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이재민 대피소를 찾아 “(정부가) 잘할 테니 힘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천진초등학교 체육관을 찾아 이재민들의 손을 잡고 위로하며 “사람 생명과 안 다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집을 잃어버린 것은 정부와 강원도가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민들은 “세상에 그 바쁜데 여기까지 오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오히려 불길을 빨리 못 잡아 재산까지 다 잃게 만들었는데 정부가 송구스럽다”며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이 적지 않아서 제가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피해 당시의 상황을 묻고 대피소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지를 챙겼다. 문 대통령은 “짐도 못 가지고 나오고 몸만 나오셨냐”고 급박했던 대피 당시의 상황을 물으며 “대피소 생활에 어려움이 없나”라고 물었다. 이재민은 “모두 잘해준다”고 답했으나 문 대통령은 대피소에 놓여 있는 컵라면을 보고 “그런데 드시는 것은 컵라면이냐”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곁에 있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저녁부터 급식을 제대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화재 피해가 가슴이 아프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다들 무사하게 피신해 우선 그게 고맙다”고 속마음을 밝히면서 “우선은 빨리 집을 복구해 돌아갈 수 있게 하고 (그동안은) 대피소에 있어야 하니 최대한 편하게 지낼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앞서 문 대통령은 대책본부가 차려진 토성면사무소에서 상황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야간에는 헬기 동원이 어려우니 가급적 일몰 시간 전까지는 주불을 잡고 그 뒤에 또 잔불을 정리하는 그런 점까지 진도가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소방대원 등의) 안전에도 유의해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워낙 바람이 거세 조기에 불길이 확산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지만 우리 소방당국과 군, 경찰, 산림청, 강원도, 민간까지 협력해 더 이상 산불이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아주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현장 방문은 문 대통령이 오전11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피해 상황 등에 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결정됐다고 고민정 부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산불현장점검을 위해 속초시 영랑동 장천리 장천마을을 찾아 불에 탄 축사 등에 다가가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어두훈 장천마을 통장이 “농사철이 왔는데 불탄 농기계가 가장 걱정”이라고 말하자 “강원도와 함께 힘을 합쳐 최대한 돕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주민들을 만나서는 “안녕하시냐고 인사를 건네지도 못하겠다”며 “이 차림으로 불을 피해 나온 겁니까. 다친 데는 없습니까”라고 챙겨 물었다.
문 대통령은 동행한 최문순 강원도지사에게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물론 트라우마도 잘 치료 받을 수 있게 조치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주민들에게 “복구는 정부와 강원도가 최선을 다하겠다”며 “힘내세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마을회관에서 문 대통령이 주민들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하자 일부 주민은 “대통령이 직접 올 줄은 정말 몰랐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얼마나 놀라셨나. 안 다친 게 얼마나 다행인가”라며 “집 복구, 임시 거처 마련, 피해보상 등이 신속히 이뤄지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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