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의 19%가 ‘적대적 반항장애’를 앓고 있으며 이 중 40%(초등학생의 8%)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붕년 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팀이 지난 2016년 9월부터 약 1년 6개월간 서울·대구·제주·경기고양 지역 소아청소년과 부모 4,057명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여 정신건강 실태를 확인한 결과다.
ADHD는 참을성 부족, 산만함, 불필요한 과잉행동,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 적대적 반항장애는 화내기, 어른의 요구나 규칙을 무시·거절하기, 고의적으로 타인을 귀찮게 하기, 자신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 타인에 의해 기분이 상하거나 쉽게 신경질 내기, 화내고 원망하기, 악의에 차 있거나 앙심 품기 등의 항목 중 4개 이상이 6개월 동안 지속되는 경우다.
4개 지역 초등학생 1,138명의 정신질환 유병률은 적대적 반항장애 19%, ADHD 10%, 특정 공포증 8%, 틱장애 6%, 분리불안장애 및 우울장애 각 2.5% 등이었다. 적대적 반항장애 초등학생의 10명 중 4명은 ADHD 환자였다.
김 교수는 “유아기에 과잉행동·충동성 등 ADHD 증상에 대한 적절한 진단·치료 없이 반복적으로 제재당하며 쌓인 스트레스가 성장 과정에서 적대적 반항장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ADHD부터 치료하지 않으면 적대적 반항장애 개선이 어렵고 계속 방치할 경우 품행장애·비행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등학생 자녀에게 적대적 반항장애 증상이 있다면 단순한 반항으로 여기기 전에 부모의 양육방식, 유아기 시절 자녀의 행동과 증상을 되짚어보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면밀히 상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고교생 998명을 조사했더니 ADHD 또는 적대적 반항장애 청소년 중 자살 시행 의도를 가진 비율은 6.6%로 정상 청소년(1.1%)의 6배나 됐다.
김 교수는 “ADHD 증상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쌓아온 분노와 고립감·복수심 등이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우울감과 만나면서 자살과 공격성이라는 극단적 행동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DHD는 우선 뇌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의 불균형을 잡아주는 약물치료를 하고 나이·생활습관 등에 따라 부모 교육, 인지행동치료 등을 병행한다.
김 교수는 “ADHD 증상은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다양하게 발현되고 공존 질환이 있으면 산만하거나 과격한 행동 등 일반적인 ADHD 증상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 질환을 진단하고 공존 질환 여부 등을 파악한 뒤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초중고생은 3~8%, 성인은 4.4%가 ADHD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성인 ADHD 환자는 범죄·사고율이 높고 10명 중 8명은 우울, 불안,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을 함께 앓고 있다고 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