려 드는 등 느닷없이 미개발국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영국이 정말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다면 그것은 영국뿐 아니라 유럽과 서구 전체에 나쁜 소식이 될 것이다.

마르틴 샌부가 폴리티컬쿼털리에 기고했듯 브렉시트는 늘 “문제를 찾는 해법”이었다. 유로회의론자들이 EU 탈퇴를 원하는 일반적 이유가 EU를 거대한 초국가주의 권력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최고의 증거다.

사실상 영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회원국의 유로회의론자들이 EU를 싫어하는 것은 이를 비대한 자유시장 권력으로 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다른 국가들이 사실관계를 거꾸로 알고 있거나 영국의 보수주의자들이 미쳤다는 뜻이다.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WP) 동료인 앤 애플바움에게 브렉시트에 이르는 노정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가들이 무엇을 눈여겨볼지 묻자 아마도 보수정당에 집중할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윈스턴 처칠과 마거릿 대처를 비롯해 서구의 우상으로 존경받는 정치인들을 숱하게 배출하며 거의 1세기 동안 영국을 통치해온 토리당은 보수당이야말로 1900년대의 가장 중요한 정당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냉전 후 좌파 정당들이 사회주의 이념을 포기하고 중도로 이동하면서 우파들은 정체성 위기에 직면했다. 우익은 반공과 자유가 제공했던 것과 같은 명증성과 목적을 찾아야 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미국 공화당은 낙태·동성애 권리와 이민 등 사회적·문화적 이슈를 강조했으며 이를 자유주의자들에 대한 종교적 분노와 결합시켰다.

영국의 보수주의자들은 토니 블레어와 데이비드 캐머런이 그랬듯 진흙탕에 빠졌고 애플바움이 말했듯 유럽에 대해 급진적인 경향을 띠게 됐다.

물론 유로회의론자들은 늘 존재했지만 규모가 작았고 당내에 기괴한 소수파였다.

캐머런의 재임 중반기에 그들은 당을 볼모로 잡고 영국을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이제 우리 모두 브렉시트 드라마에 신물을 내지만 반드시 염두에 둘 것이 있다. 브렉시트는 재앙이다. 샌부가 지적하듯 영국의 경제는 높은 가치를 지닌 제조업과 서비스 분야에서만 경쟁력과 생산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 둘은 모두 통합된 유럽 시장에 의존한다.

물론 영국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것이고 또 그럴 만한 능력도 지니고 있지만 브렉시트는 영국이 저성장과 부진한 국가혁신의 길을 걷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브렉시트에 따른 해외정책의 영향은 최소한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지만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임이 입증될 것이다.

만약 브렉시트가 발생한다면 수년 내에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유럽과의 연합을 유지하기 위해 영국과의 유대를 완화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레이트브리튼은 잉글랜드와 손바닥만 한 웨일스로 축소되면서 북미·유럽과 중국 등 21세기의 3대 경제 블록과 격이 맞지 않는, 유럽 연안에서 떨어져 있는 소국이 될 것이다.

250년 동안 세계사를 틀 지었던 도시인 런던은 엄청난 돈을 쓰면서도 지정학적 영향력은 거의 없는 서구의 두바이가 될 것이다.

유럽 역시 브렉시트로 큰 손실을 입을 것이다. 영국은 크고 생동감 넘치는 경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국이 자유시장과 개방성·효율성과 전향적 해외정책을 외치는 유럽의 결정적 목소리였다는 점이다.

또 영국은 보다 원대한 목적을 위해 강력한 군대를 유지하고 배치한 몇 안 되는 유럽 국가들 중 하나다.

중국 같은 비서방 국가들이 뜨면서 국제관계의 중심 질문은 서구에 의해 구축된 후 지난 75년간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낸 국제 시스템이 지속될 것인지다.

혹은 중국과 인도의 부상과 러시아의 부흥이 국제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로버트 케이건이 국제생활의 ‘정글’이라고 부른, 민족주의와 보호주의로 점철된 구질서로 우리를 돌려보낼까.

우리가 아는 세계질서는 진보적 백인 슈퍼파워인 영국과 미국이 차례로 지배했던 200년에 걸쳐 구축됐다. 브렉시트는 강대국으로서 영국의 역할에 종말을 고할 것이다. 행여 그것이 정치적·전략적 실체로서 서구의 붕괴가 시작되는 날이 되지나 않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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