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장법인 감사인등록제를 준비 중인 ○○회계법인입니다. 근무지는 역삼동으로 소규모 법인이나 팀은 계약승계 등을 포함한 합병이 가능하며 개인별 입사도 가능합니다. 합류하실 회계사님들 연락주세요.”
#2. “대기업 외부감사를 위해 △△회계법인과 합병 논의를 진행할 중소형 회계법인 또는 팀(10~20명) 단위로 합류 가능한 분을 찾고 있습니다. 개정 외감법이 정하는 상장법인 감사 최적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오는 11월1일 시행을 앞둔 상장법인 감사인등록제와 감사인지정제를 앞두고 회계법인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다.
11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다음달 1일 시작하는 감사인 등록 신청을 앞두고 최근 회계법인 간 인수합병(M&A) 및 분할 논의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의결한 감사인등록제에 따르면 회계법인들은 상장법인 외부감사를 위해서는 회계사 40명 이상(지방은 20명)의 자격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에 등록해야 한다. 해당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비상장법인 감사나 단순 세무로 업무가 제한된다. 금융위는 다음달부터 감사인 등록 신청을 접수하며 12월까지 감사인 등록을 마치지 않으면 내년도 상장법인 감사 업무를 할 수 없다. 감사인지정제도 함께 시행된다. 감사인지정제는 금융당국이 기업의 외부감사를 맡을 회계법인을 지정해주는 제도로 회계법인의 규모에 따라 지정받게 되는 기업의 규모가 달라진다. 자산 규모에 따라 기업을 5개 군으로 나누고 회계법인도 5개 군으로 분류했다. 직전 사업연도 자산이 5조원 이상인 기업은 소속 회계사가 600명 이상이어야 하고 1조원 이상 5조원 미만은 120명 이상이어야 한다. 4,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은 60명 이상의 회계사를 보유해야 한다.
이에 따라 40인을 채우지 못하는 회계법인들은 상장법인 감사를 위해 회계사 모집 또는 합병에 나섰다. 세림회계법인과 제원회계법인, 회계법인 지평, 참회계법인, 정동회계법인 등 인력이 30~40명 내외의 회계법인들은 한공회 홈페이지를 통해 회계인력 채용에 나섰다. M&A에 나선 곳들도 있다. 세일회계법인(37명)은 회계법인 원(13명)과 합병해 상장법인 감사인 등록 조건을 충족했다.
감사인지정제 시행으로 대형 회계법인 간 이른바 ‘빅딜’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달 2일에는 성도이현회계법인이 합병해 120명, 인덕·진일·정일 회계법인은 3개사가 합병해 140명가량의 인력을 확보하며 인력 기준 ‘톱10’ 수준의 회계법인으로 도약했다. 지난해 11~12월에는 한길회계법인이 회계법인 두레, 성신회계법인과 합병해 60여명 규모로 커졌고 지성회계법인, 회계법인 예교도 지난달 합병을 발표해 약 60명 규모의 인력을 확보했다. 최종만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신한회계법인 대표)은 “아직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수십 건의 분할·합병 건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5월부터 감사인 등록 신청을 받는 만큼 곧 M&A 성과들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 업계에서는 감사인등록제와 감사인지정제가 회계법인 대형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월 말 기준 전국 회계법인의 수는 185곳이지만 40인 이상 회계법인은 36곳, 120인 이상인 회계법인은 10곳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법 환경 변화에 따라 몇 곳의 회계법인으로 압축될 것”이라며 “소형사의 경우 M&A를 통해 대형사로 포함되거나 비상장법인 감사와 단순 세무 업무만 하는 전문 법인이 되든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M&A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몇몇 곳을 제외한 중소 회계법인의 경우 감사인 등록제와 지정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어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이들은 합병 시 파트너들 간 지분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이견을 보이며 합병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올해 ‘감사 대란’을 거치며 인건비가 대거 인상된 대형 법인들과 달리 감사기업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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