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는 범죄인 인도 청구서를 보내는 데만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렸어요. 앞으로는 해외 수사기관끼리 먼저 직접 접촉하고 공식적 절차 문제는 사후에 해결할 수 있도록 국제검사협회(IAP)가 허브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지난 5일 국제검사협회장에 당선된 황철규(55·사법연수원 19기·사진) 부산고등검찰청장은 17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은 해외 불법 은닉재산 환수, 해외 도피자 검거, 국외 증거 확보 등을 추진하는 데 각 나라 간의 조약·협약 등을 먼저 신경 쓰느라 수사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우선 혁파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각국의 선진적 검사 교육 프로그램을 국내에 적극 소개해 이를 젊은 검사들의 교환 프로그램과 연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검찰 내 대표적 ‘국제통’인 황 고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이번 IAP 회장 당선으로 유력 후보에 한발 더 다가서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고검장은 “IAP가 출범한 지 24년이 되다 보니 상호 신뢰가 구축돼 있어 수사기관끼리 직접 접촉해 사람과 돈을 추적할 기반이 마련됐다”며 “해외로 도주한 범죄인을 시급하게 검거해야 할 경우 현지 검찰 간부를 통해 소재를 파악해달라고 한 뒤 공식 절차는 추후 보완하는 식으로 수사를 진행하면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범정부적인 해외 불법 재산 환수 활동과도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며 “검사 교환 프로그램은 IAP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보다 각국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교육 수요를 매칭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AP는 공정한 검찰권 행사, 상호 제도 공유, 국제협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180개국 검찰이 가입한 세계 유일의 검사 간 국제기구다. 사무국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다.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집행위원회는 유럽 13명, 미주권 7명, 오세아니아 1명, 아프리카 4명, 중앙아시아 2명, 중동 2명, 아시아 3명 등 총 32명으로 구성됐다.
황 고검장은 아시아 지역 출신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회장에 당선됐다. 선거에서 유럽과 아프리카를 대표한 프랑스 고검장, 모리셔스 검찰총장 등과 경쟁한 황 고검장은 한국 검찰의 협회 기여도를 적극 부각하는 전략으로 맞섰다. 그는 1차 투표에서 과반에 1표 부족한 13표를 얻은 뒤 양자 대결로 치러진 최종 선거에서 17표를 얻어 10표를 얻은 프랑스 후보를 따돌렸다. 공식 취임은 오는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되는 연례총회에서 이뤄진다. 회장을 맡더라도 비상근직인 만큼 국내 업무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황 고검장은 “초반 선거 지형은 불리했지만 국가별로 맞춤형 설득 전략을 편 것이 주효했다”며 “아시아 지역 부회장을 지내면서 집행위원 소속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관심사를 꾸준히 파악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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