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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스티븐 호킹' 카를로 로벨리 교수"과학은 혁명의 요람…편견 벗고 실재 탐색해야"

'미리보는 2019 서울포럼' 기조강연자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교수




“과학은 아름답고 매혹적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죠.”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는 한국 과학계와 일반 청중들과의 만남에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는 5월14일부터 사흘간 ‘다시 기초과학이다: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Basic Science:Platform for the Innovative Growth in Korea)’을 주제로 서울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릴 ‘서울포럼 2019’의 개막 기조강연을 맡는다. 로벨리 교수는 17일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기초과학의 마법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미스터리에 대해 서울포럼 참석자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밝혔다.

26세에 양자중력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연구한 로벨리 교수는 “과학은 혁명이 일어나는 모든 곳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컫는 정보산업의 진화에서도 과학은 순수한 호기심과 편견을 걷어내고 실재를 탐색하는 것이라고 그의 저서 ‘보이는 것은 실재가 아니다’에서 밝히고 있다.

제2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로벨리 교수는 이번 기조강연에서 “시간의 본질과 관련된 연구에 대해 이야기한 다음 미래를 이끌어갈 이들을 위한 최고의 교육 시스템에 관해서도 토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연과학·역사·문학·철학을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의 과학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로벨리 교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양자이론과 통합한 관점에서 현대 물리학계의 최신 흐름을 풀어내면서도 금세 책 한 권을 완독하게 하는 매력적인 글쓰기를 선보여왔다. 덕분에 그의 저서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41개 언어로 번역 출간돼 전 세계에서 100만부 이상 팔리기도 했다. 이탈리아 태생인 로벨리 교수는 1980년대 말 루프양자중력 이론을 정립했으며 현재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양자중력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약력 △1956년 이탈리아 베로나 △1981년 볼로냐대 물리학 석박사 △1986년 파도바대 물리학 박사 △1988년 루프양자중력 개념 수립 △1999년 엑스마르세유대·피츠버그대 교수 △2010년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양자중력연구소장 △2019년 포린폴리시 ‘세계의 사상가 100인’ 선정

[미리보는 서울포럼 2019] “물리학 지루한 학문 아닌 수수께끼 풀어가는 환상 모험”

■개막 기조강연-물리학 석학 카를로 로벨리 교수

단순히 ‘과학에만 집중하는 교육’ 지양하고

자연·역사·문학 등 광범위한 분야 경험을

학생들 궁금증 해결하도록 도와줘야

사진=이언 해닝(REA)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교수가 본격적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40대 중반부터다. 물리학을 쉽게 풀어낸 글을 신문에 기고한 후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고 추가 기고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면서 그의 말마따나 “계획에도 없이” 대중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첫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 ‘모든 순간의 물리학’ 등 잇따라 과학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그의 저서에 대해 독자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주로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엔트로피, 상대성이론 같은 개념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는 감탄이다. 특히 암기식·주입식 과학교육에 얽매인 한국에는 로벨리 교수의 저서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로벨리 교수는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서울포럼 2019’의 개막 기조강연에서 한국의 청중들과 보다 깊이 있는 대화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로벨리 교수는 앞으로 기초과학 인재를 키우기 위한 과학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제시할까. 그는 서울경제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느린 과학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과학에 대한 교육이지만 ‘과학에만 집중하는 교육’은 지양해야 하며 어린이들부터 대학생·대학원생에 이르기까지 자연과학·역사·문학·철학까지 파고드는 광범위한 과학교육을 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로벨리 교수는 “억지로 과학을 접하고 배우도록 독촉할 필요가 없다”며 “느리게, 시간을 낭비해가면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궁금증을 해결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로벨리 교수 본인도 ‘궁금증을 풀다 보니’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된 사례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취직이나 세속적 가치보다는 호기심을 푸는 데 집중하는 삶을 살아왔다. 이탈리아 볼로냐대에서 파도바대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와 미국 예일대·시러큐스대·피츠버그대,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까지 수많은 동료 연구자, 스승과 학풍을 거쳐온 이유다. 이탈리아 트렌토대 연구팀에 속해 있던 시절에는 자신의 차를 숙소 삼아 몇 달씩 지내기도 했다. 논문도 남들보다 늦었지만 물리학의 두 기둥인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사이에서 물리학의 풀리지 않은 숙제에 천착했고 느리고도 철저히 고민한 결과가 바로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이다. 이전까지 양자 중력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초끈이론이 유일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로벨리 교수가 1988년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세계 최초로 주창한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은 현대 물리학에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교수


과거 그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물리학 교과서도 써보고 싶다’고 밝혔었다. 실제로 물리학 교과서를 쓴다면 어떤 교과서를 집필할 생각인지를 묻자 로벨리 교수는 “물리학은 멍청한 문제를 푸는 지루한 학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며 “물리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찬찬히 이해하고 해독하는 일종의 환상적인 모험”이라고 답했다.

물리학 석학의 반열에 오른 그는 현대 물리학의 남은 과제에 대해서도 설렌다는 표정이다. 로벨리 교수는 “양자역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아우르는 물리학 대혁명처럼 현대 물리학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중요한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인류는 정답에 점점 가까이 다가서고 있지만 이 문제를 넘어서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수께끼를 푸는 기나긴 과정에서 인류는 성장하기 마련이다. 로벨리 교수는 그의 저서 ‘첫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를 통해 과학적 사고의 가치와 역할을 설파해왔다. 로벨리 교수는 “과학적·합리적 사고는 매우 강력한 도구”라며 “비록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는 근본적으로 감정과 욕망, 본능과 문화적 관습에 휘둘릴 수밖에 없지만 인간의 본질과 과학적·합리적 사고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교수


한편 21세기 들어 일부 기술의 발달, 특히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도 심어주고 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평평한 지구학회’가 10만명 규모로 불어나고 관련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가 수백만건에 달하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이슈가 됐던 ‘안아키’처럼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안티 백신(Anti-vaccination)’ 운동 등이 호응을 얻기도 한다. 책과 논문·석학들의 가르침으로 학문을 갈고닦아온 연구자들은 어떤 시각으로 이 같은 현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곳곳에 정보가 널린 시대에 터무니없는 정보가 확산되는 이유에 대해 로벨리 교수는 “인간이 스스로의 지적 능력을 과대평가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현대사회에서는 정보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가짜 정보 역시 통제되지 않은 채 퍼져나가기 쉬워졌다”며 “인류가 새로운 정보의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기를 바랄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

[미리보는 서울포럼 2019] ‘루프양자중력’ 신개념 이론 정립...블랙홀 본질 규명한 우주론 대가

■로벨리 교수는 누구

카를로 로벨리(63)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양자중력연구소장은 이탈리아 태생의 물리학자로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결합한 ‘루프(Loop) 양자 중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블랙홀의 본질을 새롭게 규명한 우주론의 대가로 손꼽힌다. 지난 1981년 이탈리아 볼로냐 대에서 물리학 학사·석사를 이수한 후 1986년 파도바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이탈리아뿐 아니라 미국·프랑스 등 여러 대학에서 연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공간과 시간의 양자적 본성에 관한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기 위해 철학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을 등장시켜 세계를 들여다보고 이해시키는 융합형 학자 중 한 사람이다. 41개의 언어로 번역돼 100만권 넘게 팔려나간 그의 역작 ‘모든 순간의 물리학(Seven Brief Lessons on Physics)’은 이 같은 그의 노력이 집적된 결과물 중 하나다. 이 책은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기고한 글들을 묶어 펴낸 것이다. 그는 난해한 용어 대신 일반인도 이해가 쉬운 언어와 비유로 상대성이론부터 양자역학까지 다룬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우주 등의 존재에 대해 알지만 이것이 어떻게 구성됐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 현실을 제대로 깨달을 수 있도록 마치 희뿌연 안개를 걷어내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게 로벨리 소장의 말이다.

그는 1990년부터 10여년간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물리학뿐 아니라 과학사 및 과학철학 겸임교수로 활동하는 등 양자 중력, 우주·시간의 물리학 등에 그치지 않고 과학의 역사와 철학에 대해서도 연구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는 프랑스 대학연구협회와 국제과학자철학아카데미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로벨리 소장은 올해 외교 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발표하는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Thinker)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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