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이 많아지는 봄이 되면서 ‘무좀’ 발병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땀으로 축축해진 신발 안은 무좀균이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무좀은 곰팡이의 일종인 피부사상균이 피부의 각질층에 침투하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피부사상균은 피부 각질층의 케라틴을 영양소로 번식한다. 무좀균이 기생하기 시작하면 각질을 분해해 영양소를 얻으면서 ‘이소발레릭산’이라는 악취를 동반한 물질을 생성한다. 무좀 환자의 발 냄새가 심한 이유다.
발에 생기는 무좀은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종류에 따라 치료방법도 다르다. 발가락 사이가 벗겨지고 진물이 나오는 ‘지간형 무좀’은 항진균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무좀이 반복돼 피부가 두꺼워진 ‘각화형 무좀’은 항진균제를 사용하기에 앞서 각질층을 얇게 만들기 위해 피부연화제를 사용해야 한다. 발바닥과 발가락에 크고 작은 물집이 생기는 ‘수포형 무좀’은 물집이 터지면 감염 우려가 있으므로 항생제와 항진균제를 같이 사용한다.
특히 손발톱무좀(손발톱진균증)은 손발톱 관련 질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손발톱무좀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6년에만 연간 118만명에 달했다. 손발톱무좀은 곰팡이균이 손발톱에 파고들어 살기 때문에 피부 각질에 생기는 일반 무좀보다 치료가 힘들다.
일반적인 피부 무좀이 발가락에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과 달리 손발톱무좀은 증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때문에 무좀에 걸린 줄도 모른 채 지내다가 손톱과 발톱의 광택이 없어지고, 색깔이 누렇거나 하얗게 또는 검게 변하고 나서야 알아채기 일쑤다. 손발톱무좀은 손발톱이 주변 살을 파고들어 염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가족에게도 전염시킬 수 있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지금까지 손발톱무좀의 발병에는 나이, 성별, 만성질환, 흡연, 면역 이상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하지정맥류와 말초혈관질환 등의 질환도 손발톱무좀 발생과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광운대 공동 연구팀(이지현·방철환·이석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2∼2013년 환자 데이터 16만6,366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손발톱무좀 환자가 말초혈관질환을 동반할 위험은 손발톱무좀이 없는 경우보다 19.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손발톱무좀을 가진 사람이 하지정맥류를 동반할 위험도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5%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무좀은 정확한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하면 증상이 사라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치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환자가 초기에 일부 증상이 완화됐다는 이유로 치료를 중단해 재발의 위험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현미경 관찰을 통해 원인균 박멸을 확인한 후에 치료를 끝내야 한다. 치료 후에는 항상 발을 깨끗하게 씻고 드라이기 등을 이용해 발가락 사이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신발은 여러 켤레를 번갈아 신고, 땀을 많이 흘린 경우에는 일과 중에라도 바꿔 신는 게 좋다.
무좀은 전염되기 쉬운 질환이므로 사우나, 헬스장 등 다중시설을 이용할 때에는 공용 수건이나 양말, 신발은 착용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무좀으로 인해 생기는 물집은 터뜨리지 않는 것이 좋다. 물집을 터뜨리면 추가적인 세균 감염으로 피부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피부에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식초를 이용한 치료법 등 확인되지 않은 민간요법도 금물이다.
/김덕호기자 v1dh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