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 왕국’의 부활을 꿈꾸며 일본 정부의 주도로 설립된 재팬디스플레이(JDI)가 대만·중국 컨소시엄으로부터 800억엔(약 8,140억원)의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지난 2016년 샤프에 이어 한때 세계 최대 중소형 액정패널(LCD) 제조사로 이름을 날리던 JDI마저 중국계 자본에 넘어가게 되면서 일본 액정산업의 쇠락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만의 터치스크린 패널 업체 TPK와 푸방그룹, 홍콩 하비스트펀드 등 3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400억엔을 출자하는 등 대규모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일본 정부가 JDI의 최대주주 지위를 잃게 됐다고 보도했다. 다음주께 양사가 정식 계약을 체결하면 현재 25.3%의 지분을 보유한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투자기구(INCJ)의 지분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반면 외국계 자본의 의결권은 50%에 육박하게 된다.
JDI는 2012년 경제산업성 주도하에 일본 액정사업의 부활을 목표로 히타치 제작소, 도시바, 소니의 관련 사업 부문이 통합해 탄생한 회사다. 그러나 한국·중국 등과의 경쟁에 밀려나면서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된데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응에서도 뒤처지면서 적자 경영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의 펀드가 최대주주였던 점이 신속한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면서 경영을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5회계연도에 1조엔에 육박하던 매출액은 최근 3분의2로 줄었으며 미국 애플사로부터 빌린 자금 변제도 부담이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앞서 샤프가 대마 훙하이정밀공업에 넘어간 데 이어 JDI마저 중국계 자본 산하로 들어감에 따라 일본에는 교세라와 파나소닉 등 생산 규모가 작은 기업들만 남게 됐다며 일본 액정사업의 퇴조가 더욱 뚜렷해졌다고 지적했다. 컨소시엄은 JDI의 일본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JDI 기술을 활용해 중국에 OLED 패널 공장을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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