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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레오의 테이스티 오딧세이] 75일간 스스로 먹이 찾는 강화도 '갯벌장어'…비싼 몸값만큼 탱글탱글한 식

일반 장어보단 껍질 훨씬 두껍고

오래 구워도 부드러워지지 않아

강화도 갯벌장어/강레오






올해는 강화도에서 친한 동생으로부터 벼농사를 배우게 돼 강화도를 자주 갔다. 아침부터 트랙터로 논을 쟁기질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몇 년 전 이 근처에서 만난 재료가 떠올랐다. 올해 내가 농사를 짓게 된 논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난 훌륭한 장어였다. 흔히 강화도 ‘갯벌장어’라 불리는 이 특별한 장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민물장어와 같은 품종이다.

장어의 종류는 참 다양하다. 흔히 ‘아나고’라고 불리는 ‘붕장어’는 남해에서 많이 잡히는데 부산 경남 지역에서는 주로 회나 구이로 먹는다.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함이 매력적인 장어다. 전라남도 여수나 고흥에서는 붕장어를 구워 먹거나 탕으로도 많이 먹는다. 통발을 사용해 잡는다.

‘갯장어’ 또는 ‘참장어’로 한국에서 불리는 녀석은 ‘하모’라는 일본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주로 회나 탕, 샤브샤브 등으로 요리해 먹는다. 잔가시가 많아 세심하게 칼집을 넣어야 한다. 살은 굉장히 부드럽지만 엉켜 있는 살 속에 가득한 가시를 뽑아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칼로 잘게 잘라 불편함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손질해야 한다.

붕장어나 민물장어와는 달리 굉장히 뾰족한 이빨을 가지고 있다. 너무 날카로워 물리면 상당히 고통스럽고 물려본 사람들은 그 통증만큼이나 강한 트라우마가 생긴다. 주낙을 사용해 잡지만 위험한 이빨 탓에 감히 낚싯줄을 입에서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아 낚싯줄 채로 잘라 수족관에 넣어 둔다. 이 때문에 모든 장어가 입에 낚싯줄을 물고 있는 재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곰장어’라 불리는 ‘먹장어’는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양념이나 소금구이로 판매되는데 고소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옆 동네 기장에 가면 짚불을 사용한 짚불구이 곰장어가 유명하다. 콤콤한 향에 짚불이 타며 생기는 연기에 훈연이 되어 절묘한 향과 맛의 조화를 이룬다.

남해의 해남이나 서해의 고창 지역에 가면 민물장어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주로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서식하는 장어다. 한국과 일본에서 많이 먹는 이 장어는 바다에서 치어를 잡아다가 육상에서 양식한다. 환경오염 탓인지 너무 많이 잡은 이유에서인지 개체 수가 많이 줄었다. 치어 가격도 상당히 비싸져 수입산이 늘고 있다. 회로는 먹지 않으며 주로 소금구이나 양념구이로 많이 먹는다. 일본에서는 ‘히쓰마부시’라는 나고야식 장어 덮밥의 재료로 사용하는 장어다. 살은 꽤 탄력이 있으나 천천히 오래 구워 부드럽게 요리해 먹는다.

이렇게 다양한 장어들이 있지만 내가 강화도에서 만난 갯벌장어는 지역의 특산품이 됐을 정도로 특별하다. 이 모든 장어 중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1㎏에 11만 원 정도다. 한 마리에 500g 크기인 갯벌장어는 주로 고창이나 해남에서 잡히는데 강화도로 옮겨와 양식한다. 육상에 구덩이를 파고 강화도 앞바다의 갯벌과 바닷물을 퍼올려 그 갯벌 속에 장어를 풀어 두고 양식을 시작한다. 75일간 아무런 먹이도 주지 않으며 갯벌 속에서 스스로 먹이를 찾게 한다. 갯벌장어는 주로 물고기나 새우의 치어를 잡아 먹고 자란다.

처음에는 500g 정도의 무게에서 살이 조금씩 빠지는 듯하지만 이내 활발한 먹이 활동으로 인해 75일 후에는 다시 500g 무게로 돌아온다. 75일이다! 이때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갯벌 속에서 75일을 생활한 이 장어는 일반 장어보다 껍질이 훨씬 두꺼우며 오래 구워도 부드러워지지 않는 탱글탱글한 식감이 특징이다. 마치 75일간 훌륭한 PT를 받은 듯한 탐스러운 근육질 몸매의 장어였다. 불판에 구우며 가위로 자를 때면 가위질을 할 때마다 서걱거리는 소리가 꽤 인상적이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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