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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레오의 테이스티 오딧세이]감칠맛 펄떡펄떡…'봄맛 오른 멸치' 잡으러 남쪽으로 떠나볼까

봄철 멸치, 뼈 연하고 기름기 많아

물살 센 남해, 탄력 UP·가격도 굿

남해안에서 잡힌 멸치가 상자째 쌓여있다./사진제공=강레오




강레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감칠맛의 ‘끝판왕’ 멸치의 해가 본격적으로 돌아왔다. 매년 봄이 되면 경남 남해의 친한 동생을 만나러 간다는 핑계로 일단 차를 끌고 남해군 미조항으로 향한다. 지금 이맘때는 멸치 쌈밥과 멸치 회무침을 먹기 위한 인파가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남해로 줄지어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봄에 잡히는 멸치는 회로 먹거나 숯불에 구워 먹거나 양념에 조림하는 등 어떤 방법이든 다 좋다. 가을이나 겨울에 잡히는 멸치보다 크고 뼈가 연하며 살에 기름이 많이 올라 고소하고 부드럽다. 남해 항구에서 경매가 끝난 크고 반짝이는 봄 생멸치는 신선한 상태일 때 바로 천일염에 버무려지는 게 좋기 때문에 전국 각지로 배송되는 현장은 늘 바쁜 모습이다.

나 역시 남해에서 멸치액젓을 구입한다. 선단을 직접 운영하며 훌륭한 액젓을 만드는 거래처가 있기 때문에 늘 믿고 살 수 있다. 남다른 멸치액젓의 맛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 어느 날 나와 직거래하는 어부가 아침 일찍 치과에 갈 일이 있었다고 한다. 오전 8시 30분부터 동네 할머니들이 30명이나 대기하고 있었는데 한 시간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한 할머니에게 다가가 3만원에 자리를 사려고 했다. 할머니가 거절하자 이 어부는 직접 담근 멸치액젓을 차에서 가져와 다시 흥정을 시도했다. 할머니는 멸치액젓을 맛보곤 흐뭇해하며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고 한다. 소비자가격 9,000원짜리 액젓으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주변에 할머니들도 멸치액젓 구입을 원했지만 액젓은 한 병밖에 없어 결국 어부는 할머니들의 원성을 샀다고 한다.



멸치는 통영·삼천포·남해·여수 등 남해안 지역뿐만 아니라 동해와 서해에서도 적지 않게 잡힌다. 하지만 이 중에서 유독 남해안 멸치가 맛이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각 지역의 바다 생태 조건을 보면 먼저 동해안의 경우 수심이 깊고 물살이 다소 약한 편이라 멸치들의 운동량이 많지 않다. 때문에 멸치 육질의 탄력이 다소 약하다. 서해안 멸치는 동해에 비해 강한 물살에서 자란 덕에 살의 탄력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펄이 많아 멸치에서 펄 냄새가 나는 특징이 있다. 남해안은 수심이 얕고 물살이 강해 멸치 살의 탄력이 좋다. 서해에 비해 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멸치 자체가 갖는 향과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최대 멸치 산지는 통영이다. 전국 멸치 어획량의 절반 이상이 이 곳에서 난다. 그다음 여수, 삼천포, 남해, 고성 순으로 멸치 어획량을 볼 수 있지만 멸치의 질은 또 다른 이야기인 듯하다. 하지만 각 지역 어부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지난 3년간 멸치가 많이 잡히지 않아 멸치와 액젓 가격이 예년보다 비쌌다고 한다. 작년에도 생멸치 조업이 좋지 않아 다들 걱정이었는데 올해는 벌써 남해안에 멸치 어획량이 엄청나다고 한다. 오히려 멸치 값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어부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잡아 올리기 전까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요즘 들어 남해에 고래들이 많이 출몰한다고 한다. 고래가 돌아다니며 먹어 치우는 멸치의 양은 무시 못할 정도다. 고래가 먹어 치우기 전 멸치를 많이 잡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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