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이집트 美 추진 '아랍版 NATO' 참여 않기로

지난해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아랍 방패 1’ 훈련에 참가한 이집트군 소속 전차. /이집트 육군 홈페이지 캡처

이집트가 ‘아랍판 나토’로 불리는 중동전략동맹(MESA) 참여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집트는 지난 7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MESA 회담에 앞서 미국과 다른 아랍 참여국들에 이 같은 결정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집트는 시아파인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수니파 이슬람 동맹국들과 미국이 참여한 이번 회담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통신은 이어 “다른 회원국들이 이집트의 MESA 참여를 설득 중이지만 이집트가 결정을 번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랍권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보유한 이집트의 불참은 MESA 창설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MESA는 지난해부터 미국 주도로 창설 논의가 진행돼온 중동의 새 안보·정치동맹으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오만·요르단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집트, MESA 불참 왜

“이란 자극할라” 부담감 작용

트럼프 연임 장담할 수 없어

사우디 비판여론도 의식한 듯



이집트는 MESA 논의를 주도하는 미국 내 정치적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MESA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온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MESA 창설계획이 자칫 이란과의 불필요한 긴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이집트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면서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임에 대한 불확실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차기 지도자가 MESA 계획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우디와 UAE·바레인이 각각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재정지원 문제와 접경지역 군사주둔 문제 등으로 카타르·오만과 단교하는 등 아랍 참여국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점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MESA 창설의 사전 단계 이벤트로 해석됐던 ‘아랍 방패 1’ 훈련에 오만과 카타르는 불참했다.

또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사건으로 미국과 함께 MESA 논의를 주도하는 사우디에 대해 국제적 비난이 쏟아지는 점도 이집트의 불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현섭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