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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국을 떠나는 두뇌] 이공계 박사, 한국 복귀 7년만에 다시 미국행

서울경제 탐사 보도-[S리포트]
미국 석·박사 출신 이공계 인재, “한국은 기회가 균등하지 않아요.”
이공계 박사·의사 등 미국행 행렬…매년 1,500명 이상 이민
“한국 직장 동료들이 부러워하는 눈빛”…“대한민국은 인재 유출 넘어 국민유출 관심 가져야”



이공계 석박사와 산업 엔지니어 등 인재들이 한국을 등지고 미국으로 향하는 등 인재 유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주한 미 대사관 앞에 시민들이 비자 인터뷰를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미국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석박사까지 모두 마친 후 한국 대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30대 중반의 김모씨. 한국 대기업으로 스카우트될 때만 해도 계약사례(singing) 보너스에 병역특례까지 받으며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입사한 지 불과 2년 후에 다니던 직장이 외국계 기업에 인수합병(M&A)된 뒤 일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쌓이기 시작했다. 한국의 연구센터는 본사 R&D센터의 변방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심연구는 본사에서 담당하고 한국 R&D센터는 본사가 판단하기에 사소하거나 연구를 진행하기에 귀찮은 주제만 떠맡았기 때문이다. 본사에서 R&D 연구주제를 받아 오는 임원에게 “미국 출장 때 한국 R&D 인력도 우수하다는 점을 알려 중요한 연구 아이템을 받아올 수 없느냐”고 건의도 해봤다. 하지만 항상 “너는 시키는 일이나 잘하라”는 말만 들어야만 했다. 결국 김씨는 이공계 박사 등이 아무 조건 없이 미국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NIW(National Interest Waiver)를 통해 지난 2월 미국땅을 밟았다. 물론 이민비자 발급을 진행하면서 미국의 일자리도 얻었다.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 학위를 받은 인재가 한국 생활 7년 만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것이다. 김씨는 “한국에서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는 다른 회사를 알아봤지만 갈 수 있는 기업이 고작 한두 개에 불과했다”며 “미국에서는 전공을 살릴 일자리도 풍부하고 지역과 연봉에 따라 골라서 일할 수 있는 만큼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전공 살릴 기업, 한국에 1~2곳 불과
불공정한 박사 학위 취업 시장도 배경
김모씨는 한국에서 이직을 고민할 때만 해도 미국 이민의 가능성은 열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직을 알아보던 중 한국에서 이직을 할 수 있는 회사가 불과 1~2개에 불과한 것을 알고 미국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제가 이직할 수 있는 기업이 1~2개인데, 경력직 채용 공고가 언제 나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기다릴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는 관련 일자리가 많은 것을 알고 있었지요.”

더욱이 미국에서 도시계획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마친 배우자가 한국에서 겪은 불합리한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아이 엄마가 미국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고 한국에 들어와 취직을 알아보던 중 한 국책연구기관의 채용 공고를 접했어요. 당연히 지원했고 면접장까지 갔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국책연구기관에서 포스트 닥터 과정으로 이미 근무 중인 특정인을 위해 채용공고가 나간 것이었고 당연히 그 사람이 채용됐어요. 참 서글펐어요. ‘한국은 기회가 균등하지 않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밖에요.”



미국 이민과 함께 현지 취업도 성공
출근 2달 여만에 또 다른 이직 제안도 받아
그가 미국 이민을 추진할 계획을 밝히자 배우자도 반겼다. 부부가 모두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만큼 어쩌면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는 “영주권 받는 과정에서 미국 직장도 잡았다. 한국에서 받던 연봉이 1억2,000만원 이었지만 미국의 현 직장에서는 8만5,000달러를 받는다”면서도 “연봉은 줄었지만 미국은 4시면 퇴근이 가능해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직장에서 근무한 지 불과 2달 만에 다른 직장에서 연락을 받았다. 연봉 14만2,000달러의 글로벌 회사로부터의 이직 제안을 받은 것이다.

“마침 오늘 아침에 좋은 소식을 들었어요. 지금 근무하는 곳은 대학의 연구소인데 글로벌 기업에서 연봉 14만2,000달러를 제시하며 이직 제안을 해왔습니다. 아이 엄마도 좋아하고 해서 아마도 그 회사로 이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이제는 인재 유출 넘어 국민유출에 관심 가져야”
그는 미국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를 모두 마쳤지만 당연히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의 최고 기업인 S그룹에 입사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불과 7년을 근무한 뒤 이제는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서 근무할 때 ‘시키는 거나 잘 하라’고 하던 상사들이 제가 미국 영주권을 받고 미국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직장까지 잡았다는 소식을 듣더니 조용히 부르더군요. 어떻게 미국 이민에 성공했는지, 어떻게 미국에서 직장을 잡았는지 물어보셨어요. 그리고 저를 모두 부러운 눈빛으로 보시더군요.” 김모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가 끝나갈 무렵 한 마디만 하겠다고 했다. “이제 대한민국은요, 인재 유출을 넘어 국민 유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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