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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로봇 창세기]상상 속 로봇, 어떻게 현실이 됐나

■ 이노우에 하루키 지음, 창해 펴냄

1920년 희곡 'R.U.R'서 첫등장

소설·영화와 연계되며 급속 발전

日 '로봇 문화사' 흥미롭게 풀어내





로봇은 왜 로봇이라 불리게 됐을까. 그 시작은 1920년에 출간된 체코슬로바키아의 소설가 카렐 차페크(1890~1938)의 ‘R.U.R’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제품명인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의 머릿 글자를 딴 제목이다. ‘로봇’ 이전에는 사람과 비슷한 모양과 기능을 가진 기계를 자동인형이라는 뜻의 ‘오토마타(Automata)’라 불렀다. 하지만 소설 ‘R.U.R’이 주목받고 연극으로 뉴욕 등지에서 상연된 것을 계기로 신조어인 ‘로봇’이 뿌리를 내렸다. 내년을 로봇 탄생 100주년의 해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로봇 창세기’는 일본로봇학회의 정회원이자 로봇 관련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100년 전 로봇이 일본에 처음 소개될 무렵부터 태동한 로봇 관련 문화를 소개한 책이다. 차페크의 ‘R.U.R’에 등장하는 로봇은 피와 살을 지닌 인공적 유기체였으니 이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완벽하게 다다르지 못한 ‘휴머노이드’였다.

그럼에도 소설을 현실로 만들어보려는 인간의 노력은 지극했기에 1920년대 중반부터 유럽과 미국에서는 기계 로봇 제작이 이어진다. 1927년 10월에 뉴욕에서 공개된 ‘텔레복스(Televox)’는 사람의 목소리를 인식해 그 명령을 따랐다. 물론 소리가 너무 낮거나 높으면 무의미해서 이용하는 사람은 반드시 적절한 음성 높낮이를 유지해야 하는 고단함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즉시 1928년 2월호의 일본 과학잡지들을 통해 소개됐고 “외출한 아내가 빈집에 있는 텔레복스에게 (전화로) 저녁 식사를 준비하도록 명령하는 장면”이 아주 상세하게 묘사되기도 했다.

연이어 1928년 9월 런던에서 열린 기계전시회에 등장한 로봇은 ‘에릭(Eric)’이었다. 인격을 부여한 이름을 가진 이 로봇은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나무꾼의 모습과 흡사하다. 책은 이렇게 등장한 로봇과 이를 소개한 일본의 각종 신문·잡지의 화보와 기사를 상세하게 분석한다. 이후 일본에서도 ‘가쿠텐소쿠’나 ‘레마르크’ 같은 기계로봇이 등장했다. 하지만 로봇은 시키는 대로 명령을 따르는 존재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영혼 없는 정치가를 ‘로봇 정치가’로 부르는 일본의 풍자용어도 여기서 파생했다.



사실 로봇의 등장 초기에는 무기로 쓰일 수 있다는 환상 때문에 전쟁광들을 매혹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전쟁에 쓰일 정도로 정교하지 못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오히려 세계대전으로 치닫던 1936년 이후로 로봇과학의 침체기가 시작된다. 그렇다면 같은 시기 한국은 어땠을까. 책의 본문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으나 저자는 ‘한국어판 후기’를 통해 식민지 조선에서 “1923년 4월1일에 발행한 잡지 ‘동명(東明)’ 2권 14호는 ‘서양명가 단편소설’ 특집을 실었는데 여기에 이광수(1892~1950)가 ‘인조인’이라는 제목으로 요약한 ‘R.U.R’을 게재했다”고 소개하고 “박영희가 ‘R.U.R’을 ‘인조노동자’라는 제목으로 1925년 2~5월 ‘개벽’에 한국어로 옮겨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책을 좇아가다 보면 왜 일본이 독특한 로봇 문화를 갖고 있으며 안드로이드나 휴머노이드가 고도로 발달할 수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책의 번역자 최경국·이재준 씨는 “수많은 과학기술들은 전문적인 학술 언어로부터 출발해 신문·소설·만화·영화 등으로 옮겨지고 나아가 자동차·컴퓨터·휴대폰·접착제·자전거·예술작품 등의 다양한 매개를 거쳐 변형된다”면서 “변형들을 연결하면 과학기술은 일상세계의 언어로 바뀌고 공공의 목소리로 번역돼 하나의 독특한 문화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지역경제 투어의 일환으로 찾아간 대구에서 고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되는 로봇 산업의 핵심 육성을 강조했다. 책은 산업적 육성 못지않게, 오히려 그보다 앞서 ‘로봇 문화’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번 책에서 1920~1938년의 상황을 다룬 저자는 후속작으로 ‘로봇 전쟁기 1939~1945’를 준비하고 있다. 2만8,5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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