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이 자기 이름을 알아듣는다는 과학적 결과가 나왔다. 이름을 불러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던 고양이가 실제로 자기 이름과 다른 단어를 분간하는 능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다. 고양이가 소위 집사(고양이를 키우는 주인)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건 알아듣지 못해서가 아니라 ‘굳이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사이토 아쓰코 일본 조치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영국 과학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이 같은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고양이들의 인지 능력을 “고양이가 자기 이름을 인식한다기보다는 먹이를 줄 때나 같이 놀 때 주인으로부터 반복해서 이름을 불린 경험에 의한 것”으로 풀이했다.
연구팀은 가정이나 고양이 카페에서 기르는 이른바 ‘집 고양이’ 67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먼저 고양이와 아무런 관계없는 단어 4개를 고른 뒤 이를 고양이의 이름을 부를 때와 같은 발음과 억양으로 말했다. 주인과 주인이 아닌 연구자 또한 각각 부르도록 한 뒤 귀와 머리, 꼬리의 움직임, 울음소리 등의 반응을 지켜봤다.
그 결과 실험에 참가한 고양이들은 4개의 단어를 들려줬을 때 첫 번째 단어보다 네 번째 단어에서 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5번째로 실제 이름을 듣자 반응이 가장 크게 두드러졌다. 발음과 억양이 유사한 단어에는 눈을 번쩍 뜨는 정도였지만 이름을 부르자 머리와 몸을 움직였다.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말했을 때도 이와 유사한 반응이 나타났다.
한 블로거는 “고양이의 성격 차이도 존재한다”면서 “어떤 고양이들은 이름이 불릴 때마다 ‘야옹’ 대답을 해 주지만 어떤 고양이들은 못들은 척한다”고 말했다. 이어 “등을 돌리고 있는 고양이가 이름을 듣고 꼬리를 ‘파닥파닥’ 움직일 때나 귀를 ‘쫑긋’ 세우는 것도 ‘지금 듣고 있다옹’이라는 신호”라면서 “고양이 나름의 소통 방식이니 집사들은 너무 서운해하지 말라”고 전했다.
많은 고양이가 함께 사는 고양이 카페에서는 함께 생활하는 다른 고양이의 이름을 불렀을 때도 반응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이토 교수는 “공동생활을 할 때 자기 아닌 다른 동료의 이름이 불렸을 때도 먹이를 주기 때문에 생긴 반응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고양이 카페에서는 많은 손님이 오고 가면서 손님마다 이름을 부르는 억양에 차이가 있는 등 환경 조건이 달라지면서 자기 이름과 다른 고양이의 이름을 들었을 때 뚜렷한 반응 차이는 보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온라인에는 ‘새끼 고양이 이름 짓는 방법’ 등 글들도 있었다. ‘키튼매거진’은 좋아하는 음악가나 영화 등을 생각하며 유행을 따라 짓거나 짧고 간단한 이름을 추천했다. 재치있는 이름도 좋지만 정치적인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양이를 통해 정치적 성향을 표현하는 것은 솔직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 블로거는 ▲동물형(나비, 치타, 곰이 등)▲음식형(치즈, 초코, 후추 등)▲곡식형(호두, 보리, 콩이 등)▲체형형(빵빵이, 뚱이, 넙죽이 등)▲자연환경형(바다, 모래, 금강 등)▲무늬형(점순이, 땡이 등) 등 종류별로 다양한 고양이들의 이름을 분류해 큰 공감을 얻었다.
고양이는 약 9,500년 전부터 인간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에는 6억 마리 정도의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고양이가 주인과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하거나 주인의 표정을 보고 행동을 바꾸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최정윤 인턴기자 kitty419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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