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그림속에선 이미 활짝핀 '인왕산의 봄'

■한국화가 오용길 개인전

중학동 現 서울경제서 본 인왕산

2005년 그림에 담아…靑 본관 걸려

수묵화 깊이에 수채화같은 청량감

봄 기운-인왕산 등 신작 20점 선봬

오용길 ‘봄의 기운-인왕산’ 58x73cm, 화선지에 채색화, 2019년작. /조상인기자




산에는 벌써 꽃이 피었다. 품 넓은 인왕산이 내려다보는 서울성곽을 주변으로 산수유와 벚꽃이 피었고 진달래도 분홍빛 얼굴을 내밀었다. 실제 풍광은 아직 오지 않았고 그림에서다. 오용길(73) 화백의 최신작 ‘봄의 기운-인왕산’이다.

그의 ‘인왕산’은 올 초 청와대 본관에 걸려 화제가 됐다. 지난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문을 낭독할 때 그 오른쪽으로 오용길의 ‘인왕산’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촛불정부’라 불리는 이번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2016년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그린 임옥상의 ‘광장에, 서’가 1년 남짓 걸렸던 자리를 대체한 것이라 더욱 의미심장했다.

오용길의 2005년작 ‘인왕산’은 현재 청와대 본관에 걸려 있다.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인왕산을 그린 이가 어디 오용길뿐이겠는가. 국보 제216호로 지정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시대를 막론하고 화가들은 인왕산에 매료됐다. 청와대에 걸린 오 화백의 ‘인왕산’은 지난 2005년 딱 이 무렵인 초봄, 당시 종로구 중학동에 있던 한국일보 건물에서 내려다 본 풍광이다. 한국일보가 떠나간 그 터에는 지금 서울경제신문 사옥이 자리 잡았다. 오 화백은 “당시 그 건물에 예식장이 있어 결혼식에 다녀가다 본 인왕산 모습에 입이 떡 벌어져 사진을 찍고 출력해 요리조리 손질해 가며 그렸다”면서 “인왕산과 경복궁 사이 옥인동 자리는 실제보다 조금 좁게 그린 것도 심상(心像)으로 다듬은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 작품에 대해 작고한 미술평론가 이규일은 “관념산수가 주를 이루던 시대에 겸재는 ‘진경(眞景)산수’를 만들어 냈으니 오용길의 ‘인왕산’은 현대 감각을 살린 ‘신인왕제색도’”라 평했다.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된 평론가 윤범모는 “바위산의 괴량감을 표현하는 데 수묵이 적격이요, 중경의 주택가는 엷은 채색으로 그리고, 근경의 경복궁 마당은 여백과 함께 먹색을 강조해 대비를 이뤘다”며 생동감을 극찬했다. 이 그림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 됐고, 청와대는 정기 작품 교체 시기에 맞춰 미술관 소장품을 본관에 걸었다.

오용길 ‘봄의 기운’




한국화의 대가로 불리는 오용길의 근작 개인전이 26일부터 강남구 압구정로 청작화랑에서 개막한다. 수묵의 중후함과 수채화 같은 맑은 청량감을 겸비한 화가의 특기인 산수풍경 20점이 걸렸다.

광양의 매화밭과 충북 단양의 사인암, 산동의 개울가에서 채집해 온 ‘봄의 기운’ 연작은 꿈인 듯 곱다. 작가는 실제 풍경을 사생하되 “이상적이지 않은 풍경은 약간씩 손을 본다”면서 “조형적으로 없는 게 낫다 싶으면 산길도 지워버리고 무너져 내린 흙담도 치워가며 조경(造景)을 한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서 그린 ‘성하-만휴정’은 가을에 본 풍경이지만 녹색 잎을 강조해 여름 풍경으로 옷을 갈아입히고 갈색 텁텁한 황토물을 옥빛으로 바꾸었다. 현실에 없는 이상향을 그림으로나마 꼭 보여주겠다는 화가의 집념이 읽히는 듯하다.

청작화랑에서 26일부터 4월9일까지 열리는 오용길 개인전 전시 전경.




화가와 청와대의 인연은 비단 ‘인왕산’ 뿐만 아니다. 지난 1998년에 그린 폭 260㎝의 ‘봄의 기운’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구입해 갔다. 복숭아꽃 만발한 산비탈을 그린 그 그림 또한 안평대군의 꿈을 그린 안견의 ‘몽유도원도’처럼 오용길이 창조해 낸 이상향이었다. 전시는 4월 9일까지.
/글·사진=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