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덕 감독이 오는 18~25일 열리는 제41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에 위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영화계와 여성단체들은 모스크바영화제의 이번 인선에 대해 “그의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일이자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모스크바국제영화제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위원장에 김 감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김 감독에 대해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와 충격적인 비주얼, 그리고 전례 없는 메시지로 관객과 평단 양쪽에서 환영받았다”고 소개했다. 김 감독은 영화 제작 당시 ‘미투(Me too)’ 의혹을 폭로한 여성 배우와 이를 보도한 MBC PD 수첩을 상대로도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김 감독이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히는 모스크바영화제의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영화계와 여성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영화산업노조는 “제작현장에서 그의 언행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도의적 해명도 내놓지 않은 채 국제무대에서 활동을 계속하는 데 대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은 “김 감독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해외 영화제 심사위원장에 위촉된 것은 창작 등 그의 공적인 활동에 면죄부를 주는 일”이라며 “어렵게 증언에 나선 여러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감독은 지난달 열린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이 개막작으로 초청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모스크바영화제는 지난 989년 배우 강수연이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여우주연상을, 2003년 장준환 감독이 ‘지구를 지켜라!’로 감독상을 받으면서 국내 영화 팬들에게도 익숙한 영화제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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